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포효 어게인 우즈?

입력 2011-1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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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차례 위기 맞고 역전에 역전…자신감 회복 성공
이벤트성 경기에 상대도 약해…완벽 부활은 글쎄…


타이거 우즈(미국)가 쉐브론 월드 챌린지(총상금 500만 달러·우승상금 120만 달러)에서 무려 749일 만에 우승했다. 골프황제의 컴백을 알리는 의미 있는 우승이다.

우즈는 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사우전드 오크스의 셔우드골프장(파72·7027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우승했다. 2위 잭 존슨을 1타 차로 밀어낸 극적인 우승이다.

우즈는 2009년 11월 성추문 사건 이후 끝없이 추락했다. 올해 세계랭킹 52위까지 떨어졌고, 상금랭킹은 128위에 머물렀다. 데뷔 이래 최악의 시즌이다. 골프황제에서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

우즈가 골프황제로 군림하던 시절, 그의 파괴력은 대단했다. 함께 경기를 펼친 선수들은 우즈의 ‘힘’에 지배당했다. PGA투어에서는 이것을 ‘우즈효과’라고 했다. 마지막 날 챔피언 조에서 우즈와 함께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은 맥을 추지 못하다 끝내 추락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항상 주인공은 우즈였고, 동반자는 조연에 불과했다.

황제에서 내려온 우즈에게서 사라진 면모다.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은 황제답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동반자들이 더 이상 우즈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만하게 생각하면서 우즈를 발판삼아 주인공으로 나서는 선수들이 많았다.

우즈에게 이번 우승의 의미는 크다. 그러나 아직 완벽하게 황제의 모습을 되찾았다고 보기엔 미흡한 게 많다.

이번 경기에서도 존슨의 거센 저항에 몇 차례 위기를 맞았다. 10번홀 버디에 이어 11번홀에서도 버디를 잡아낸 우즈는 존슨에 2타 앞선 선두를 달렸다. 이 정도면 쉽게 우승까지 내달릴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12번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면서 1타 차로 쫓겼고, 존슨이 13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는 순간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16번홀에서 다시 1타 차 2위로 내려앉았다. 승기를 잡고도 스스로 무너져 위기를 자초했다. 만약 우승하지 못했더라면 우즈가 받을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다행히 마지막 2홀을 남겨두고 재역전에 성공해 우승까지 만들어내는 모습에서 옛 골프황제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만족할 순 없다. 우즈가 잘했다기보다 상대가 약했다는 점도 이번 우승에 일조했다. 또 이번 대회가 공식 대회가 아닌 18명의 선수만 참가한 이벤트 경기라는 점에서 시험무대에 불과하다. 우즈가 황제로 인정받기 위해선 더 확실한 한방이 필요하다. 내년 시즌 어떤 모습을 펼쳐보일지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첫날 선두로 나서 우승이 기대됐던 최경주(41·SK텔레콤)는 이날 6타를 잃으면서 공동 12위(1오버파 289타)로 떨어졌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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