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스페셜 ] 멋진 허슬 뒤에 숨은 ‘부상의 덫’

입력 2011-09-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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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쇄도와 블로킹 사이…롯데-SK 매너 논쟁
손아섭 홈서 발목 부상 황성용도 아찔
롯데 이대호 “다친다…매너있게 하자”

SK는 “정상적 수비 뭐가 문제냐” 반응
동업자 정신 vs 경기집중 시선 엇갈려


3루를 돌아 홈으로 전력 질주하는 주자, 그리고 그 주자의 홈 터치를 막아야 하는 포수, 찰나의 타이밍에 날아 들어오는 볼…. 때에 따라 충돌은 불가피하다. 당연히 교통사고처럼 쌍방과실이 태반이다.

롯데는 20일 SK전에서 손아섭이, 21일 또 같은 팀과의 경기에서 황성용이 홈으로 뛰어들다가 부상을 입거나 다칠 뻔했다. 손아섭은 SK 포수 정상호와의 홈 충돌을 피하려다 발목을 삐어 선발 출장이 어려워졌다. 황성용은 정상호와 부딪혀 어깨를 다칠 뻔했다. 이에 롯데 선수단은 22일 SK전을 앞두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포수가 홈에 달려드는 주자를 어디까지는 비켜주고, 어디까지 막아야 될까? 선명한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공·수의 입장에 따라 시각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가치판단의 문제이기에 더 예민하다.


○롯데, “야구에는 불문율이 있다”


현재 정상적 베이스러닝이 불가능한 손아섭은 22일 SK전을 앞두고 스스로를 책망하고 있었다. “내 잘못이다. 홈으로 달려들 때, 포수가 막고 있으면 부딪혀야 했는데 그러면 (포수가) 다칠까봐 못했다. 피하려다가 반대로 내가 다치고 말았다.”

그 다음날 황성용이 충돌했을 때에는 롯데 이대호가 직접 나서서 포수 정상호에게 “다친다. 매너 있게 하자”고 말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롯데가 격앙된 데에는 ‘주자의 홈 세이프가 명백한데 다리를 안 비켜주고 막으면 손아섭처럼 피하려다 다치든가, 황성용처럼 부딪혀서 다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메이저리그 같은 외국야구에서의 상식은 ‘접전이 아닌데도 포수가 진로를 방해하면 몸이나 팔로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로 다 아는 한국야구의 정서에선 이런 모진 짓을 하기 전에 알아서 배려하자는 쪽이다. 롯데 시절 가르시아의 거친 홈 쇄도에 한국선수들이 격하게 반응한 것도 그래서다.


○SK, “정상적 플레이를 했을 뿐”


그러나 어디까지가 접전이고, 어디까지가 주자의 여유 있는 세이프 타이밍인지가 애매모호하다는 것이 미묘하다. 실제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확전을 원치 않으면서도 “접전 타임에서 정상적 수비였는데 뭐가 문제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세이프”라는 롯데와 다른 관점이다. 롯데 선수단에서조차도 SK를 향해 “동업자 정신에 어긋난다”라는 섭섭함과 “경기에 집중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이해가 동시에 나왔다. 결국 고의성을 따질 사안이라기보다 센스와 불문율의 문제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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