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수. 스포츠동아DB
이천수의 사죄에 진정성이 있는 걸까. 그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최근 드러난 정황을 보면 아닌 것 같다.
현재 이천수와 이천수가 2009년 전남에 임대 이적할 때 대리인, 전남 구단 3자간 민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천수는 전남에서 임대기간 내 팀을 떠나면 3억7500만원의 위약금을 물기로 했다. 이천수 대리인이 서명했다. 이천수는 임대기간이 남아 있던 2009년 6월, 있지도 않은 노예 계약서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등 진통 끝에 사우디로 떠났다. 위약금은 지불하지 않았다. 합의서에 자신의 서명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민사재판이 시작됐다. 올 1월 1심 공판에서 이천수 대리인이 전남에 위약금 2억여 원을 물라는 판결이 나왔다. 전남은 일부 승소했지만 항소했다. 위약금은 어떤 형태로든 당사자인 이천수가 책임져야 한다는 게 전남 입장이다. 이천수와 대리인도 항소해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전남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이천수 측 변호사가 합의를 요구하며 대신 임의탈퇴를 철회해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자신이 원하는 걸 보장해줘야 돈을 줄 수 있다는 뜻. 기브 앤 테이크 식 거래를 시도했다. 그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이런 요구가 가능할까.
전남이 이천수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으려는 건 돈 때문이 아니다. 향후 재발방지를 위한 제대로 된 선례를 남기기 위해서다. 이천수가 정말로 깊게 뉘우친다면 뒤에서 임의탈퇴 철회 따위의 은밀한 제안을 해서는 안 된다. 위약금부터 떳떳하게 해결하고 사죄한 뒤 전남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는 게 맞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