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만찬장서 난데없는 ‘월가시위歌’

입력 2011-11-1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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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초청 기타리스트 마카나‘점령’구호 새긴 티셔츠 입고 노래

우리는 점령할 거야∼ 12일 APEC 정상들의 만찬장에서 월가 점령 시위를 지지하는 노래를 부른 기타리스트 마카나. 사진 출처 예스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들의 만찬장에 월가 점령 시위를 지지하는 노래가 40여 분간 울려 퍼졌다.

12일 와이키키 해변 할레코아 호텔에서 열린 정상 만찬장에서 ‘겁도 없이’ 기득권을 성토하는 노래를 부른 주인공은 하와이의 유명 기타리스트인 마카나(본명 매슈 스왈린카비치·33).

백악관의 초청을 받아 노래를 부르게 된 마카나는 하와이 전통음악을 연주하다 만찬 분위기가 무르익자 갑자기 웃옷 단추를 풀었다. 안에 받쳐 입은 티셔츠에는 ‘아큐파이 위드 알로하(Occupy with Alloha)’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최근 벌어진 ‘점령(Occupy)’ 시위에 ‘알로하’(헤어질 때나 만날 때 하는 하와이 인사말)를 붙여 동조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카나는 웃옷 단추를 풀고 나서부터 ‘우리는 다수’라는 제목의 노래를 소개하며 부르기 시작했다. 이 노래는 워싱턴 정치인과 기업의 탐욕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우리는 거리를 점령할 거야. 우리는 법원을 점령할 거야…”라는 후렴구가 반복됐다. CNN은 “마카나가 이날 이 노래를 약간씩 변화를 주어가며 50번이나 불렀다“며 “대다수 정상은 시위 지지 노래인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전했다. 13일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린 마카나는 “오바마 대통령은 만찬 내내 대화에 몰입해 시위 노래를 들었는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허를 찔린 백악관은 이 사건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마카나가 노래하는 동안 만찬장 밖에서는 400여 명이 세계화 반대 시위를 벌였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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