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마니아 비꼬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광고

입력 2012-02-08 09: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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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현지 시간), 삼성전자의 첫 슈퍼볼 광고인 ‘갤럭시노트’ 광고가 공개됐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경기로 손꼽히는 미식축구 챔피언결정전 ‘제46회 슈퍼볼’ 4쿼터에 갤럭시노트 광고를 내보냈다. 광고 시간은 무려 90초. 수퍼볼 단일 광고 사상 최장 시간이다.

경기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4쿼터의 특성상 광고 단가도 상상을 초월한다. 삼성전자는 최소 1,050만 달러(한화 약 120억 원)의 광고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월 중순부터 이동통신사 AT&T를 통해 미국 시장에 갤럭시노트를 출시한다.


이제 직접 비난은 하지 않아, 절제된 광고

광고는 애플 마니아들의 맹목성을 다시 한 번 꼬집는 것으로 시작한다. 애플스토어로 추정되는 한 건물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새로 출시될 제품을 사기 위해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것.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지루하기 짝이 없다는 얼굴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 어디서 많이 본 이들이다. 바로 지난해 말 추수감사절에 삼성전자가 내보냈던 ‘갤럭시S2’ 광고에 등장했던 사람들이다. 곱슬머리의 청년, 투덜거리던 금발 여성, 시니컬한 표정의 바리스타 등 이전 광고에 나왔던 수많은 사람들이 거의 그대로 등장한다. 말하자면 이번 갤럭시노트 광고는 갤럭시S2 광고의 후속작인 셈이다.


당시 갤럭시S2 광고는 애플과 애플 마니아들을 직접적으로 ‘디스’해 논란을 낳았다. “9시간만 더 기다리면 차례가 돌아와 제품을 살 수 있다”라며 기뻐하는 흑인 여성을 통해서 아이폰의 물량 부족을 비꼬았고, “블로그를 보니 배터리를 대충 만든 것 같다고 한다”라고 중얼거리던 남성은 아이폰 배터리 논란을 연상케 한다. 뒤돌아선 젊은 남성은 “전작과 똑같이 생겨서 아무도 내가 새 휴대폰을 산 줄 모르겠다”라고 불평했고, 금발 여성은 “4G가 된다는 말이 없다”라며 당황한다. 압권은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난 창조적인 사람이라 삼성 제품을 사지 않는다”라고 말하던 한 애플 마니아다. 이에 옆에 있던 친구가 “너는 (창조적인 것과 크게 상관없는) 그냥 바리스타잖아”라며 핀잔을 준다. 맹목적으로 애플 제품을 추종하는 사람들을 비꼬는 부분이다. 당시 이 광고의 평가는 “재미있는 풍자”라는 의견과 “직접적인 비교가 불편하다”는 의견으로 크게 엇갈렸다.


이에 비해 이번 갤럭시노트 광고는 조금 순화된 느낌이다. 애플 제품을 연상하게 하는 대사는 나오지 않는다. 갤럭시노트를 얻고 난 후 “이제 나는 자유다(Freedom)”라고 외치는 것이 고작이다. 대신 광고의 대부분은 갤럭시노트를 들고 춤추며 환호하는 사람들을 주로 담았다. 물론 애플의 골수 마니아인 바리스타는 대열에 합류하지 않고 “(갤럭시노트에 대한 관심이) 너무 과장됐다”라며 꿋꿋이 자리를 지키긴 하지만. 전작을 보지 않았다면 광고에 담긴 속뜻을 완전히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다.


광고 자체에는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이 광고는 미국 코미디의 대가 바비 패럴리(Bobby Farrelly)가 만들었다. 바비 패럴리는 ‘덤 앤 더머’, ‘메리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등을 만든 패럴리 형제 중 한 명이다. 그래서인지 뜬금없이 등장하는 성가대의 합창이나 고적대의 행진도 흥겹게 보인다. 영국의 인기 밴드 다크니스의 깜짝 등장과 함께 ‘I Belive in a Thing Call Love’가 배경음악으로 쓰인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광고를 자세히 보면 인기 모델 미란다 커도 카메오로 등장한다.


미지근한 반응… 광고 효과는 얼마나?


그러나 미국 시청자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좋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 투표 중인 ‘2012년 슈퍼볼 광고’에서 갤럭시노트 광고는 ‘최악의 광고’ 순위권을 다투고 있다. ‘가장 재미있는 광고’에서도 최하위권이다. USA투데이의 투표에서는 10위에 이름을 올리며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미국 시청자들에게 삼성전자의 광고는 그리 인상 깊은 않은 셈이다.

이는 단순히 비교광고에 대한 반감 때문은 아니다. 1984년 애플은 슈퍼볼 하프타임에 조지 오웰의 ‘1984년’을 패러디하여 IBM컴퓨터에 대항하는 애플을 빗댄 비교광고를 선보였는데, 이 광고는 현재까지도 가장 인상적인 광고로 꼽힌다. 이 광고 하나로 애플의 입지가 확고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바비 패럴리의 광고 제작 능력이 기대 이하거나 ‘국산 기업’ 애플에 대한 ‘외국 기업’ 삼성전자의 도전을 미국인들이 불편하게 여긴 것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미 광고는 집행됐고, 삼성전자는 거액의 광고료를 투자한 만큼 확실한 광고 효과를 뽑아내야 한다. 그 결과가 어떨지, 곧 출시될 갤럭시노트의 판매성적이 궁금해진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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