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BEST’ 써놓고 만지작 문성현 모자챙 마인드컨트롤

입력 2011-08-1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넥센 문성현은 모자챙 안팎에 ‘승리’와 ‘베스트’라는 글자(아래 사진)를 써놓고 던진다. 습관처럼 모자챙 오른쪽을 만질 때마다 의지를 더 불태우겠다는 뜻에서다.문학|전영희 기자

“야, 경기 안한다니까. 빨리 들어가.” 선배의 재촉에도 문성현(20·넥센)은 계속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 오늘 경기해야 되는데….” 컨디션도, 예감도 모두 좋은 날이었지만 무심한 하늘은 비를 퍼붓고 있었다. 결국 그의 선발등판은 13일 문학 SK전으로 하루 연기됐다.

문성현은 아쉬움을 달래며 모자챙을 어루만졌다. 그의 엄지는 모자챙 오른쪽 아래에 새겨놓은 ‘승리’라는 글자를 쓰다듬고 있었다. 문성현은 모자챙을 구부리지 않고, 마치 이등병처럼 빳빳하게 편 상태를 선호한다. “모자챙을 모으면 시야가 좁아지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눈앞이 탁 트여있다고 해서 모든 투구가 마음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다. 문성현은 이때 오른 손으로 모자챙을 만지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그 위치에 글자를 새겼다. 잘 안될 때일수록 승리에 대한 의지를 더 불태우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승리’의 기운을 받은 손가락으로 다시 공을 잡는다. 이전까지 투구에서 마음에 내키지 않는 부분은 훌훌 털어버린 채….

문성현은 미소를 지으며 모자 안쪽에 쓰인 ‘best’라는 글씨도 보여줬다. “뭐 있나요. 항상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죠. 하하.” 그토록 갈구하는 승리. 하지만 그는 승리에 왕도가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문학|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