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을 건드려?” 머독 아내 강스파이크

입력 2011-07-2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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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독 급습한 남성 뺨 때려

SNS 영웅으로 떠올라
‘웬디(머독의 세 번째 부인)의 역습, 해킹스캔들 전환점 될까.’(일간 텔레그래프)

19일 휴대전화 해킹사건 조사를 위한 영국 하원 청문회장. 한 남자가 면도거품이 담긴 하얀 쟁반을 들고 루퍼트 머독 회장을 향해 돌진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바로 옆에 앉았던 머독 회장의 아들 제임스 씨도 속수무책이었다. 이때 머독 회장 뒤에 앉아 있던 분홍색 재킷을 입은 여성이 재빠르게 남자를 막아섰다. 그리고 오른손바닥으로 남성의 뺨을 때렸다. 머독의 세 번째 부인 웬디 덩 머독 씨(43)였다. 남성은 경찰에 체포됐다.

용감하고 순발력 있는 행동으로 덩 씨는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의외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언론은 중국계 미국인 덩 씨를 혹독하게 자식을 교육하는 중국의 어머니를 가리키는 ‘타이거 맘’에 빗대 ‘타이거 와이프’로 부르고 있다. 빠른 손동작으로 남자를 가격해 ‘분홍 미사일’ ‘머독의 비밀병기’라는 별명도 생겼다. 이 장면을 지켜본 톰 왓슨 하원의원은 머독 의원에게 “부인의 훅(펀치)이 굉장했다”고 말했다. 덩 씨는 학창시절 배구 선수로 활동했었다.

언론은 이번 청문회의 행동이 그의 위상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스페이스 인수를 주도했던 덩 씨는 2007년 마이스페이스 차이나가 출범하며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았지만 머독 회장이 최근 마이스페이스를 헐값에 매각하자 뉴스코퍼레이션 내에서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다. 심지어 이번 행동이 추락해가는 머독 일가의 위신을 세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머독 회장의 전기 작가였던 마이클 울프 씨는 “웬디다운 행동이었다. 열정이 넘쳤고 놀랍도록 똑똑하며, 놀랍도록 야망 있는 행동이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씨는 트위터에 “웬디의 행동에 경외심이 든다”고 말했다. 코미디언인 앤디 보로티즈 씨도 “청문회 후 영국 정치인들은 머독 대신 웬디를 두려워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덩 씨는 20세 때인 1988년 미국인 부부의 초청을 받아 미국으로 건너갔다. 예일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후 1996년 뉴스코퍼레이션의 스타TV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1998년 사업차 중국에 간 머독 회장의 통역을 맡은 덩 씨는 1년 후 37세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머독 회장과 결혼했다. 자신을 미국으로 초청해준 30세 연상 제이크 체리 씨와 1990년 결혼했다가 이혼한 덩 씨에게는 두 번째 결혼이었다. 당시 머독 회장은 두 번째 처인 애나 마리아 씨와 3개월 전 이혼한 상태였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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