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수학 개론]선발출격 이튿날엔 ‘러닝맨’ 미션

입력 2011-07-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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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스포츠동아DB

선발등판 다음날엔 대부분 러닝 노폐물 청소
스피드 떨어질땐 롱토스로 밸런스 감각조율
류현진의 경우 다음 경기까지 불펜피칭 안해

30구 이상 던진 불펜, 유연성·잔근육에 중점
지루한 러닝스케줄에 코치-선수간 실랑이도
이번 회에서는 야구팬들과 독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 중 기술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투수들이 페넌트레이스 동안 어떤 훈련을 하면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으며, 어떤 훈련 방법이 좋은지를 알아보도록 한다. 또는 같은 투수지만 선발 투수는 어떤 훈련 방법을 택하고, 매일 등판하는 불펜 선수들은 어떤 훈련을 하는지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5일 휴식 후 6일째 등판하는 투수는 1일째 완전 휴식을 취하고 4일째에 불펜 피칭을 하는 등 조금 차이가 있다. 이 스케줄은 그야말로 ‘일반적인 스케줄’을 말할 뿐이다.

아무튼 이런 체계적인 스케줄(선발과 불펜의 훈련 분리)이 만들어진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처럼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선수들이 한 시즌을 소화해냄으로써 30경기 안팎의 선발등판을 부상 없이 좋은 컨디션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선발 투수는 정상적인 경우라면 1개월 등판 계획이 미리 나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선발 등판하는 날짜와 상대팀의 정보를 확실히 준비할 수가 있다. 이렇게 기술적인 준비가 잘 되었으면 다른 문제까지도 체크를 해야 한다. 음식, 숙면, 경기 전 준비 등 본인이 느끼고 가장 잘 아는 부분까지도 체크해두었다가 가장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드는 방법을 기억해야 한다. 어쩌면 이런 예민한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가장 좋은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신경을 쓰다가 징크스가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거의 모든 선발 투수가 경기 후 첫째날에는 오래 달리기를 하면서 땀을 많이 흘리고 몸속에 쌓인 피로를 푼다. 특히 팔쪽에 쌓인 노폐물을 땀으로 빼내고 땀을 빼면서 상쾌한 몸과 마음을 만든다. 선수들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이날도 가벼운 던지기로 피로한 팔과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준다. 근육이 뭉치거나 피로해짐을 흔히 뻐근하다고 표현하는데 이때 무조건적인 휴식은 다음날 좋은 컨디션에 오히려 해가 된다. 뻐근하더라도 움직여 줌으로써 다음날 공을 던질 때 더 좋은 몸 상태가 된다.

게임을 한 뒤는 주로 하체 위주의 웨이트트레이닝(W/T)을 하게 된다. 이것 역시 피로해진 팔과 어깨 근육에 무리를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인데 스프링캠프 이후에는 근력을 더 크게 키우는 것보다 만들어진 근력을 시즌 내내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6일 로테이션으로 나서는 KIA 윤석민과 로페즈, 5일 로테이션으로 등판하는 LG 박현준의 훈련 스케줄에서 보듯이 개인마다 시즌 중 컨디션을 유지하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5일 휴식 후 등판이 원칙인 삼성 선발 투수들의 훈련스케줄에서도 약간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팀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고 개인별 차이도 있다. 선수들은 기본적인 형태는 비슷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훈련방법을 터득하여 각 팀의 투수코치와 트레이너와의 의견교환을 통해 스케줄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한화의 류현진은 선발 등판한 후 다음 선발 등판일 사이에 불펜 투구를 하지 않는다. 프로 입단 후 항상 긴 이닝과 많은 투구를 했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을 갖고 다음 등판을 준비한다. 중간 불펜투구 없이도 경기마다 좋은 제구력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대단한 감각을 가진 투수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같은 팀 김혁민은 경기 전날도 불펜투구를 30개 전후로 하고 있다. 정민철 코치의 얘기로는 제구력이 아직까지는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루 전날이라도 공을 던지는 것이 다음날 좀 더 좋은 투구감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연습방법이라고 한다. 이렇듯 선수의 특성에 맞는 훈련방법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롯데 송승준이나 장원준은 일반적인 로테이션 훈련을 소화하는 투수들이다. 가끔 스피드가 떨어져 보이거나 공의 회전이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불펜 투구를 해야 할 날짜에 60∼70m 롱토스를 할 때가 있다. 이렇게 멀리 던지기를 하게 되면 투구 밸런스가 좋아지고 투구폼이 자연스럽게 커진다. 투구폼이 커지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지만 시즌 중 투구폼을 크게 만드는 것은 스피드를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다.

5일, 6일 로테이션 중 중간에 만들어가는 훈련 스케줄은 앞서 던진 경기에서의 좋은 점과 좋지 않았던 문제를 체크해 다음 등판 때는 더 좋은 모습, 더 좋은 감각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만약 전날 경기 중 커브가 제구가 잘 되지 않았다고 생각되면 불펜 연습날 포수를 약 2m 정도 앞으로 앉게 해서 커브나 변화구를 던져 감각을 찾는 방법도 있다. 선발 투수는 경기 사이에 던지는 불펜 훈련이 절대적으로 마운드 위에 올라갔을 때를 대비한 것이라는 사실을 항상 잊어서는 안된다.

매일 등판 준비를 해야하는 불펜 투수들은 컨디션을 유지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확실한 답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30구를 기준으로 이틀 연속 등판한 투수는 다음날 등판 시키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개수에 상관없이 3일 연속 등판한 투수는 다음날 경기를 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암묵적인 규정을 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렇게 하루 쉬는 날,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게 되는데 이 때도 무거운 중량을 들지는 않는다. 중량보다는 유연성과 함께 잔근육을 강화시키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게 된다. 그러나 하체운동은 게을리 하지 않는다. 매일 경기를 준비해야하는 투수들의 허리, 하체의 단련은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체의 힘의 근간이 되는 복근, 배근 운동도 매일 하면서 힘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선발투수 그리고 불펜투수 모두 가장 하기 싫고 지루하게 느끼는 러닝스케줄을 놓고 항상 코치와 선수간 타협(?)이 일어난다. 코치는 조금 더 시키려고 하고, 선수들은 조금 시간을 줄여주길 원하면서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30분 정도 달리는 장거리는 지구력을 키워주면서 몸속의 노폐물을 빼내고 폴앤폴로 불리는 불리는 중거리는 심폐기능의 강화 그리고 뛰면서 몸의 리듬과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굉장히 좋은 훈련이다. 단거리 30m나 50m의 전력질주는 시즌 중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운동 방법이다.

현재 중앙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용수 감독은 현역 시절 스피드가 떨어지면 다음날 50m의 짧은 거리를 최고의 스피드로 20∼30회 소화했다. 이래서 은퇴시까지 본인의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하고, 그 투수 중에서도 5일, 또는 6일만에 한번씩 등판하는 선발 투수는 정말 중요하다. 이 중요성처럼 무거운 책임감도 느껴야하는 어려운 자리이다. 물론 거기에 따르는 환호도 있고 대우도 받고 있을 것이다. 모쪼록 매경기 가장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여 좋은 경기를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또한 아마추어 선수나 학생 선수들도 이런 스케줄을 미리 몸에 익혀 훌륭한 투수로 성장해줬으면 좋겠다.

전 롯데 감독·고려대 체육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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