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이대호 마케팅’ 팔 걷었다

입력 2011-12-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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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스포츠동아DB

이대호. 스포츠동아DB

구단, 입단식 직후 “닉네임 모집”
재일교포·MD상품 판매 등 겨냥
부산팬 타깃 글로벌전략도 수립


‘이대호의 닉네임을 모집합니다!’

일본 오릭스가 이대호(29) 마케팅을 본격화한다. 니칸스포츠는 그의 입단식이 끝나자 별명을 모집한다는 보도를 냈다. 오릭스 나카무라 준 편성부 과장은 16일 “이대호가 입단 기자회견 후 가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롯데 시절 ‘빅보이’라고 불렸던 별명을 공개했다”며 “이제 일본리그에서 뛰게 된 만큼 ‘오릭스 이대호’에게 맞는 별명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닉네임 짓기’는 마케팅의 첫 걸음이다. ▲일본인들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고 ▲관련 상품 생산에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8년간 뛰었던 이승엽(35·삼성)은 이름 대신 ‘승짱(スンちゃん)’으로 더 많이 불렸고, 김태균(29·한화)도 지난해 지바롯데에서 ‘마쿠하리의 반쵸(幕張の番長:조직의 중간보스)’에서 딴 ‘마쿠하리의 푸우(幕張のプ一さん)’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이대호는 오릭스 입단이 확정된 뒤 이미 ‘구마의 푸우(クマのプ一さん:곰돌이 캐릭터 푸우)’로 불리고 있지만 캐릭터에 더 부합하는 별명을 찾고 있다. 후보도 있다. 간사이 풍으로 ‘나니와의 데양(浪速のデ一やん)’이다. 이는 구단의 본거지인 오사카의 옛 지명 ‘나니와’와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는 ‘데양’을 합친 단어. 이대호가 “한국에서 사이즈가 큰 옷만 파는 가게에서 양복을 구입했고 구단 컬러인 남색과 금색이 조화된 넥타이도 내가 골랐다”고 얘기한 것과 194cm와 130kg이라는 큰 몸집을 강조한 의미가 담겨 있다.

물론 ‘별명’은 마케팅에 있어 빙산의 일각이다. 오릭스는 이승엽과 박찬호의 영입을 통해 얻은 효과를 이대호를 통해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실제 오릭스는 올해 박찬호와 이승엽으로 오사카 지역에 고루 분포한 재일교포들을 홈구장(교세라돔)에 모으는데 성공했다. 입장권과 MD상품 판매, 중계권료 등으로 적지 않은 수익을 낸 것으로도 알려진다.

이대호는 나아가 열정적인 롯데 팬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오릭스 무라야마 요시오 본부장은 부산에서 열린 이대호의 입단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비행기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오사카로 ‘부산의 아들’을 보기 위해 많이 와달라”고 부탁한 바 있다. 나카무라 과장은 “내부에서 이대호는 선수로서 가치뿐 아니라 (마케팅 측면에서도)한·일 양국을 아우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일본 오릭스 본사 글로벌사업부에서 이미 (마케팅과 관련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 한국(서울과 부산)에 있는 그룹 지사와도 적극적으로 교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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