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13년차였던 올시즌, 뒤늦게 꽃을 피우며 롯데 마무리로 우뚝 선 김사율. 내년 시즌 팀의 주장까지 맡은 그는 더 큰 책임감을 느끼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등장음악 싸이의 ‘오늘밤새’처럼 신나게 야구 즐겨요!
팬들은 빅뱅의 태양 닮았다는데 짧은 머리만 비슷할 뿐…
마무리 올해 처음 해봤는데 ‘율판왕’ 별명도 부담스러워
61경기에 등판해 5승3패20세이브, 방어율 3.26을 마크했다. 롯데 토종 투수로는 11년만에 20세이브 고지에 올랐고, 자이언츠 소속으로는 팀 역사상 처음 포스트시즌 2세이브를 기록했다.
롯데 마무리 투수 김사율(31)에게 올해는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프로에 입단했던 그는 누구보다 길고 아픈 고난의 시간을 겪었다. 프로 13년차인 올해 그가 거둔 성적은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서막에 불과할 뿐. 더욱이 그는 내년 시즌 팀의 주장을 맡아 더 큰 책임감을 느끼며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팬들의 트위터 질문을 통해 ‘율판왕’이라 불리는 김사율의 올시즌을 돌아보고, 2012년을 앞둔 각오를 들었다. 김사율은 팬들 중 세 명(@okskjs, @communist78, @jkmode)을 친필 사인볼 주인공으로 뽑았다.
- 다음 시즌 주장을 맡으셨는데 각오 한마디 해주세요.(@dahae94 등 다수)
“우리 팀이 명문구단으로서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어요. 선수들이 뽑은 주장인 만큼,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투수인 저는 앞에서 이끄는 리더보다는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고, 모자란 점 부족한 점을 뒤에서 보충해 주는 주장이 되겠습니다. 과거와 같은 긍정적인 분위기는 이어가면서 롯데 선수단 특유의 근성을 찾아내 좀 더 단단한 팀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아마추어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와 상대 타자는 누구셨나요?(@anelka314)
“경남고와 맞붙은 1998년 대통령배 결승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연장 12회초에 우리 경남상고(현 부경고)가 3점을 내주고 12회말에 투런 홈런 두방으로 8-7로 이겼어요. 제가 1회부터 12회까지 완투했죠. 투구수가 221개일 거예요. 제가 지금 LG에 있는 김태완에게 9회말 동점 솔로홈런을 맞아 연장을 갔고, (송)승준이한테 12회초 2타점 3루타도 얻어맞았어요. 그런데 그 게임에서 끝내기홈런을 맞은 게 바로 (송)승준입니다.”
- 이번 시즌 등장음악이 싸이 ‘오늘밤새’라는 노래던데…. 이 노래를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okskjs)
“와이프하고 드라이브 하다가 그 노래를 우연히 들었는데, 노래가 너무 신나더라고요. 사직구장 문화가 워낙 열성적이고 또 즐기는 분위기니까 승리를 안겨 드려 밤새도록 즐거운 밤을 보내시라는 의미에서 그 노래를 택했어요. 시즌 중에는 잘 들어맞았는데,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안겨서 부산 전체를 축제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건 아쉽네요.”
-이택근 선수와 호흡을 맞춰 고교무대를 평정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시즌 중 이택근 선수와 만나실 때면 약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던데, 실제로 부담스러우신 게 있나요? (@communist78)
“지금 프로에 남아있는 유일한 고등학교 동기죠. 훌륭한 타자인데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잘 치는 모습을 봐와서 그런지 제 스스로 너무 어렵게 승부하려고 하는 부담감이 있는 것 같아요. 친구라서 사심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고. 아무튼 그래서 정말 많이 맞았어요. 빗맞아도 안타가 되고.”
