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은 안된다? 편견을 넘다

입력 2011-08-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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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탄환 류샹…허들 110m 0.01초 전쟁은 시작됐다

아테네올림픽 亞선수 단거리종목 첫 금메달
골반 유연·폭발 스퍼트 12초88 한때 세계신
2008년 베이징 부상 시련 딛고 보란듯 재기
상승세 올리버와 대구육상 ‘최대격전’ 예고
박태환(22·단국대)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주종목인 남자자유형이 아시아인에게 불모지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마린보이가 2008베이징올림픽 남자자유형400m에서 딴 금메달은, 아시아 선수가 올림픽 자유형에서 무려 72년 만에 수확한 것이었다.

수영과 함께 대표적인 기초종목인 육상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단거리 종목은 아시아 선수가 진입할 수 없는 성처럼 여겨졌다. 일부 과학자들은 “태생적으로 동양인이 단거리 세계챔피언이 되기란 쉽지 않다”고 학문적 근거를 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편견을 뚫고 30억 아시아인의 자존심으로 우뚝 선 선수가 있다. 바로 중국의 육상영웅 류샹(28)이다.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서도 류샹을 제외한 아시아의 금메달 후보는 여자1500m 마리암 유수프 자말(27·바레인) 정도다. 하지만 그녀는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나 바레인으로 귀화한 경우이기 때문에 순도가 떨어진다.


○높이뛰기 선수에서 허들 선수로…순하이핑 코치와의 만남

1983년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류샹은 1996년 육상에 입문했다. 처음으로 권유를 받은 종목은 높이뛰기. 큰 키(현재189cm·82kg) 때문이었다. 이후 그는 3년간 높이뛰기 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1999년 상하이 제2체육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진로를 바꿨다.

평생의 스승인 순하이핑(57) 코치를 만나면서부터다. 순하이핑 코치는 신체적 조건과 유연성, 스피드 등을 모두 갖춘 류샹이 세계적인 허들선수로 성장할 것임을 한 눈에 알아봤다. 국제무대의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주니어 시절인 2002년 로잔그랑프리대회에서 세계주니어 및 아시아기록(13초12)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다.


○뛰어난 허들링으로 트리플크라운(세계기록·올림픽·세계선수권 금메달)

세계주니어 기록 작성 이후에도 탄탄대로였다. 2004아테네올림픽 남자허들110m에서 12초91(당시세계타이기록)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단거리종목 세계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미국 이외의 국적을 가진 선수가 13초벽을 깬 것 역시 사상 최초였다.

류샹의 100m기록은 10초2∼3대로 알려져 있다. 세계최정상급 선수들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기술적 우위를 통해 세계기록에 다가섰다. 육상전문가들은 “가속도를 이용해 허들을 넘는 기존의 선수들과 달리, 류샹은 골반의 유연성을 잘 활용한다”고 말한다.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 역시 강점이다.

류샹은 아테네올림픽금메달 이후 2006년 세계기록(12초88)을 수립했고, 2007오사카세계선수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 허들역사상 세계기록, 올림픽·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모두 거머쥐며 ‘트리플 크라운’을 작성한 선수는 류샹이 유일하다.


○최고의 시절에서 나락으로…기나긴 재활의 시간

기록행진과 함께 중국에서 류샹의 인기도 급상승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류샹이 2007년까지 벌어들인 수입을 2300만 달러(250억)가 넘을 것으로 평가했고, 당시 한 보험사는 류샹의 다리 가치를 1350만 달러(150억)로 산정했다. 하지만 모든 영광은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무너졌다. 오른쪽 아킬레스건 통증을 호소하며 기권했고, 광고모델계약도 줄줄이 끊겼다.

수술대에 올랐던 그는 “다시 12초대를 뛸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 속에 긴 재활의 터널을 지났다. 하지만 류상은 보란 듯이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13초09의 기록으로 대회 3연패를 일군 뒤, 6월 미국 유진에서 열린 다이아몬드리그에서는 13초00을 찍으며 12초대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치열한 3파전…대구에서 아시아의 자존심 지킨다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서 류상이 출전하는 남자110m허들은 이번 대회 최대의 격전지로 꼽힌다. 류샹의 최대 라이벌은 2008년 류샹의 세계기록(12초88)을 경신한 다이론 로블레스(쿠바·12초87), 그리고 2010년 12초89를 기록하는 등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이비드 올리버(미국)다. 세 선수는 개인최고기록이 0.01초 차이일 정도로, 실력의 우위를 논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류샹은 최근 인터뷰에서 “대구세계선수권은 물론 2012런던올림픽까지 우승하겠다”며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다. 그는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6년과 2007년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에 2년 연속으로 출전한 경험이 있어, 대구와도 친숙한 편이다. 당시 성적은 2번 모두 금메달이었다.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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