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기존 선수들 홀대하는 한화의 연봉협상

입력 2011-12-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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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존 선수들에게는 ‘통 큰 구단’이 되지 못하나.”

한화의 A선수가 불만을 토로했다. 한창 진행 중인 선수단 연봉 협상 얘기였다. 투수 고과 1위인 박정진과 타자 고과 1위인 강동우는 물론 주전 선수들 대부분이 구단의 안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일찌감치 계약을 마친 일부 선수들도 ‘오래 끌어봤자 내 손해’라며 울며 겨자 먹기로 사인했다고 토로한다. A선수는 “선수들이 대부분 실망만 하고 돌아섰다. 지난해에도 연봉 때문에 진통이 심했지만, 2년 연속 최하위를 했으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체념의 분위기도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선수들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고 순위도 끌어 올렸다. 이대로는 못 물러서겠다는 반응이 많다”고 했다.

B선수는 더 강경했다. “비시즌 내내 외부 영입에만 신경 쓰면서 ‘큰 손 구단’이라는 이미지만 만들어 놓고 정작 1년 내내 고생한 선수들에게는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이전에 비해 상대적인 박탈감만 더 크다”고 토로했다. 6년 평균 15승을 올린 에이스 류현진도 3000만원 인상안을 받아든 처지고, 유일한 골든글러브 수상자에 3할 타자인 이대수도 한파를 피해가기는 힘든 분위기다. “박찬호·김태균·송신영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사기는 어떻게 되는 거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 만 하다.

한화의 겨울 연봉 대란은 한두 해의 문제가 아니다. 스타플레이어들을 즐비하게 거느리던 시절부터 ‘짠돌이 구단’ 이미지가 강했다. 지난해에도 그랬다. 시즌 내내 리그를 들썩거리게 한 에이스 류현진에게 6000만원 오른 3억5000만원을 제시했다가 여론이 좋지 않자 슬그머니 5000만원을 더 얹어준 뒤 “자존심을 살려줬다”고 포장했다. 또 전지훈련 출발 직전까지 주전들과의 계약을 끝내지 못해 진통을 겪자 결국 기존 제시액보다 조금 더 올려주고 서둘러 갈등을 봉합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상황이 달라져서 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5월에 전격적으로 사장과 단장을 동시 교체한 후 씀씀이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한화다. 시즌 중반 보기 드문 규모의 ‘당근’을 풀었고, 공격적인 선수 영입으로 스토브리그를 들었다 놨다. 그 과정에서 기존 선수들의 기대는 더 커졌다. 당연히 실망도 그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 한화 그룹이 강조해온 ‘신용과 의리’는 “이름값 있는 일부 선수들에게만 유효하다”는 게 선수단의 한탄이다.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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