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의 V리그 스펀지] 서포터의 세계…4800명 자일즈 방패군단의 든든한 V방패

입력 2012-01-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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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터의 열광적인 응원을 통해 남자프로배구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현대캐피탈 자일즈가 경기 도중 열띤 응원을 보내고 있다. 사진제공 | 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 자일즈 회원수·인기 톱
시즌 후엔 선수단과 1박2일 이벤트

삼성화재 데팡스, 최고 자부심 똘똘
대한항공 에어로, 16년 전부터 활동
LIG 가디언스 ‘순수 후원’ 의기투합
프로스포츠의 꽃은 ‘팬’이다. 팬들 중에서도 가장 열성적인 사람들이 모인 게 ‘서포터’다. 서포터가 잘 정착된 종목은 축구다. 골대 뒤편에서 유니폼을 맞춰 입고 90분 내내 열광적인 응원을 펼치는 모습은 장관이다. 축구대표팀의 12번째 선수로 불리는 ‘붉은 악마’가 대표적이다. K리그 최고 라이벌 FC서울과 수원삼성의 서포터 수호신과 그랑블루는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앙숙이다. 축구에 비해 프로배구 서포터는 아직 생소하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열정은 못지않다. 삼성화재와 대한항공, 현대캐피탈과 LIG손해보험 등 남자배구 ‘빅4’의 서포터들을 조명해 본다.


○최고의 서포터는?

천안은 배구도시다. 남자배구 최고 인기구단은 천안을 연고로 하는 현대캐피탈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남자배구단 중 서포터가 가장 잘 운영되고 있는 곳 또한 현대캐피탈을 응원하는 자일즈다. 자일즈는 그리스어로 방패를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다. 전통적으로 블로킹에 강한 현대캐피탈의 팀 특징을 잘 나타내주는 이름이다. 자일즈는 현대캐피탈 전신인 현대자동차써비스 팬클럽이었던 피코다솜부터 시작됐다. 프로출범 후 자일즈로 명칭을 바꾸고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카페 가입 인원만 4800여명이고 1년에 3만원의 연 회비를 내는 유료회원도 230명이나 된다. 경기 당 100명 가까이 응원을 온다.

현대캐피탈 홈경기장인 유관순체육관에는 자일즈 존이 있다. 존의 위치는 코트 엔드라인 쪽 관중석과 사이드라인 쪽 관중석을 연결하는 대각선 통로에 있다. 남다른 의미가 있다. 자일즈 천안지부장 윤선경(24) 씨는 “양쪽의 응원단을 우리가 이어준다는 뜻을 담고 있다. 체육관을 찾은 모든 팬들과 함께 응원하고 호흡하고 싶다는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현대캐피탈은 시즌이 끝나면 자일즈 회원을 대상으로 1박2일 팬 미팅 행사를 갖는다. 자일즈라고 해서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일즈는 자체적으로 단체관람 횟수가 많은 회원 100여명에게만 특전을 부여한다.


○정착되는 서포터 문화

과거에는 자일즈 외에는 조직적인 응원을 펼치는 배구 서포터를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많이 달라졌다. 서포터 문화가 점점 녹아들고 있다.

삼성화재 서포터는 데팡스다. 회원은 200여명이고 경기 당 40∼50명이 경기장을 찾는다. 프로출범 이듬해인 2006년 만들어졌다. 데팡스 양혜란(27) 기획팀장은 “개인적으로 대전에서 배구를 보다보니 늘 아는 얼굴들을 마주쳤고 하나 둘 씩 함께 보다가 서포터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최다 우승과 최강 전력을 자랑한다. 데팡스는 역시 팀 전력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양 팀장은 “쉽게 무너지지 않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팀에 대한 큰 믿음을 갖고 있다”며 엄지를 들었다.

대한항공 서포터 에어로는 가장 오래된 서포터다. 프로출범 훨씬 전인 1996년 6월 만들어졌다. 에어로 강명현(30) 회장은 “PC통신에서 교류를 이어가다가 오프라인에서 만나기 시작했고, 인원이 많아지자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뭉치게 됐다”고 말했다. 에어로는 올 시즌 매 경기 피가 마른다. 승점제 도입 후 대한항공은 풀 세트 게임이 가장 많다. 강 회장은 “경기는 재밌지만 우리는 늘 가슴 졸인다”며 웃었다.

LIG손해보험 뒤에는 서포터 가디언스가 있다. 2006년 삼족오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다가 2008년 지금 이름으로 바뀌었다. 계기가 흥미롭다. 가디언스 장태영(44) 회장은 “예전에는 구단 운영에 간섭도 하고 요구만 한 적도 있었다. 배구단이 변신을 꾀하면서 우리도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순수한 후원자가 되자는 의미에서 이름도 수호신이라는 뜻의 가디언스로 정했다. LIG손해보험 연고지는 경북 구미다. 서울에서 가장 멀다. 가디언스 회원 대부분은 구미에 살지만 원정을 대비해 서울, 인천, 천안 등지에 10∼20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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