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세터 한명 없이…계란으로 바위친 꼴

입력 2011-11-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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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배구월드컵 초라한 성적표 왜?

연맹, 선수차출 뒷짐 연전연패 초래
김희진·박정아 등 유망주 발굴 위안

18일 끝난 2011여자배구월드컵에서 대표팀은 한국여자배구가 가진 힘을 절반도 발휘하지 못하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는 예견된 결과였다.3승 8패 9위.


● 열악한 선수 구성이 문제

한국은 V리그와 월드컵 가운데 V리그를 선택했다. 한국배구연맹은 구단별로 2명씩의 선수 차출만 협조했다. 또 주전세터는 단 한명도 차출을 허용하지 않았다. 배구에서 세터는 야구의 투수와 같다. 주전 세터 한 명 없는 대표팀에서 제대로 된 경기력이 나올 리 만무했다.

이번 대회에서 세계 강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일본의 경우 세터 다케시타 요시에(33·JT마베라스)가 10여 년 간 꾸준히 대표팀 멤버로 나섰다. 상황에 따라 국제대회 세터를 수시로 바꾸는 한국과의 많이 다르다. 소집 기간도 이틀에 불과했다. 또 그나마 하루는 선수들이 외출을 나가 V리그에 출전했다. 결국 단 하루도 제대로 된 훈련 없이 공식 일정만 15일에 이르는 대장정에 투입된 셈이다.


연패에 선수들 사기만 꺾여

결과는 뻔했다. 차출된 선수들은 힘은 힘대로 들고, 연패에 자신감만 잃었다. 협회에서도 연맹에서도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않았다. 선수들을 가장 큰 세계대회에 출전시켜놓고 나 몰라라 했다. 선수들은 하루 세끼 거의 메뉴에 변함이 없는 식사를 해야 했고, 빨래까지 직접 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 대회를 치렀다. 국제배구연맹(FIVB)에서 제공되는 식사 외에 제대로 된 영양보충 한 번 하지 못했다. 다행히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팀워크를 잃지 않았고, 부상 없이 대회를 마쳤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다.


● 어린 선수들 큰 대회 경험은 소득

이번 월드컵을 통해 선수들은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고 있는 세계여자배구를 직접 경험했다. 비록 연패했지만 강팀과 상대하며 해법을 찾았고, 가능성도 발견했다. 또 김희진(20·라이트) 박정아(18·레프트)라는 원석이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세계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보석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대회가 남긴 소득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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