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1억으로 세계적 명장 모신다고?

입력 2011-12-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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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축구협의 비현실적 대표팀 감독 연봉 가이드라인

히딩크 70억·귀네슈 20억대 몸값 자랑
기술위 접촉 대상들도 10억대 영입불가
협회에 외국인 감독 협상 전문가도 없어


대한축구협회가 새로운 국가대표팀 감독의 연봉 수준을 100만 달러(약 11억 원) 선으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기본급 100만 달러에 옵션이 추가될 전망이다. 하지만 ‘100만 달러+α’로는 세계적인 명장을 영입하기 쉽지 않다. 현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상당수 감독들은 이보다 높은 액수를 희망할 가능성이 높다. 지도력, 월드컵 본선 참가 경력, 한국 축구 정서와 리더십까지 두루 갖춘 명망 높은 감독들은 훨씬 많은 액수의 연봉을 받고 있다.


● 100만 달러로 명장 영입(?)

2002한일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의 기본급은 100만 달러였다. 당시로는 파격적인 금액이었다. 협회가 이후 영입했던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70만 달러, 요하네스 조 본프레레 감독은 65만 달러를 받았다. 2006독일월드컵 지휘관이었던 딕 아드보카트는 히딩크와 같은 100만 달러였다.

협회가 이번에 제시한 100만 달러는 현실적으로 볼 때 턱없이 적은 액수다. 히딩크 감독은 최근까지 머물렀던 터키에서 70억 원을 받았다. K리그 FC서울에 머물렀던 세뇰 귀네슈 감독은 터키 트라브존스포르에서 20억 원대 몸값을 받고 있다.

기술위원회(위원장 황보관)가 1차 접촉대상으로 선정한 아르헨티나 감독들 중 몇몇 감독들은 대략 10억 원대 연봉을 받았다. 스페인 유력 일간지 마르카에 따르면 남아공월드컵에서 파라과이를 8강에 진출시킨 아르헨티나 국적의 헤라르도 마르티노(49) 감독은 당시 연봉이 약 36만 달러(당시 환율 4억2000만 원) 선이었다. 대회 성적과 파라과이에서 최근까지 남긴 족적을 두루 종하면 몸값이 크게 상승했을 가능성이 크다. 직장이 없는 호세 페케르만(62) 감독은 2006독일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이끌 때 85만 유로(당시 환율 13억 원) 가량을 받았다. 이들 역시 100만 달러 이상을 제시해야 영입이 가능한 후보들이다.

기술위원회가 2순위로 정한 이탈리아 사령탑들 중에는 10∼20억 원대 몸값으로 영입할 만한 대상자들이 전무하다. AC밀란(이탈리아)과 첼시(잉글랜드) 등을 이끈 카를로 안첼로티(52) 감독은 40억 원대, 또 다른 이탈리아 국적의 명장 마르셀로 리피(63) 감독은 300만 유로(약 44억 원)를 받았다.


● 몸값을 맞춰줄 협상 전문가 없는 축구협회

외국인 감독들의 몸값도 높지만 협상 전문가의 부재도 협회가 새로운 사령탑을 영입하는데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가삼현 전 협회 사무총장은 당시 외국인 사령탑 선임을 지휘했다. 기술위원회가 후보를 선정하면 협상하는 역할을 맡았다.

협회 관계자들은 “가 사무총장이 계약 체결에 있어 많은 역할을 했다. 외국인들은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에 옵션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편이다. 매우 까다로운 작업을 가 총장이 협상을 통해 잘 풀어나갔다”라고 말했다.

가 총장이 협회를 떠난 이후 이렇다할 협상 전문가가 없다. 외국인 감독이 원하는 조건과 협회가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을 협상을 통해 조율해야 한다. 협상에 실패하면 계약 성사도 어렵고, 자칫 외국인 감독에게 끌려가 필요 이상의 지출을 해야 할 수도 있다. 현 상황에서 기술위원회가 외국인 감독 후보를 압축해도 협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거 외국인 감독을 선임과정에 참여했던 축구인은 “외국인 감독들은 세부 계약 조항까지 두루 확인한다. 협회에 협상 전문 인력이 없다보니 외국 에이전시와 해당 감독 후보에게 협상 내내 끌려 다닐 가능성도 농후하다. 협상 시점과 관례, 추가 옵션까지 자세히 챙겨야 망신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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