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훈 왼발 물올랐어” vs “설기현 크로스 못봤나”

입력 2011-11-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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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이 승리” vs “울산엔 안돼”…준PO 운명 놓고 담당 기자 토크 배틀

수원 담당 최용석 기자

수원은 공수 자
유자재로 구사
이상호 오장은 친정습격 별러
윤성효 감독 토너먼트에 강해
준PO 3년 연속 홈 승리 알지?

울산 담당 윤태석 기자

울산이 방패? 창을 감춘 팀
김신욱 고창현 등 출격대기
김호곤 감독 벤치싸움 압도
단기전 하루더 휴식도 유리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서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됐지만 그라운드의 열기는 더 뜨겁다. K리그의 가을잔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십’이 준플레이오프(PO)를 앞두고 있다. 정규리그 4위 수원 삼성과 6위 울산 현대가 23일 오후 7시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는다. 결과는 예측불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프런트까지 저마다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스포츠동아의 두 구단 담당기자가 날선 토크배틀을 가졌다. 참고로 수원 담당 최용석 기자가 울산 담당 윤태석 기자보다 선배다.


● 창과 방패


윤태석(이하 윤) : 언론에서 흔히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는 말을 많이 쓰죠. 그런데 수원은 방패에 가까운 것 같아요. 부산과 6강PO 후반에 아예 공격 진영으로 올라오지 않더군요.


최용석(이하 최) :
전략적인 선택이었어. 전반 막판에 무섭게 몰아치는 수원의 막강한 공격을 눈으로 직접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한 템포 쉬어갔을 뿐이야.


윤 : 90분 내내 공격만 하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K리그를 리드하는 구단이라 자부하는 수원 정도면 홈 서포터에게 그런 굴욕적인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될 것 같은데요.


최 : 울산이야 AFC 챔피언스리그도 못 나간 팀이니 수원의 심정을 알 리가 없지. 수원은 올 시즌 챔스리그와 FA컵 모두 4강 이상 오르면서 지금까지 벌써 공식경기만 50게임 가까이 소화했어.


윤 : 그래요? 그럼 내년에는 승강제도 있으니 챔스리그 나가지 말고 푹 쉬면서 정규리그나 전념하면 되겠네요.


최 : 무슨 섭섭한 소리를. 수원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야.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갈 길이 멀어.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줄 거다.

염기훈은 수원 삼성 주장이면서 공격의 핵이다. 20일 부산과의 6강 PO에서도 왼발 프리킥으로 하태균의 결승골을 도우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스포츠동아DB



● 스테보 공백과 친정 팀 복수


윤 : 제가 울산 코칭스태프, 선수들에게 들어보니 스테보 없는 수원은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하던데요. 하태균과 게인리히로 되겠어요?


최 : 어허. 축구기자 몇 년 했나? 축구가 한 명으로 하는 스포츠인가? 수원은 스테보 공백을 하태균과 게인리히 뿐 아니라 염기훈, 이상호 박종진과 같은 공격수들이 나눠서 책임지고 있지. 큰 문제없어. 오짱(오장은)까지 섀도 스트라이커로 변신하면 수원 공격의 파괴력은 더 커지지.


윤 : 상대선수지만 염기훈은 인정합니다. 정말 잘 하더군요.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전혀 무섭지 않던데요? 뒤집어보면 염기훈만 막으면 수원 공격의 절반은 막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거죠.


최 : 이상호와 오장은이 울산에서 왔지? 올해 정규리그 때 울산과 경기에서 모두 비수를 꽂지 않았었나? 김호곤 감독 아마 속 좀 쓰렸을 거야. 이번에도 둘이 사고를 칠거야.


윤 : 그러고 보니 이상호와 오장은 말고 오범석과 염기훈도 울산에 있었죠. 그건 울산 코칭스태프가 그들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는 거죠. 두 번의 우연은 없을 겁니다.


최 : 그나저나 울산이 그런 공격력 갖고 수원 수비를 뚫을 수 있나? 김신욱을 앞에 놓고 단순히 크로스만 올려서?


