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사용자는 참 좋겠다 - 필립스 피델리오 DS3500 도킹 스피커

입력 2011-08-26 15: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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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어는 다분히 안드로이드당(黨) 당원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고 어찌하다 보니 그리 됐다. 스마트폰도 PMP도 태블릿 PC도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내장된 제품을 사용한다. 그렇다고 애플의 i(아이) 계열 제품에 특별한 거부감이 있는 건 아니다. 안드로이드는 안드로이드대로, 애플 iOS는 iOS대로 편리한 점이 각각 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애플 제품을 막연히 동경하는 때가 가끔 있다. 유연한 사용 환경은 쓴 웃음으로 넘길 수 있고, 풍부한 어플(어플리케이션)은 애써 외면할 수 있으며, 미려한 디자인마저 가볍게 제칠 수 있지만 딱 하나, 이것만큼은 애플 사용자가 마냥 부러워진다.

바로 다양한 주변기기/액세서리의 헌신적 지원이다.

애플 제품은 전세계적으로 ‘기술’을 넘어서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제품을 사용한다기 보다 트렌드를 접한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때문에 그 제품이 이끄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이들이 많다. 사용자뿐 아니라 기업도 그러하다. 애플이 요청한 것도 아닌데 그들은 애플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그에 맞는 액세서리를 만들어 낸다. 마치 패션 유행이 바뀌면 그에 맞는 의류와 잡화 상품을 쏟아 내는 것처럼.

그렇다고 보호 필름이나 케이스 등과 같은 소모성 액세서리를 부러워하는 건 아니다. 안드로이드 기기 쪽에도 그런 건 널렸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가전형 주변기기가 가장 탐난다. 특히 모바일 기기의 사양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외장형 출력 기기에 관심이 쏠린다.이를 테면 품질 좋은 도킹 스피커 같은 음향 보조 기기 말이다. 안드로이드 기기용 주변기기에는 왜 이런 게 없을까?



아, ‘필립스’다

본 리뷰어는 오디오 음향 기기에 관한 전문 지식은 없고 관심만 조금 있다. 유명한 음향 브랜드 몇 가지를 알고 있고 사용해 본 경험도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필립스(Philips, 정식 명칭은 로열필립스일렉트로닉스-Royal Philips Electronics) 제품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음향 기기로서 필립스는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 공신력, 그 자체로 기억된다. 낯선 느낌이 드는 이도 있겠지만, 음향/생활 가전 분야에서 120년의 유구한 역사(1891년 창립)를 지닌 네덜란드 정통 브랜드다. 거스히딩크 감독과 박지성, 이영표 선수가 함께 했던 네덜란드 프로축구리그팀인 PSV 아인트호벤의 공식 스폰서이기도 하다(홈구장도 필립스 스태디움이다). 참고로 세계 최초로 CD를 개발한 곳도 필립스(1979년 소니 공동 개발)다.


하여튼 피델리오 DS3500 도킹 스피커(이하 DS3500)는 필립스가 만든 아이폰, 아이패드 전용 도킹 스피커(docking speaker)다. 즉 적어도 음향, 음질과 관련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안드로이드당 당원이면서 애플 제품이 가장 부러운 게 이런 거다. 음향이든 영상이든 필립스 같은 정통 브랜드가 만든 주변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아이폰, 아이패드에 맞춘 외장 스피커

일단 DS3500는 스피커치고는 비교적 작다. 어림잡아 갓난아기용 베개 정도다(물론 높이는 그보다 높다). 옆에서 본 모양새는 마치 주방용기를 비스듬히 세워 놓은 듯하다. 책상이든 식탁이든 침대협탁이든 약간의 공간만 있으면 올려 놓을 수 있다. 또한 아이폰, 특히 아이패드를 꽂아 사용할 때 쓰러지지 않도록 무게중심을 뒤쪽으로 뒀다.


앞에는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을 꽂을 수 있는 연결 포트와 스피커 출력부, 전원 및 블루투스 온/오프 버튼, 볼륨 조절 버튼이 있다. 뒤에는 전원 케이블 단자와 USB 연결 단자(싱크용), 다른 오디오 기기를 유선으로 연결해 출력하는 외부 입력 단자가 각각 있다(이를 위한 스테레오 케이블도 포함돼 있다).


바닥면에는 아무 것도 없을 거라 예상했는데, AA형 건전지(1.5V)를 4개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는 곧 전원 케이블 없이 이동 중 사용할 수 있다는 소리다. 충전 방식이 아닌 일반 건전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장점이다. 참고로 건전지 사용 상태에서는 전원 버튼만 눌러서는 전원이 켜지지 않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꽂아야 비로소 작동한다. 불필요한 전원 소비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의도다.


