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시즌 최다 홈런 아시아신기록을 세우고 일본으로 무대를 옮긴지 8년, 한국의 국민타자는 영욕으로 점철된 일본프로야구에 스스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승엽은 오릭스와 내년 시즌 잔여계약을 포기하고 국내복귀를 선언했다. 스포츠동아 DB
계약기간 1년 남기고 오릭스에 퇴단 의사 전달
삼성 “우리선수” 인식 불구 KS 눈앞이라 곤혹
거액 몸값·보상금만 28억…타구단 이적 걸림돌
이승엽(35·오릭스)이 영욕으로 점철된 8년간의 일본생활을 청산하고 국내로 복귀한다. 일 소프트뱅크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을 치른 18일 오릭스에 남은 계약기간 1년을 채우지 않고 퇴단하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이튿날 오릭스(나카무라 준 편성과장)는 “한국의 국민타자인 만큼 의사를 존중하겠다”며 수용 입장을 밝혔다.
부친 이춘광 씨도 19일 “승엽이가 일본생활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했다”고 확인한 뒤 “외국인선수로 올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책임감을 느껴왔고, 5월에 태어난 둘째 아들의 양육문제로도 고민해왔다”며 복귀 결심의 배경을 설명했다. 2003년을 끝으로 일본에 진출한 이승엽이 국내 복귀 절차를 밟게 되면 일단 원 소속구단 삼성으로의 유턴이 유력시된다.
삼성도 원칙적으로는 이승엽의 복귀를 반기고 있다. 그러나 속내는 다소 복잡하다.
● 삼성, “한국시리즈가 우선!”
삼성에는 두 가지 기류가 감돈다. ‘원래 우리 선수’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프랜차이즈를 대표하던 스타이기에 삼성 복귀를 ‘당연한 귀결’로 받아들이면서도, 이승엽 측과 사전교감이 없었던 만큼 ‘신중한 접근’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또 선수단과 프런트 모두 한국시리즈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미묘한 파장을 낳을 수도 있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삼성 송삼봉 단장은 19일 “폭탄(이승엽의 복귀 선언)이 터졌다”며 말문을 연 뒤 “지난 겨울(1월) 승엽이가 경산(볼파크)에서 개인훈련을 할 때 (국내 복귀와 관련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오릭스와 2년 계약한 사실을 전해 들었다. 그래서 오릭스와 계약이 끝난 다음(2012년 말)에나 논의할 수 있을 걸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기적(한국시리즈 직전)으로도, 모양새(삼성과의 직·간접적 접촉 없이 언론 보도로 복귀 의사를 전달한 형태)로도 조금 곤란하다. 한국시리즈를 끝낸 뒤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올시즌 초 일찌감치 이승엽의 영입을 강하게 희망했던 류중일 감독도 소식을 접하고는 “삼성으로 돌아와야 하지 않겠나”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내는 한편 시기적으로나 절차적으로나 민감한 사안임을 의식한 듯 “구단과 상의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 국내 복귀는 어떻게?
이승엽은 단일시즌 최다홈런 아시아신기록을 세운 2003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요건을 완전히 충족한 채로 일본 지바롯데로 건너갔다. 따라서 국내 복귀시 FA 신분으로 NC 다이노스를 포함한 모든 구단과 협상할 수 있다.
또 해외에서 유턴하는 FA라 원 소속구단 삼성에는 우선협상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다만 이승엽이 타 구단으로 이적하면 삼성에는 FA 보상권리가 생긴다. 즉, 이승엽의 2003년 연봉 6억3000만원을 기준으로 보상금만 28억3500만원을 챙기거나 보상금 18억9000만원에 선수 1명을 선택할 수 있다.
이처럼 보상 규모가 막대한 까닭에 이승엽을 영입할 수 있는 구단은 삼성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이승엽의 몸값(계약금+연봉)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부터 마땅치 않다. 이승엽이 오릭스에서 보장받은 인센티브 포함 1억5000만엔(약 22억원)의 연봉은 환율차를 고려해도 엄청난 금액이다.
‘예우’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삼성으로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삼성 외의 구단은 보상금까지 더해 100억원을 웃도는 거액을 이승엽 영입에 투자해야 한다. 더욱이 이승엽은 내년이면 만 36세의 노장이 된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jace2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