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오른쪽)의 곁에는 늘 한결같이 김제동이 있었다. 8년간의 일본생활을 정리하고 4일 귀국한 이승엽이 김포공항으로 마중 나온 김제동과 어깨동무를 하고 활짝 웃고 있다. 김포공항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 @binyfafa
나이 있으니 최고대우 꿈도 안꿔
자존심만 세워 준다면 몸값 수용
급성장한 국내 투수들 연구할 것
‘국민타자’ 이승엽(35)이 돌아왔다. 8년간의 일본생활을 청산하고 4일 영구 귀국한 그는 “섭섭하기보다 시원하다”며 “걱정도 되지만 설렘이 더 크다”고 말했다.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향후 거취에 대해선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못 박았지만 “삼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른 시일 내에 팀이 결정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단, “나이도 있고 최고 대우를 기대하지 않는다. 자존심만 세워준다면 액수는 문제가 안 될 것이다. 즐겁게 야구를 하고 싶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 ‘삼성맨’답게 삼성이 우선순위
오후 1시 김포공항. 이승엽은 아내, 그리고 두 아들과 함께 입국장에 들어섰다. 이제 8년간 “좋았던 기억보다 힘든 기억이 많았던” 열도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귀국기자회견에서도 “시원하다. (이전) 귀국할 때와 느낌이 다르다”며 웃고는 “마지막은 한국에서 장식하고 싶었다. 결정된 것은 없지만 일단 삼성으로 가는 게 최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릭스가 배려를 해줘서 지금부터 협상이 가능하다. 빨리 팀을 결정하고 웃으면서 야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승엽은 1995년부터 9년간 한 팀에 몸담았던 ‘삼성맨’이다. 푸른 유니폼을 입고 시즌 최우수선수(MVP) 5회,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6회를 수상했고, 아시아 한 시즌 최다홈런 신기록(56개)을 세우는 등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다.
2004년 일본 진출 이후에도 겨울에는 삼성의 경산볼파크에서 훈련하며 인연을 이어왔다. 돌아올 곳도 친정팀이 유력시된다. “자존심만 세워준다면 액수는 문제가 안될 것”이라는 이승엽을 삼성도 환영하고 있다. 삼성은 10일부터 시작되는 프리에이전트(FA) 협상에 맞춰 이승엽과 적극적으로 접촉할 계획이다.
● 부담보다는 기대가 더 크다
복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다. 이승엽도 “삼성은 기존 1루수가 있고 왼손타자들이 있다. 삼성에 복귀하면 도움이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모르겠다. 개인뿐만 아니라 팀도 고려해서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부담감도 있다. 지난 8년간 한국야구는 크게 성장했다.
그는 “투수들을 겪어보지 않았지만 TV를 통해 본 선수들의 열정과 이기고자 하는 승부욕이 대단했다. 레벨이나 선수들의 인식이 성장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걱정보다는 기대가 된다. 상대투수도 나를 연구하겠지만 나 역시 상대투수를 연구해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 열심히 뛰는 선수,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팬들의 마음속에 기억되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향후 일정에 대해선 “내일 대구에 내려가 어른들께 인사드리고 서울로 올라와 개인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팀이 결정되면 가족과 여행을 떠나고 싶다. 빨리 팀이 결정돼 마음 편하게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포공항|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