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수탐구] 두산 이용찬, 큰 키에 150km 광속구 대한만국 ‘직구의 제왕’

입력 2011-12-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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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용찬은 타고난 신체에 빠른 볼을 갖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투수다. 기술적·심리적으로 부족한 점을 조금만 보완한다면 정말 무서운 투수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갖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투수탐구 5번째 주인공은 두산의 희망, 이용찬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완벽한 투수의 스타일을 그려볼 때 현 넥센 김시진 감독과 함께 이용찬의 체격이 투수로서 가장 이상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게다가 이용찬은 모든 투수들이 욕심내는 부분, 즉 ‘큰 키와 빠른 직구’를 확실히 갖춘 젊은 선수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팔꿈치 수술을 하고 훌륭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 류현진도 고등학교 시절 수술을 했고, 현재 최고의 투수가 됐다. 그래서 최근 중·고등학교 선수들 중에 미리 인대접합수술을 하는 선수들이 제법 있다고 들었는데, 수술을 하면 더 강해진다는 얘기도 있지만 잘못된 수술은 선수 생활을 마감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5. 두산의 희망 이용찬



파워커브 갖춘다면 참 좋은데…


투수들도 부러워하는 하드웨어
직구 구사율 80%…자신감
투구폼 무난 리듬도 일정

첫 선발 변신…체력 과부하
무리한 변화구 ‘옥에 티’
직구 일변도…완급조절 아쉬움



● 기술적인 면

이용찬은 다른 투수들이 부러워하는 정말 빠른 공을 갖고 있는 투수다. 구속 2∼5km를 끌어올리기 위해 투수들이 별별 노력을 다하고 있고, 지도자 또한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 연구하고 있다. 이용찬은 부모님이 주신 빠른 공으로 지난 2년간 최고의 마무리투수로서 두산의 승리를 지켜주는 역할을 했다. 마무리 역할을 했던 지난해 투구 분포를 보면 직구 구사율이 무려 80%를 넘었고, 슬라이더가 17% 정도였다. 특히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는 무려 95%의 직구를 던질 정도로 빠른 공에 대한 자신감이 남달랐고, 이 빠른 공이 상대를 이길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였다고 할 수 있었다.

선발투수를 하기 위해서는 경기 전 불펜투구를 포함해 기본적으로 150개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2년 동안 던진 직구, 슬라이더 두 구종으로는 상대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다. 5일 또는 6일만에 등판하는 몸의 균형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번 시즌을 통해 선발투수로서 준비해야 할 것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본인도 느꼈을 것이다.

작년까지, 2년간 마무리투수로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줄 때도 투수를 평가하는 첫 번째 항목인 방어율은 2009년 4.20, 지난해 3.24로 좋지 않았다. 좀 더 기술적인 성장을 해야 선발 투수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는데, 새로운 것을 만들고 연마하기에 단 한 번의 스프링캠프는 부족했을 것이다.

이용찬의 투구폼을 보면 특별히 나쁜 점을 발견할 수 없다. 폼이 조금 크다는 느낌은 있지만 팔스윙도 무난하다. 리듬도 항상 일정해 보인다. 힘을 모으는 피니시 자세도 좋다.

그러나 선발 투수가 되면서 무리한 힘을 쓰는 모습이 보인다. 평소 빠른공을 던진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라도 더 빠른 공을 던지기 위한 욕심은 분명히 있다. 그리고 마운드에서 본인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과부하가 걸린 듯한 흐트러진 폼이 나오는 것이다.

이용찬의 투구폼을 보면 자유족을 드는 순간, 축족(오른다리)이 굳건하게 고정되지 못하고 발꿈치가 허리와 어깨가 돌아가는 대로 같이 회전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타석에서 투수의 등에 붙어 있는 번호가 다 보이게 된다. 이 자세에서 포수에게 투구하기 위해서는 모든 동작이 심하게 ‘열려 있어야’ 가능하다. 어깨 허리 무릎이 돌아나오게 된다는 뜻으로 결국 ‘오픈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강하고 정확한 투구를 하기 위해서는 앞쪽 어깨와 뒤쪽에서 나오는 어깨가 균형을 맞추면서 같이 돌아야 한다.

