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투수 윤석민(왼쪽)과 곽정철(오른쪽)은 2005년 나란히 입단한 동기생이다. 하필이면 시즌 MVP의 영광을 누린 올해 절친한 친구의 군입대를 지켜본 윤석민은 곽정철에게 “2년 후 꼭 KIA 에이스가 돼달라”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스포츠동아DB
2005년 나란히 입단…친구 부상-입대에 씁쓸
“정철아, 2년 후엔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와라”
2004년의 어느 날 광주구장. 2005년 입단 예정인 신인들이 처음 선배들에게 인사를 했다. 1차지명 곽정철, 2차 1라운드(전체 6순위) 윤석민이 나란히 섰다. 둘 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투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KIA는 덜 다듬어진 두 원석이 미래의 에이스가 될 수 있는 뛰어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150km대의 묵직한 직구를 던지는 광주일고 투수 곽정철. 공은 빠르지 않지만 변화구가 일품인 야탑고 투수 윤석민. 둘은 그렇게 나란히 KIA에 입단했고 금세 단짝이 됐다.
멀리 구리에서 온 윤석민은 선배들의 말투부터 낯설었지만 곽정철이 있어 금세 팀에 적응할 수 있었다. 광주일고를 나온 곽정철은 팀에 아는 선배들도 많고 광주구장도 친근했다.
둘 다 처음부터 팀의 에이스를 꿈꾼 것은 아니다. “꼭 1군 무대에 함께 오르자.” 현재 윤석민의 이름을 생각하면, 그리고 그 때 곽정철의 가능성을 봤을 때 오히려 소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첫 번째 약속을 이루는 데는 2년이 필요했다. 곽정철은 무릎 수술 등 부상과 싸우느라 2007년에나 1군 투수가 됐다. 윤석민은 첫 해부터 1군에서 쏠쏠한 활약을 했지만 2007년 18패를 기록하는 등 프로생활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윤석민과 곽정철은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2009년 윤석민은 선발로 곽정철은 필승 불펜으로 우승을 함께 했다. 그 때 했던 두 번째 약속,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 꼭 함께 가자”는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1년의 시간이 더 지난 2011년 11월 곽정철은 병역을 더 미룰 수 없었고 공익근무를 위해 훈련소에 입소했다. 친구를 떠나보낸 윤석민은 MVP로 등극해 한국 최고 투수 중 한명이 됐다. 어느 때보다 기쁜 순간, 그러나 마음 한쪽이 쓸쓸했던 건 언제나 기쁨과 슬픔을 함께했던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윤석민은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훈련장에서 곽정철에게 마음을 전했다. “정철이가 그동안 야구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아 맘고생을 많이 했어요. 오랜 시간 함께 생활했는데 옆에 없으니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집니다.” 곽정철이 돌아오는 2년 후 윤석민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함께 하는 둘 만의 시간은 없을지도 모른다. 윤석민도 그 점을 아쉬워했다.
“정철아, 야구에 고심하고 걱정하고 스트레스 받는 모습 곁에서 지켜보며 나도 많이 안타까웠어. 2년 동안 다 잊어버리고. 운동 열심히 하면서 몸관리 잘해서 꼭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와. 그리고 더 훌륭한 투수가 돼서 꼭 우리 팀 에이스가 돼 줘.” 친구에 대한 애틋한 마음에는 언제나 서로의 도전을 응원할 우정이 있어 쓸쓸하지 않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