골키퍼 기근에 ‘일반 복무사병 전입’ 없던 일로
상주 상무는 골키퍼 4명 중 승부조작과 관련된 수사 대상자 3명이 포함돼 권순태가 경기에 뛸 수 있는 유일한 골키퍼였다. 그런데 그는 2일 대구와 홈경기 도중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해 9일 예정된 서울전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상주는 부랴부랴 국군체육부대에 도움을 요청했다. 현역 병사 중 골키퍼로 K리그에서 몸담았던 권기보 상병을 찾았다. 경기도 파주 인근 부대에서 복무 중인 권 상병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수원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상주는 5일 오전 그를 데려다 쓸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해병대 총기난사 사고로 인해 국방부에서 군 기강 강화 명령이 모든 부대로 떨어진 것. 결국 전방부대에서 근무하는 권 상병은 상무로 부대 이동을 할 수 없게 됐다. 프로축구연맹은 권 상병의 선수 등록이 가능하다고 긍정적으로 답변했고, 상주는 유니폼까지 준비하려 했지만 ‘권상병 구하기’ 작전은 실패로 끝났다.
상주는 권순태가 나서지 못하는 서울전은 필드 플레이어 곽철호에게 골문을 맡길 계획이다. 그는 대구와의 경기에서 권순태 퇴장 후 골키퍼 장갑을 꼈다.
곽철호가 골키퍼를 맡게 된 이유도 매우 흥미롭다. 간혹 선수들끼리 모여 프리킥과 페널티킥 성공시키기 시합을 하면 곽철호는 장난삼아 골키퍼를 자청했다고 한다. 이수철 감독은 권순태 퇴장 직후 그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렸고, 곽철호를 호출했다.
한편 상주는 골키퍼 보강을 위해 선수 모집 공고를 낼 계획이다. 매년 10월쯤 선수 모집 공고를 내지만 긴급 상황인 만큼 이번은 예외를 두기로 했다. 대상자는 프로와 실업 무대에서 현역 GK로 활동하는 선수들이다.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