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수탐구] 마운드의 에디슨 넥센 심수창…제발 폼 좀 그만 바꿔!

입력 2012-03-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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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손가락을 세우는 동작만으로 여성팬들의 탄성을 불러일으키는 넥센 심수창. 양상문 해설위원은 외모보다 야구 실력이 훨씬 앞서는 선수였다고 기억한다. 승리의 노하우를 깨닫고 마운드에서 단순하게 던진다면 비주얼을 겸비한 스타투수로 거듭날 것이다. 스포츠동아DB

창의성 뛰어나 투구폼 등 자주 바꾸지만
자세 흔들려 결국 제구력 저하로 이어져
삼진 잡을수 있는 주무기 없는것도 숙제

10승?…자세·구종 완벽한 것 하나씩만!


시즌을 치르다보면 숱한 기록이 쌓인다. 진정 자랑스러운 기록이 있는가 하면 내놓기 싫은 기록도 생기게 마련이다. 지난 시즌에도 새로운, 그리고 많은 기록이 만들어졌다. 그 가운데는 단 1승을 올리면서 커다란 관심을 끈 선수도 있었다. 2011년 2승13패, 방어율 5.01을 기록하며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다진 넥센 심수창을 심층 분석해본다. 심수창은 외모보다는 야구실력이 훨씬 앞서는 선수였다. 데뷔 당시 145km의 공을 뿌리고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는 신인으로 기억한다. 2004∼2005년 신인선수로 혹독한 시련기를 거쳐 2006년 드디어 팀의 에이스로 성장할 가능성을 상징하는 10승을 달성했다. 방어율도 4.38로 나쁘지 않았지만 볼넷이 52개, 삼진이 56개로 엇비슷했다. 게다가 피홈런이 무려 17개였다. 일반적으로 홈런을 많이 맞는 이유는 높은 쪽으로 공이 몰리거나 구위가 약하기 때문이다. 즉, 최고의 해를 만들었어도 무언가 결정적 보완책이 필요했던 것이다.


○새로운 시도의 두 얼굴

심수창은 무언가 끊임없이 시도해보는 투수다. 투구폼도 혼자서 생각한 뒤 경기 중에 생각대로 시행해 본다. 여러 가지를 연구하며 ‘아, 이거다’라고 확신이 서면 실전에 사용하는 보통 투수들과는 달리 구종도 몇 번 연습 후 경기 중에 사용한다. 이것이 잘 먹혀 들어가면 타자들 입장에선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투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진행과정을 보면 그렇지 못했다고 본다. 10승 투수라도 3∼4승은 본인의 능력으로 만들고, 3∼4승은 타인의 도움으로 얻게 된다. 한 시즌 30경기 가량 선발 등판한다고 보면 3∼5경기 정도는 잘 던지고도 타선의 도움을 얻지 못해서, 상대 투수의 호투로 마지막 리드를 지키지 못해서 승리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특이하게도 심수창은 정말 아깝게 놓친 승리가 너무 많았다.

투수가 7∼10승 정도를 만들기 위해선 동료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리고 한 시즌 도움을 받지 못하면 다음 시즌에는 분명히 다른 결과를 얻는다. 심수창은 너무 오랜 기간 불운이 이어졌다. 롯데 송승준도 승수에 비해 피홈런수가 많은 투수다. 그러나 매년 두 자리를 웃도는 승리를 챙기곤 한다. 그런 측면에서 심수창은 앞서 언급한 대로 탈삼진수가 적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데뷔 초반보다 직구 구속이 많이 떨어져 있다. 이제는 힘으로 윽박지를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몇 년 전부터 투구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다. 범타를 유도하는 피칭이 필요하다. 이는 낮게 던지는 제구가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만 실투라도 장타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삼진을 꼭 잡아야 할 때는 분명히 있다. 아주 간단한 예로 무사만루 상황에선 첫 타자 삼진에 이어 병살타가 가장 완벽한 시나리오다. 삼진을 잡을 능력이 없으면 실점할 수밖에 없고, 실투가 장타로 이어지면 그날 승리를 챙기기는 더 어려워진다. 따라서 삼진을 이끌어낼 수 있는 주무기가 더 필요하다.


