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손시헌. 스포츠동아DB
꾸준함으로 1군 주전 유격수 꿰차
‘레전드 유격수’ 삼성 류중일 감독도 현역 유격수 중 송구능력을 으뜸으로 꼽는다. 조범현 전 KIA 감독 역시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강정호(넥센)와 조동찬(삼성)을 향해 “보고 배우라”고 주문한 바 있다. 국가대표 유격수의 계보를 잇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 하지만 정작 본인은 손사래를 쳤다. “저는 (운동선수로서)타고난 게 하나도 없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가진 것보다 가져야 할 게 많습니다.”
두산 손시헌(31·사진)은 애초부터 그랬다. 팔삭둥이로 태어나 두 달간 인큐베이터에 있을 정도로 몸이 약했다. 초등학교 때 야구실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웠지만, 이면에는 집에서 홀로 추가훈련을 하는 고충이 있었다. 가족 중에 운동선수 전무, “야구 말고는 제대로 할 줄 아는 운동이 없을” 만큼 운동신경도 타고나지 못했다. 중학교에 올라가자 벽은 더 높아졌다. 체격조건이 좋지 않고 힘도 약해 자꾸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부족함’을 원동력 삼아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했다. 냉정한 프로세계에서 1군 주전유격수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다. “제가 중시하는 게 꾸준함이에요. 야구가 일정궤도에 올라왔다고 계속 좋은 게 아니라 준비를 안 하면 무조건 떨어지게 돼있어요. 특히 저는 남들보다 2배는 더 노력해야 하는 스타일이니까 쉴 수가 없어요.”
그는 시즌이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이른 감이 있지만 “준비를 안 하면 불안하다”고 했다. 타고난 재능이 없어 험난한 가시밭길을 돌고 돌아와야 했던 나날들. 그럼에도 그는 “타고난 게 없‘었’다는 과거형 쓰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여전히 부족하고, 목표를 이루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