자, 아이폰을 꽂아 본다. 잘 꽂아지고 잘 빠진다. 뒤편에 지지대가 있어 아이폰을 터치할 때도 안정적으로 받쳐 준다. 전원 케이블을 연결한 상태에서는 당연히 아이폰이 충전된다. USB 케이블을 컴퓨터와 연결한 상태라면 아이튠즈 프로그램을 통해 싱크(동기화) 작업이나 파일 복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아이패드의 경우 아이패드, 아이패드2 모두 꽂을 수 있다. 어찌 보면 아이폰보다 아이패드를 꽂았을 때 전반적으로 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이 밖에 연결 단자는 앞쪽으로 약간 움직이기 때문에 행여 기기 뒤쪽에서 충격이 가해졌을 경우 연결 단자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사운드 출력 상태가 궁금하다

작동법은 아이폰/아이패드보다 훨씬 간단하다. 전원이 꺼져 있어도 아이폰, 아이패드를 꽂으면 자동으로 전원이 켜지고 충전을 시작한다. DS3500은 블루투스 기능도 제공하는데, 아이폰/아이패드와 일단 블루투스 연결(페어링)한 이후라면 DS3500의 블루투스 버튼을 누르면 아이폰/아이패드의 블루투스 기능도 자동으로 켜지고 페어링된다. 작은 부분이지만 참 세심한 배려다. 또한 블루투스로 연결된 상태에서는 DS3500의 볼륨 버튼은 작동되지 않고 아이폰/아이패드의 볼륨 버튼으로만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블루투스로 연결한다면 DS3500에서 분리해서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블루투스로 사운드를 출력하다가 연결 단자에 꽂으면 블루투스가 꺼지고 본체 연결을 통해 사운드를 출력한다. 아울러 한 기기가 먼저 페어링되어 있으면 다른 기기에서 이중 페어링이 불가능하다.


블루투스 얘기가 나온 김에 마저 한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DS3500은 블루투스를 지원하기에 아이폰/아이패드 이외에 이를 지원하는 모든 기기에서 DS3500으로 사운드를 출력할 수 있다. 물론 안드로이드 기기도 마찬가지다. S사의 전략 스마트폰인 갤XXX로 확인하니 예상대로 잘 작동했다. 블루투스는 가로보기로 사용하는 영화나 게임을 즐길 때 유용하다. DS3500은 무조건 세로로 꽂아야 한다.

드디어 DS3500의 사운드 품질을 확인할 차례다. 리뷰 서두에 언급한 대로 필립스 음향 기기에는 별다른 의구심을 두지 않는다.

DS3500으로 음악이나 영화를 재생해 보니 외장 스피커를 사용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작은 크기지만 음량이 상당히 크다. 조용한 공간에서 볼륨을 최대로 높이니 시끄러울 정도로 소리가 쩌렁쩌렁하다. 결정적으로 최대 볼륨 상태에서도소리가 찢어지거나 흩어지지 않고 정확한 걸 보니 역시 음향 전문 브랜드가 만든 기기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블루레이 영화 타이틀(무손실 사운드 설정)을 재생했을 때는 기대 이상으로 풍부하고 디테일한 음질을 들려 줬다(실제 사운드를 들려 줄 수 없으니 안타깝다).


무엇보다 작은 크기에도 명확한 중저음이 인상적이었다. 헤비메탈 장르처럼 각종 전자악기가 굉음을 내는 음악에서도 저음과 고음을 제대로 분리해 냈다. 물론 고급 대형 스피커와 같은 디테일한 면은 약간 부족한 듯 했다. 그래도 요 만한 스피커에서 이 정도의 음량과 음질을 낸다는 건, 리스너가 누구라도 충분히 만족할 것이라 사료된다.

여담으로, 사운드 품질과 관련해서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인터넷 스트리밍 재생(멜론, 도시락 등)과 MP3 파일 재생은 DS3500이 출력하는 음질이나 음량에서 (체감할 만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스트리밍으로 재생해도 충분히 들어줄 만 했지만, 비트레이트(bit rate, 데이터 처리/전송율, bps-초당 전송 비트-로 표기)가 높은 MP3 파일(CD 품질 수준인 220~320Kbps)을 재생하면 상당히 풍부한 음질, 음량을 출력해 냈다. 다만 비트레이트가 높으면 파일 용량도 크다.

결론적으로 DS3500으로 음악을 듣다 아이폰/아이패드 내장 스피커로 들으니 이건 음악도 뭐도 아닌 것 같다. 2011년 8월 현재 판매가가 25만원 선이라 사용자에 따라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으나(사실 다른 제품도 가격대는 비슷하다), 자신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미니 콤포넌트기기 수준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꽤 매력적이라 할 만하다. 더구나 음악을 즐기는 애플 사용자라면 ‘지름’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여간 쉽지 않겠다(안드로이드 당원인 본 리뷰어도 부러움과 소유욕이 동시에 교차했다).



컴퓨터와의 동기화(싱크, sync)도 간단히

처음에는 아이폰/아이패드를 DS3500에 꽂고 USB 케이블을 컴퓨터와 연결하면, 충전하며(혹은 음악 들으며) 동기화 작업이 가능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건 불가능하고 DS3500의 전원을 꺼야지 비로소 아이튠즈 프로그램을 통해 동기화가 시작된다. 음악 감상과 동기화를 동시에 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이는 사실 DS3500의 한계라기 보다는 아이폰/아이패드/아이튠즈의 제한이라 판단된다. 어찌 됐건 DS3500를 컴퓨터 근처 책상에 올려 놓으니 필요할 때마다 알아서 충전, 동기화할 수 있어 편하다.



