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창 “야구 그만 둘 생각도 했었다”

입력 2011-08-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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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서 당한 17연패, 그리고 넥센 유니폼을 입고 첫 등판에서 패배. 18연패를 당하는 동안 심수창은 그라운드를 떠날까 고민했을 정도로 고심이 컸다고 밝혔다. 사직|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18연패 하는 동안 류현진 30승 올렸는데…
왜 나만…한때 신도 믿지 못하는 상황까지”

천금V 야구계 경사…300여통 축하 메시지
“겨우 1승이지만 연승 향한 새출발점 될 것”
18연패 싹둑…그동안 어떤일이

우여곡절 끝에 18연패가 막을 내렸다. 10일 사직 롯데전을 앞둔 넥센 라커룸에는 커피 50잔이 놓여있었다. 심수창(30·넥센·사진)이 동료들에게 보내는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연패를 끊은 지 만 하루. 그의 얼굴에는 아직 승리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불운의 사나이’에서 최고의 ‘이슈 메이커’로 떠오른 그가 그간의 심경을 담담히 털어놓았다.


○심수창 승리에 하나가 된 프로야구계

심수창의 승리는 야구계의 경사였다. 연패 탈출의 제물이 된 롯데 강민호도 축하인사를 건넸다. 심수창은 “어젯밤에만 200∼300통이 넘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전 소속팀 LG는 물론 두산 등 타 구단 선수들이 보낸 것이 대부분이었다.

LG 출신의 동기생 김광수(한화)와도 심야통화를 했다. 둘은 “서로 다른 팀에 왔지만 여기서 다른 옷 입고 잘 해보자”고 결의했다. 팬들 역시 하나가 됐다. 그의 홈페이지 방문자는 하루 동안 1만6000명이 넘었다. 축하인사를 남긴 사람 중에는 타 팀의 팬들도 상당수였다. 심수창은 “(겨우) 1승을 했는데…”라며 쑥스러워했다.


○가족의 마음고생과 어머니의 눈물

힘겨웠던 연패의 시간. 야구장 밖에서 만난 팬들은 아무 말 없이 어깨를 두드리며 “힘내라”고 격려했다. 하지만 어떤 팬들은 얼굴을 보자마자 “연패투수”라는 말을 꺼내기도 했다. “창피했어요. 사람들이 제게 손가락질을 하는 것 같고….” 가족의 마음고생은 더 했다.

심수창은 “그래서 야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아마추어 야구심판인 부친 심태석 씨는 그런 아들을 곁에서 붙잡아줬다. 승리투수가 되는 순간, 그의 목에는 십자가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가 담긴 목걸이였다. TV로 아들의 경기를 지켜보던 어머니는 눈물을 쏟았다.


○불운의 사슬 끊은 심수창의 무기는 절실함

“제가 18연패 하는 동안 류현진(한화)은 30승 했다는데…. 아마 지려고 마음먹고 던져도 이렇게 못할 거예요.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때 보세요. 치라고 던진다고 다 홈런이 나오는 것은 아니잖아요.” 지독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불운의 연속. “왜 나만….” 원래 종교가 있었지만 신(神)도 믿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놓였다.

“지난 2년간 등판 다음날 30분 러닝을 할 때 우울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10일 사직구장을 뛰는 그의 발걸음은 가벼워보였다. 2년 만에 느끼는 상쾌함이었다. 그리고 이제 연승을 향한 새 출발이 시작됐다. 그는 9일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손에서 놓지 않았던 공을 “간직 하겠다”고 말했다. 그 공은 심수창이 가슴에 새길 “절실함”의 표상이다.

사직|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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