윤 : 서울전을 못 보셨나요. 김신욱의 제공권은 울산의 여러 공격 옵션 중 하나일 뿐이죠. 측면에 설기현과 박승일, 섀도 스트라이커에 고슬기가 있고 부상에서 회복한 고창현까지 준PO 출격을 기다리고 있어요. 울산을 방패라고들 하는데 날카로운 창을 숨기고 있을 뿐이죠.


● 벤치 수 싸움


윤 : 선수단 전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제가 볼 때 벤치의 수 싸움에서는 경험 많은 김호곤 감독이 단연 우세하지 않을까요. 윤 감독은 챔피언십이 처음이죠?


최 : 윤 감독의 커리어를 잘 모르는군. 숭실대에서 그 어렵다는 대학 토너먼트를 몇 번이나 평정했는지 알아? 토너먼트에서 승리하는 법을 알고 있다고.


윤 : 대학 이야기하면 김호곤 감독을 빼놓을 수가 없죠. 연세대 감독 시절 수많은 우승을 차지하고 유능한 제자를 길러냈죠. 커리어로 따지면 윤 감독이 김 감독을 따라갈 수가 없죠. 서울 최용수 감독이 6강PO 때 벤치싸움에서 완패한 것을 모르시는 건 아니죠.


최 : 수원은 챔스리그 4강에서 상대의 비신사적인 골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결승에 올랐을 거야. 그럼 윤 감독은 FA컵과 챔스리그 모두 결승에 올랐을 텐데 이 정도면 검증된 것 아닌가? 그리고 김호곤 감독은 작년에 챔피언십 첫 판에 떨어지지 않았나? 불과 1년 전인데 그 때는 경험이 없으셨나?


윤 : 작년의 패배를 거울삼았죠. 선수들의 컨디션을 어떻게 해야 최고조로 올릴 수 있는지, 선수들의 심리를 다스리는 방법은 무엇인지 울산 코치들이 김 감독의 노하우를 보고 놀랄 정도였다는 군요. 분명 수원전도 120% 전력으로 나올 겁니다.

울산 현대의 가장 큰 공격 무기인 제공권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설기현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필요하다. 설기현은 19일 서울과의 6강 PO에서도 크로스로 2도움을 올렸다. 스포츠동아DB



● 홈 이점과 체력 변수


최 : 내가 기록을 찾아 봤는데 2008년부터 3년 연속 준PO는 홈팀이 다 이겼지. 이번에도 빅 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에서 수원 선수들이 만세 삼창을 외치겠군. 울산은 지면 바로 해산하나?


윤 : 쓰라린 기억이지만 예외도 있죠. 2007년에는 울산이 홈에서 벌어진 준PO에서 포항에 졌거든요. 포항은 울산을 누르고 올라가서 결국 우승까지 차지했죠. 울산은 2007년의 포항 신화를 재현할 준비가 돼 있어요. 그러고 보니 다음 상대가 포항이네?


최 : 2007년은 6강 PO제도가 도입된 첫 해였고 여러 가지 조건이 지금하고 달랐지. 그 때는 홈 이점을 살린 팀이 하나도 없었어. 그 이후는 다르다고. 3년 연속 홈팀이 PO에 진출했다는 것만으로도 홈팀의 이점이 증명이 된 거야. 울산의 도전은 하룻밤 꿈으로 끝날 거야.


윤 : 하나 빠뜨리신 게 있군요. 이런 단기전에서는 하루의 휴식일이 생각 이상으로 크죠. 울산이 하루를 더 쉬고 경기를 갖는데, 그 만큼 유리하지 않을까요.


최 : 체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가 정신력이야. 선수들이 얼마나 정신 무장이 돼 있느냐에 따라 다르지. 오히려 울산이 하루 더 쉬어서 풀어지는 거 아닌가?


윤 : 모쪼록 수원이 이번에 지고 나서 체력 핑계는 안 댔으면 좋겠어요. 이번에는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셨으면 하네요.


최 : 그럴 일은 없을 거야. 김 감독님 나이도 있으시고 날씨도 추워지는데 집으로 가셔야지. 그러고 보니 울산 선수 중에서도 노장이 꽤 많지? 빨리 가서 쉬라고 해.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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