제법 쓸만한 피델리오 어플리케이션

필립스는 아이폰/아이패드용 도킹 스피커 DS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유용한 어플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바로 ‘Fidelio’어플로아이폰/아이패드를 처음으로 DS3500에 꽂으면 이 어플을 자동으로 다운로드 받아 설치한다. Fidelio는 일종의 거치형 디스플레이 어플이다. 이어플은 주간 날씨, 시간(아날로그/디지털 방식) 등의 정보를 보여주고 기기에 저장된 음악 파일을 재생한다. 저장된 음악이 식상하다면‘튠인라디오(Tunein Radio)’ 기능을 통해 전세계 각종 라디오 방송을 청취해도 좋다. 물론 원하는 라디오 방송이 다 있는 건 아니지만 없는 것 보다야 한결 낫다. 여기에는 또한 현재 재생 중인 노래의 상세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보여주는 기능도 들어 있다(역시 모든 노래가 표시되는 건 아니다).


사용해 보니 가장 유용한 건 ‘취침모드’였다. 이른 바 타이머 기능이다. 10분~90분 동안 작동 후 아이폰/아이패드가 자동으로 꺼진다. 아울러 ‘알람모드’도 쓸 만하다. 말 그대로 미리 설정해 둔 시간에 알람을 울리는 기능인데, 인상적인 건 알람이시작되면 알람 소리가 처음에는 작다가 점차 커진다는 점이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듯 깜짝 놀라 깨지 않고 서서히 눈을 뜨게 하려는 심산이다. 기특하다. 기계 주제에.


이 밖에도 별 것 아닌 어플인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제법 디테일한 면이 몇 개 보인다. 우선 그 날 날씨에 따라 배경화면이 바뀐다는 것. 즉 비 오는 날이면 비 오는 배경화면이 나타난다.

또 하나, 전원 어댑터가 아닌 AA 건전지를 사용할 경우 아이폰/아이패드를 충전하지 않도록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본체 전원도 부족한 상황에서 기기를 충전하는데 소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AA 건전지로 아이폰/아이패드를 충전할 수 있다는 소리다. 아이폰/아이패드 충전 케이블도 도킹 스피커 전원 케이블도 없는 경우 요긴하게 사용된다.

아이폰/아이패드를 ‘멀티미디어 박스’로? 피델리오 도킹 스피커 DS 시리즈

대체적으로 애플 사용자는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아이폰/아이패드지만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추구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전세계 유수의 브랜드들이 유독 애플 제품용 주변기기나 액세서리만을 고집하는 이유도 애플 사용자들의 그런 사용/구매 습성 때문이다(안드로이드 기기는 제품마다 형태와 옵션, 사양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액세서리를 일괄적으로 생산할 수 없다). 25만원짜리 DS3500은 그나마 약과다. 피델리오 시리즈 중 최상위 제품인 DS9000의 경우 90만원을 호가한다. 물론 그에 합당한 첨단 사운드 기술이 내장되어 원음에 가까운 사운드를 출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구에게 내세우려거나 우월감을 갖기 위함이 아니라 철저히 자신과 일상을 위한 것이다.


필립스 피델리오 DS3500 도킹 스피커는 필립스 브랜드 이미지에 맞게 작지만 알차고 섬세하게 만들어 진 듯 했다. 음질도 소형 스피커치고는 뭉그러지지 않은 중저음과그와 구분되는 세부음을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해 냈다. 그 동안 이어폰, 헤드폰, 중대형 스피커 등을 접한 경험을 토대로, 필립스의 브랜드 파워와 제품 완성도, 음량, 음질, 각종 편의 기능 등으로 평가하면 25만원 대의 가격이 결코 과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미 국내에도 DS 시리즈 스피커를 선택한 애플 사용자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덧붙임. 필립스 피델리오 DS3500은 애플의 모바일 제품군, 아이팟 시리즈, 아이폰 시리즈, 아이패드 시리즈의 거의 모든 모델을 지원하지만, 출시시기에 따라 혹 사용할 수 없는 모델도 있을 수 있으니 구매 전 지원 제품 목록을 꼭 확인해야 하겠다.


한가지 욕심?

아이폰을 꽂아 사용
할 때는 잘 모르는데, 아이패드는 가로로 꽂을 수 있는 솔루션이 꼭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동영상을 보는 경우 그러한데, 아이패드 특유의 고화질 디스플레이와 필립스의 풍부한 사운드가 적절히 조화된다면 DS3500의 효용성이 더욱 높아질 거라 생각한다. 향후 아이패드 좌우측면에 연결 포트가 추가되긴 어려울 터, 아이패드를 가로로 뉘여 거치할 공간과 DS3500의 연결 단자를 좌우측으로 돌릴 수 있는 커넥터가 마련되면 좋을 듯싶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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