본인이 가장 확실하게 타자와의 싸움에서 이용했던 구종인 빠른공이 더 이상 위협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자연스럽게 변화구 구사가 많아진다. 올시즌 이용찬의 볼배합을 보면 포크볼의 구사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포크볼을 많이 던지면 투수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정말 빨리 구속이 줄어든다.

이용찬은 포크볼과 함께 슬라이더도 구사한다. 이용찬의 슬라이더는 떨어지는 각도가 매우 크다. 거의 커브 각도 수준이다. 기본적으로 슬라이더는 공의 측면에 힘을 가하면서 회전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이용찬은 좀 더 큰 각도를 위해 손목의 회전을 이용하는 듯하다. 결국 모든 공에서 빠르고, 좀 더 큰 회전력을 갖고 싶어하는 욕심이다. 이러한 욕심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자신의 무한 잠재력을 막고 있는건 아닌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150km를 던질 수 있지만, 때론 140km 정도의 구속으로 볼끝을 좋게 만드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고, 이런 투구가 타자를 더 힘들게 한다는 것을 본인이 느껴야 한다.

지금부터 스프링캠프까지 새로운 투수코치와 편안하게 깊은 대화를 통해 기술보완을 꾀하고, 시즌에 들어가면 불같은 강속구로 타자를 제압해야 한다.


● 특급 투수가 되길 바라면서

일반적으로 ‘새가슴’이란 표현을 쓰면서 선수를 평가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본인의 속마음을 전혀 알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현상만 가지고 그렇게 단정짓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이제까지 그와 비슷한 많은 유형의 투수를 보면서 느낀 것은 분명히 심리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완벽함을 추구하려는 생각, 그 생각들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현상일 수도 있고 본인의 능력, 특히 제구력이 흔들리면서 그런 얘기를 듣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가끔 너무 소심해서 타자와의 승부를 기피하는 투수도 분명히 있지만….

밖에서 보는 이용찬은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갖고 있는 스피드가 떨어지면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폼의 변화는 물론이고 좀 더 힘을 넣어보기도 하고, 또 변화구를 던지면서 타자를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 좀 더 완벽한 변화구를 완성하기 위해 주변에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하기도 하는 선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이론을 머릿속에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투구 메카닉이 없는 상태에서의 변화는 도리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본인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다른 투수들이 부러워하는 가장 중요한 것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그 기본에 조금씩 새로운 것을 보태야 한다.

조금 슬럼프에 빠졌다고 생각되어도 곧 제 자리에 돌아올 수 있는 자신만의 확실한 무엇이 있어야 한다. 너무 강하게 힘으로만 던지지 말고, 힘을 빼는 것도 연구해보는 게 좋다. 만약 구종을 개발한다면 커브를 연마해보는 것도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인 면 뿐만 아니라 올시즌 부족했던 체력적인 보완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기술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룬다고 해도 9이닝을 버틸 힘이 없다면 선발 투수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이용찬은 전임 감독에 의해 마무리에서 선발로 보직이 바뀌었는데 이는 마운드에서 공격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는 뒤로 물러설 수가 없다. 항상 배수의 진을 치고 투구해야 한다.

영웅들과 훌륭한 CEO 중 많은 사람들이 소심한 성격이었다는 말도 있다. 공 하나에 신중을 기하고, 타자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지 확실히 결정지은 뒤 자신이 갖고 있는 빠른 공을 던지고 간간이 변화구로 타자를 현혹시킨다면 내년 이용찬의 모습은 막강하게 변해 있을 것이다.

● 이용찬은?


▲ 생년월일 = 1989년 1월 2일

▲ 출신교 = 신원초∼양천중∼장충고

▲ 키·몸무게 = 185cm·85kg(우투우타)

▲ 프로 입단 = 2007 신인 드래프트 두산 1차 지명

▲ 2011년 연봉 = 5900만원

▲ 2011년 성적 = 28경기 6승10패 99탈삼진 방어율 4.19(129이닝 60자책)

▲ 통산 성적 = 134경기 9승13패 51세이브 173탈삼진 방어율 3.82(226이닝 96자책)

양상문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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