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훌훌털고 사나이 되다

입력 2011-07-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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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임태훈은 아픔을 딛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팬들은 그가 마운드에서 포효하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4주 군사훈련 마쳐…이제 다시 시작!

“훈련소서 많은 생각” 어렵게 말문
복귀시점? “내가 지금 무슨 말을…”
구단 “2군서 훈련하도록 배려할 것”

하얗던 피부가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예전에 비해 한층 수척해진 모습이었지만 특유의 눈빛만은 여전했다. 한동안 잃어버렸던 웃음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는 듯 했다.

스포츠동아는 21일 4주간의 군사훈련을 마친 두산 임태훈(23)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수료식 현장에서 직접 만났다. 지난 5월 고(故) 송지선 아나운서와의 사건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된 이후 첫 대면이었다.


○아직은 모든 게 조심스럽다

“훈련소에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임태훈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아직도 모든 게 조심스러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먼 곳을 바라보며 내뱉은 이 한마디에 복잡한 심경이 모두 내포돼 있었다. 작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을 면제받은 그는 이제 군복을 벗고 유니폼을 입는다.

두산 김광수 감독대행은 “임태훈이 오늘 훈련소에서 퇴소했다. 앞으로 2군에서 훈련을 시작해야 하는데 살은 좀 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의 복귀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임태훈은 야구선수다. 원래의 자리인 야구장으로 돌아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물론 복귀에 대해 본인도 적잖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 야구를 계속 해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에 “저 다른 일 할까요?”라며 웃었다. 속으로 생각이 많아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농담으로 승화하려는 듯했다.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아직 대중 앞에 나설 자신이 없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는 이날 수료식에 부모님을 부르지 않았다. “날이 더워서 고생하실까봐”라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그동안 적잖이 마음 고생한 부모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리라. 복귀시점에 대해서도 “현 시점에서 내가 무슨 얘기를 하겠는가. 오늘은 부모님이 머무시는 천안으로 갔다가 내일쯤 구단과 상의한 뒤 결정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논산훈련소 수료식을 마친 뒤 거수 경례를 하고 있는 임태훈. 논산 | 홍재현 기자




○훈련병 소대장까지 하는 리더십 발휘

고무적인 것은 비록 짧았지만 4주간의 군사훈련이 임태훈을 내적, 외적으로 강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간 허리통증 때문에 줄이려고 했던 체중도 많이 감량했고, 많은 이들과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생활한 덕분인지 심리적으로도 한결 안정된 모습이었다. 훈련병들 사이에서도 인기만점

. “제가 표창장의 명예를 걸고 말씀드리는 건데요. (임)태훈이가 훈련소 생활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전우들과도 얼마나 잘 지냈는데요.” 이날 수료식에서 표창장을 받은 이상화 훈련병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임태훈의 칭찬부터 늘어놨다. 실제 그는 25교육연대 2중대 1소대 훈련병 소대장에 임명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훈련소 생활을 했다고 한다. 동고동락했던 전우들과 정이 담뿍 든 까닭인지 서로를 끌어안고 사진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래는 모습이었다.

“요즘 비가 많이 내렸잖아요. 궂은 날씨에 완전군장하고 20km 행군을 한 훈련병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정이 많이 들었어요.”

훈련소 얘기를 하는 임태훈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오랜만에 보는 미소였다. 그는 올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2011시즌부터 마무리로 보직을 옮겨 5월 22일까지 15경기에 등판했고, 1승1패 7세이브 방어율 3.00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송 아나운서와의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결국 야구공을 내려놔야했다.

그러나 구단 관계자는 “1군 복귀시점은 언제가 될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선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2군에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했다. 새로운 출발점에 선 임태훈도 스스로 단단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논산 | 홍재현 기자 (트위터 @hong927)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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