김사율이 23일 사직구장에서 트위터 인터뷰를 마친 뒤 팬들에게 줄 사인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직|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 팬들이 김사율 선수보고 빅뱅의 태양을 닮은 것 같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Dam_0203)
“곱슬머리라서 지저분하게 보이는 게 싫어 짧게 치는데 태양 헤어스타일과 비슷해서 그런지 그런 말씀 많이 하시더라고요. 감히 제가 어떻게 비교가 되겠습니까?”
- ‘이 선수라면 내 딸을 흔쾌히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롯데 선수 한명만 말씀해주세요. 반대로‘이 선수라면 절대 내 딸을 줄 수 없다’,‘딸을 고생시킬 것같다’는 사위감은? (@LadyAnn4159, @zkdk93)
“하하하. 너무 진지하게 하면 안 되는 거죠? 첫 번째 질문은 박종윤 선수요. 항상 자기 위치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딸 줘도 굶겨 죽일 일은 없을 거에요. 두 번째 질문은, 고원준요. 너무 인기가 많고 잘 생겼기 때문에 여자 마음고생을 시킬 것 같아요.”
- 고교 시절 특급투수에서 지금의 자리까지 오기가 너무 길었습니다. 고교와 프로의 차이나, ‘이것 때문에 무명 시절이 길었다’고 한다면?(@jkmode)
“사실 백차승, 송승준, 봉중근, 권오준 등 고등학교 제 동기들 중 정말 좋은 투수들이 많았어요. 제가 실력은 아래였는데, 경남상고가 전국 대회에서 2관왕을 하면서 제 실력이 과대평가됐던 것도 있었죠. 입단해서 프로 선배들 보니까 제 실력과 차이가 많다는 걸 정말 많이 느꼈습니다. 주변 기대가 너무 크니까 저도 부담감이 컸고, 부담감이 소극적으로 도망가는 피칭으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유니폼을 벗고 현역(강원도 7사단)에서 군 생활을 하면서 야구를 보니, 조금씩 야구가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아요. 실력 외에 마인드 면에서 달라진 게 구위도 좋아졌고, 기회도 얻었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투수에게는 그 무엇보다 마인드가 중요한 것 같아요.”
- 변화구를 다양하게 던지시는데, 던질 수 있는 구종과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은? (@giantsinheroes)
“대부분 구종은 다 던지지만, 아직까지 김사율하면 딱 떠오르는 변화구는 없네요. 그래서 보다 확실한, 김사율하면 떠오르는 변화구를 개발할 겁니다.”
- ‘율판왕’이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마음에 드시나요?(@_ZUNIEEE 등 다수)
“팬들 사랑에 감사드리지만, 사실 많이 부담스러워요. 삼성 오승환 선수처럼 꾸준히 성적을 거둔 것도 아니고, 마무리 처음 해본 선수가 그런 별명을 듣는다는 게 부담스럽죠. 최소 3년 이상 5년 가까이 인정 받는 마무리 투수가 되어야 그런 별명 듣는 게 맞다고 봐요.”
- 이대호 선수도 그렇고 더구나 임경완 선수까지 떠나 투수로서 부담이 더 커지셨을 것 같은데, 내년 목표는?(@lemon1054)
“내년에 프로 14년째가 되다보니 그동안 나가고 오는 선수들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특별한 느낌은 없어요. 그 누가 떠나더라도 롯데라는 팀은 남아있거든요. 주장으로서 실력 외의 힘을 더 발휘할 수 있는 융화라든지, 팀 분위기 같은 것에 신경을 써야겠죠. 개인적으로는 주장 맡아서 성적이 떨어지는 징크스 같은 건 만들기 싫고요. 욕심을 부려 두 가지 다 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WHO 김사율?
▲ 생년월일= 1980년 4월 17일
▲ 출신교= 감천초∼대신중∼경남상고
▲ 키·몸무게= 182cm·78kg(우투우타)
▲ 프로데뷔= 1999년 롯데 2차 1라운드(전체 1번)
▲ 2011년 성적= 61경기 5승3패2홀드 20세이브 66.1이닝 27실점(24자책점) 방어율 3.26
▲ 2011년 연봉= 6000만원
정리|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