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규 KBO 심판위원장의 이것이 야구다] Q. 3스트라이크 낫아웃땐 타자=주자?

입력 2011-12-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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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홈플레이트 원 벗어나면 자동 아웃

⑫ 스트라이크 낫아웃 김영진 사건



Q. 올 5월 27일 두산 포수 용덕한이 스트라이크아웃낫아웃을 파울이라고 어필하다가 2루주자가 홈까지 들어온 상황을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1997년 8월 23일 쌍방울과 삼성의 대구구장 더블헤더 제1경기에서 일어났던 ‘스트라이크아웃낫아웃 착각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이는 한국프로야구사에서 최대의 해프닝으로 기억될 만한 사건이었다.

1-4로 뒤진 쌍방울의 9회초 마지막 공격. 상황은 2사 1·2루였다.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 원바운드된 볼을 타자 장재중이 헛스윙하자 구심은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인정해 경기 종료를 선언했고, 포수 김영진도 경기가 끝난 것으로 착각해 공을 관중석에 던져 버렸다. 타자였던 장재중 역시 삼진으로 알고 타석에서 물러나던 순간, 쌍방울 김성근 감독이 경기장 안으로 뛰어들었고 방금 장재중의 헛스윙은 규칙상 스트라이크아웃낫아웃에 해당된다고 구심에게 강력하게 어필하면서 사건은 시작됐다.

삼진을 당하고 덕아웃쪽으로 돌아오던 장재중은 김 감독의 지시를 받고 황급히 1루로 뛰어나갔고, 그 후 김 감독의 어필에 따라 심판진은 4심 합의를 한 뒤 종료 선언은 없었던 일로 하고 경기를 재개했다. 이런 경우 선수들, 특히 이긴 줄 알고 게임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선수들의 집중력이 무너지는 법. 이후 속개된 경기에서 삼성은 평범한 타구를 실책까지 범했고, 반대로 쌍방울 선수들은 악착같은 플레이를 펼치며 기어코 역전 점수를 뽑아 결국 쌍방울이 6-4로 승리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상황이 2011년 또다시 일어났다면 문제가 틀려졌을 것이다. 2007년 메이저리그에서 규칙이 개정된 것이다. 그 후 한국프로야구에서도 규칙위원회를 통해 규칙을 개정했다. 그렇다면 규칙은 어떻게 변했을까.


A. 1997년 규칙을 보자. 당시에는 ‘스트라이크아웃낫아웃 상황에서 주자가 된 타자가 벤치나 자신의 수비위치로 가다가 뒤늦게 상황을 깨닫고 1루로 가려고 했을 경우, 그 주자가 덕아웃이나 덕아웃의 계단까지 들어가기 이전이라면 정상적인 주자로 간주한다’고 돼 있다. 바로 이 규칙 부분 때문에 장재중의 뒤늦은 주루시도가 정당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한국프로야구에서 2010년 개정된 규칙은 다음과 같다. ‘주자가 1루에 있더라도 2아웃일 때 포수가 제3스트라이크로 선언된 투구를 잡지 못하였을 경우’ 타자는 주자가 되지만, ‘제3스트라이크를 포수가 잡지 못하여 타자가 주자가 된 뒤 벤치 또는 자신의 수비위치로 가던 중 타자가 주자의 의무를 포기하고 홈플레이트 주위의 흙으로 뒤덮인 원(Dirt Circle)을 벗어나 벤치 또는 자신의 수비위치로 가려는 행위를 했다고 심판원이 판단하면 심판원은 아웃을 선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997년 쌍방울-삼성전 당시 위의 규칙이 적용됐다면 장재중이 덕아웃을 향해서 원을 벗어났기 때문에 자동으로 아웃이 된다. 그렇다면 역사에 길이 남아있는 이 해프닝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해를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던 심판 선배님의 서러움 또한 없었을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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