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세바스찬이 들려주는 서울, 거참 재밌네

입력 2011-11-0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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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예술탐방’ 호평

‘서울문화예술탐방 Best 10선’에서 문학탐방 해설사로 나선 시인 김경식 씨가 10월 14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월탄 박종화 고택에서 옛 문인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위). 박물관 탐방 해설사를 맡은 개그맨 임혁필 씨가 4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가회민화박물관에서 조선시대 민화의 의미와 특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아래). 서울시 제공·김재홍 기자 nov@donga.com

“조선시대 민화 중에 혁필화(革筆(화,획))라는 게 있습니다. 가죽 붓이나 조각에 색을 묻혀 그린 그림이죠. 제 이름하고 똑같으니 잊지 마세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가회동 가회민화박물관에서 개그맨 임혁필 씨가 주부와 대학생 25명을 상대로 해박한 지식으로 작품 하나하나를 설명했다. 귀를 쫑긋 세운 사람들은 서울문화재단이 무료로 운영하는 ‘서울문화예술탐방 Best 10선’ 프로그램 참가자들. 임 씨는 이날 참가자들에게 북촌의 숨은 박물관을 소개하는 해설사 역할을 맡았다. 방송 개그 프로그램에서 ‘세바스찬’으로 유명해진 임 씨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광화문과 북촌 등 서울 곳곳의 박물관과 명소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개한 ‘서울역사기행’이란 책을 쓰기도 했다.


○ 저승과 이승을 잇는 동물은?


오전 10시 반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탐방 프로그램은 규모는 작지만 독특한 예술품을 전문적으로 전시하는 가회동 북촌 마을의 박물관 3곳을 돌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방문지는 ‘닭 문화관’. 닭을 소재로 한 그림과 공예품, 유물 등을 전시하고 있다. 닭은 12지신 중에서 날개 달린 유일한 동물로 예부터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매개로 여겨졌다. 장례식 상여에 나무로 된 ‘꼭두닭’이 장식되기도 했다. 또 입신출세를 뜻하는 길조로 여겨 옛 선비들은 닭이 그려진 그림을 걸어놓고 공부하기도 했다. 대학생 안수연 씨(20·여)는 임 씨의 설명에 “선조들이 닭에 대해 그렇게 깊은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두 번째 탐방지는 가회민화박물관. 조선시대 서민들의 삶과 소망이 담긴 민화와 부적이 전시돼 있는 곳이다. 이날 세 번째 탐방지인 동림매듭공방에선 참가자들이 노리개 허리띠 등에 사용된 각종 장식용 매듭을 살펴보고 매듭기능전승자인 심영미 씨의 시연에 탄성을 내기도 했다.

주부 안진양 씨(41)는 “북촌 곳곳에 이렇게 보석 같은 명소들이 많은지 몰랐다”며 “TV에서만 보던 유명인이 직접 설명해 주니 아이와 함께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 현장에서 보고 듣는 역사와 문화 인기


서울문화재단이 9월부터 운영해 온 ‘서울문화예술탐방 Best 10선’이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며 새로운 문화 역사 탐방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진행됐던 서울문화예술탐방 프로그램 중 참가자들의 선호도가 높았던 명소를 세부 주제별로 재구성했다. 특히 주제별로 인지도가 높은 유명인을 해설사로 섭외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땅콩집 건축가로 유명한 이현욱 씨가 건축 탐방을 맡아 진행했고 뉴욕에서 미술 공부를 하고 돌아온 김지은 아나운서가 미술관 탐방 해설사로 나섰다. 시인 김경식 씨와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는 각각 문학 탐방과 영화 탐방 해설사를 맡았다.

임 씨가 맡고 있는 박물관 탐방은 올해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11일 한 차례 더 진행된다. 북촌생활사박물관과 북촌동양문화박물관을 둘러보는 코스로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www.sfac.or.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정원은 35명. 선착순 무료.

서울문화재단은 서울문화예술탐방 Best 10선 외에 ‘연극과 함께하는 역사탐방’ 프로그램도 마련해 총 10회에 걸쳐 진행했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등 도심 4대 궁궐을 찾아 훈민정음 창제를 둘러싼 세종대왕과 반대 세력의 대립 등 배우들이 펼치는 연극을 본 뒤 전문 해설사로부터 숨은 뒷이야기까지 듣는 새로운 형식으로 주목받았다.

김재홍 기자 nov@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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