○포크볼은 언제 던져야 할까

심수창의 포크볼은 일품이었다. 빠른 직구 이후 포크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그러나 어느 순간 맞아 나가기 시작했다. 자주 접하면서 타자들이 적응력을 얻었다. 평범한 구종이 됐다.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구종이 실종된 것이다. 쉽게 얘기해 주무기 포크볼은 정말 필요한 순간에만 사용해야 한다. 결국 안타를 내주더라도 투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이후 아껴둔 주무기를 단 한번에 확실히 사용해야 실점을 줄일 수 있다. 좌우 제구가 좀 더 정확해야 정타를 허용할 확률을 낮추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위해선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투수판을 기존에 사용하던 위치에서 조금 다르게 밟아보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지금과 똑같은 방법으로 투구하면서도 위치만 조정함으로써 가운데로 몰리는 공을 외곽으로 빼내는 것이 가능하다.

앞서 얘기했듯 꾸준히 연구하는 선수다. 과학자였다면 획기적인 발명품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창의성이 뛰어난 선수다. 하지만 지금은 운동을 하고 있다. 특히 야구, 그 중에서도 꾸준함이 요구되는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투수는 포수가 원하는 곳에 언제나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타자들의 배트가 중심을 비켜간다.


○안정된 투구폼과 릴리스포인트

안정된 제구력을 만들려면 일정한 투구폼에 일정한 릴리스포인트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매번 투구폼을 수정하면 교정할 때마다 느낌이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그러면 제구가 일정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도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닐까. 조금 부족해 보여도 오랫동안 몸에 밴 본인의 모습 중에도 분명히 장점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길을 찾는 편이 훨씬 빠르고 안정적일 수 있다. 이번 캠프에서 하체를 활용하기 위해 스트라이드를 좀 더 끌고 나가는 투구폼을 만들어 연습하고 있었다. 진심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 이번이 마지막 투구폼 교정이었으면 한다. 그래서 본인이 원하는 성적을 내고 그동안의 불운을 실력으로 확실히 털어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린 친구들이 가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멘토나 심사위원의 말 중 연습 때 노력한 것도 노래를 부를 때는 잊어야 한다고 충고하는 내용을 봤다.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투수도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아지면 곤란하다. 발을 어떻게 들고, 허리를 언제 돌리고, 팔스윙은 이 정도 높이에서 나오고…. 이렇게 머리가 복잡한 투구로는 절대 상대를 이길 수 없다. 그냥 단 한 가지, 포수의 사인대로 내공을 칠 테면 쳐보라는 생각으로 투구하는 것이 성공확률을 더 높이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복잡하고 미묘한 야구를 하면서 스스로 더 복잡하게 만든다면 스포츠를 하는 것이 아니고 수학 공식과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처럼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정말 중요한 경기력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심수창. 스포츠동아DB




○투구 외의 능력

내야수 출신인 심수창은 견제능력이 뛰어나다. 번트수비, 타구처리능력 등 외적인 기본은 아주 잘 갖춘 투수다. 그러나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퀵모션이 느려 도루를 쉽게 내주고, 주자를 너무 신경 쓰다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이런 부분은 남은 기간이라도 확실히 준비해 실전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고군분투하며 팀 동료의 많은 도움 없이 외로웠지만 노력하는 자에게는 언젠가 보상이 따르는 법이다. 가장 친한 우규민이 제대 후 심수창에게 ‘1승 하기가 그렇게 힘이 드냐’며 이기는 방법을 얘기해주겠다고 했다. 비록 후배이긴 하나 승리하는 방법을 터득한 우규민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마운드에서 정말 단순하게 던진다면 새로운 모습의 ‘비주얼을 겸비한 스타투수’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연패를 끊고 1승을 한 뒤 인터뷰에서 눈물을 글썽이던 선수가 아니라 시즌 중후반 10승을 달성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심수창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넥센 심수창은?


▲생년월일=1981년 2월 9일

▲출신교=고명초∼이수중∼배명고∼한양대

▲키·몸
무게=185cm·85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00년 LG 2차 지명(11번, 전체 83번)

▲경력=2004년 LG 입단∼2011년 넥센 트레이드

▲2011년 성적=28경기, 2승13패, 109.2이닝 52탈삼진, 방어율 5.01

▲통산 성적= 197경기, 29승50패, 3세이브 13홀드, 608.1이닝 278탈삼진, 방어율 4.94

▲2012년 연봉=6500만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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