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이 결국 ‘고향팀’ KIA를 떠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빅초이를 잡기 위해 2개 서울팀이 베팅에 들어갔지만 거취는 사실상 두산보다는 넥센으로 결론이 난 상황이다. 스포츠동아DB
KIA, 지난 9일 트레이드 최종 결정
넥센, 필승 불펜 카드로 적극적 대시
두산도 고려했지만 경쟁팀이라 부담
최희섭(33)이 3년 넘게 4번 타자로 활약했던 KIA를 떠날 것이 확실해졌다. 스포츠동아의 취재 결과 KIA는 지난 9일 최희섭의 트레이드를 최종 결정하고 서울 2개 팀과 협상을 진행했다. 이 중 KIA가 원하는 필승 불펜요원 등을 카드로 꺼낸 넥센과 합의에 접근했고, 마지막 조율 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르면 14일이나 15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최희섭은 이미 지난해 11월 중순 구단에 “새로운 환경에서 야구를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최희섭은 2009년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며 광주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1호 한국인 타자라는 큰 상징성을 갖고 있지만 KIA는 심사숙고 끝에 트레이드를 결정했다.
이후 넥센이 적극적인 의사를 보였고 두산도 트레이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두산은 KIA가 필요한 마무리 후보를 카드로 꺼냈지만 4강 경쟁상대라는 부담이 더해져 최종 선택이 넥센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두산의 마지막 반전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KIA와 넥센은 10일 좌완투수 한 명과 맞바꾸는 논의를 벌였으나 1차로 결렬돼 12일부터 추가협상을 했으며 넥센이 좌완 불펜과 우완선발요원 한 명을 보내는 것으로 판이 커졌다. 기본적으로 1대 2지만 마지막 조율 과정에서 2대 2나 3대 3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이범호, 김상현, 나지완 등 우타자에 비해 좌타 거포가 부족한 KIA에게 최희섭은 여전히 꼭 필요한 핵심 전력이었다. 선동열 감독도 11월 초 최희섭과 면담해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고참으로 새로운 역할을 기대한다”며 용기를 주기도 했다. 최희섭은 선 감독의 격려에 큰 고마움을 느꼈지만 지난해 허리부상으로 팀에서 제 몫을 다하지 못한 부분을 계속 괴로워했고 코칭스태프 개편 이후 새로운 환경에서 야구를 해보고 싶다는 결심을 굳혔다.
KIA구단은 최희섭이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도 더 이상 팀에서 정상적인 경기출장이 힘들다고 판단했다. 최희섭이 지난해 허리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하자 일부 팬들의 거센 성토가 계속됐다. 최희섭은 지난해 부상 치료를 받으며 광주 집에서 프로야구 중계방송을 시청하던 중 KIA경기의 공수 교대 중간 두산 경기로 채널을 바꿨고, 결혼 전 두산팬이었던 아내가 TV를 보고 있는 모습을 트위터에 올린 적이 있었다. 그러자 일부 KIA 팬들은 ‘4번 타자가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하는 상황에서 두산을 응원하고 있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최희섭 가족은 이 사건 이후 정신적으로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또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주장을 맡아 큰 의욕을 보였지만 일부 선수들이 엄해진 모습에 낯설게 반응했고 결국 물러나게 돼 큰 어색함이 남은 것도 부담이었다.
최희섭에게 팀 안팎에서 야구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KIA구단은 그동안 많은 공을 세운 선수의 장래를 고려했고 주축 타자가 장시간 합류하지 못하는 것이 선수 개인이나 팀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판단해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선 감독은 8일 2012년 첫 훈련을 시작하면서 “최희섭은 여전히 팀에 필요한 전력이다. 몸 상태가 좋아지면 애리조나 캠프에 함께 가고 싶다”며 마지막까지 기회를 주려 했지만 이미 팀을 떠날 것을 대비해 김상현을 1루로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