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11월 28일 신임 수석 부회장에 강춘자 전 부회장을 선출하며 새 집행부를 구성했다. 어렵게 다시 시작한 발걸음이다.
KLPGA는 3월 선종구 전 회장의 사퇴 이후 위기를 맞았다. 급하게 임시총회를 열고 구옥희 씨를 회장으로 뽑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정관을 무시한 총회 진행이 법원의 심판까지 받았고, 결국 직무집행 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KLPGA는 흔들렸다. 창립 22년 만에 수장과 집행부 없는 시즌을 보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특히 한국여자골프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구옥희, 강춘자, 한명현 씨가 서로 다른 의견을 펴다 등을 돌리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새 집행부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첫 과제는 하루 빨리 새 회장을 영입하는 일이다. 강춘자 부회장은 “임원들과 함께 회장을 모셔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년 1월 중 윤곽이 나오고 2월 정기총회 때는 정식으로 취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새 회장을 영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도 있다. 선수회와의 갈등 봉합과 신뢰 회복이다. 현역 선수 120여 명으로 구성된 선수회는 임시총회가 있기 전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강춘자 씨에게 수석 부회장 출마를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KLPGA의 위기를 몰고 온 장본인이 다시 협회 행정을 맡는다는 것은 잘못됐다는 주장이었다. 처음으로 집행부와 선수회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났다. 이런 분위기에서 강 씨는 당선됐다. 선수회는 불안해하고 있다. 이제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또 일부에서 분란을 조장한 선수회 대표를 징계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새 집행부의 지혜가 필요하다. 할일이 태산인데 사사로운 감정싸움은 협회 정상화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대승적인 자세로 협회 발전에 힘을 쏟아야 한다. KLPGA에 지난 8개월은 쓴 보약이 됐다. 과정은 험난했지만 닻을 올렸으니 함께 노를 저어야 한다. 집행부는 선수회의 요구가 무엇인지 되새기고, 선수회는 새 집행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집행부도 선수회도 모두 KLPGA의 회원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