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노브레인, 우리 회사서 ‘홍대공연 쉬자’하면 싸움나요

입력 2011-12-2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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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15주년 기념콘서트

데뷔 15주년을 맞은 노브레인은 “이제 인디음악은 가난함이 아니라 개성과 동경의 대상이 됐다”며 뿌듯해했다.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 ohhoony@donga.com

“15년 사이에 변한 건? 목욕탕에서 제 하반신을 뚫어져라 보는 사람이 생겼다는 거죠. 관심이 생긴 거예요.”

‘조선 펑크’를 내세운 ‘청년폭도맹진가’로 가요계에 충격을 준 노브레인이 결성 15주년을 맞았다.

시대의 젊음을 절규하던 ‘새빨간 애송이’ 보컬 이성우(36)는 30대 중반이 됐다. ‘막다른 골목으로 질주’하고 ‘맨땅에 헤딩’하며 ‘사정없이 사정하리라’던(‘청춘98’) 노브레인은 국가대표 록밴드가 됐다.

1000석짜리 공연장에 20여 명을 앉혀놓던 노브레인은 이제는 객석을 꽉꽉 채우는 인기 밴드다. ‘원년 멤버’는 이성우와 황현성 뿐이다.

노래도 변했다. 2004년 발표한 대표곡 ‘넌 내게 반했어’와 2006년 출연한 영화 ‘라디오스타’는 노브레인을 인디의 영웅에서 일약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인기 밴드로 바꿨다.

2009년 MBC ‘무한도전-올림픽대로가요제’에도 노홍철과 팀을 이뤄 출전했다. 인디를 버렸다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명색이 록밴드인데 거대 자본에로, 무대가 아닌 스크린과 TV로 음악을 들려주는 게 실망스러웠나 봐요. 하지만 노래를 많이 들려드리는 게 중요했어요. 밴드가 세상으로 나오는 문을 연 거죠.”

신해철은 과거 미국 메탈리카의 내한 당시 “메탈리카는 한국에 전세기 타고 오는데, 나는 BMW 타면 안 되는 거냐!”라고 말한 바 있다. 노브레인은 “인디밴드가 비싼 기타 쓴다고 욕하는 걸 보면 답답하다”고 했다.

“능력이 되면 좋은 차 타고, 좋은 기타 쓰는 거죠. 록 팬들은 채찍만 휘두르는 것 같아요. 요즘 전 주변 밴드들에 악플 이겨내는 방법 알려주며 살아요.”

10월 막을 내린 KBS2 ‘밴드 서바이벌 TOP 밴드’에서 한국의 신구 밴드들은 TV 카메라 앞에 섰다.

노브레인은 신대철, 김도균 등 ‘록의 전설’들과 함께 코치로 참여했다. ‘우승 팀’ 톡식은 유명 기획사들의 러브 콜에도 “인디밴드로 남겠다”고 선언했다.

“메이저가 나쁜 게 아니에요. 반대로 인디는 나쁘고 메이저가 좋은 것도 아니죠. 다만 톡식이 버스커버스커(‘슈퍼스타K3’ 2위)보다는 인기 있었으면…. 음악을 훨씬 잘하잖아요.”

노브레인에 홍익대 앞은 고향과도 같다. 노브레인은 브로큰발렌타인, 아이씨사이다 등 제자들과 홍익대 앞에서 ‘오버 더 탑’이라는 공연을 열기도 했다.

“홍대에 있으면 편안해요. 관객과 어깨동무 하고 싶고. 회사에서 ‘홍대 공연 당분간 쉬자’고 하면 싸움 납니다.”

‘홍대’라고 하면 ‘가난하고 지저분한 예술인의 거리’ ‘젊음의 피난처’로 통하던 때가 있었다. 밴드들은 지하실에서 낡은 기타를 안고 연습했다. 하지만 지금 홍대는 고급 카페와 음식점들이 가득한, 과거와는 다른 젊음의 거리가 됐다.

“‘록밴드’란 삶에 찌든 동정의 대상이었는데, 이젠 자기 개성을 표현하는 동경의 대상이 됐어요. 세상이 바뀐 거죠.”

노브레인은 24일에 15주년 기념 콘서트 ‘ㅋㅋㅋ’를 연다. 2일에는 후배 밴드 고고스타와 크리스마스 캐럴 음원도 냈다.

“‘변했다’는 말은 이제 지겨워요. 중요한 건 아이유와 십센치(10cm) 덕에 예전엔 춤추고 랩 하려던 사람들이 지금은 기타를 친다는 거죠. 과거 우린 아웃사이더였는데, 요즘은 파티투게더의 쾌감이 있어요. 아이유와 십센치, 감사합니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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