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훤만 바라본 해바라기.’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훤(김수현)에 대한 충심을 연기한 운 역의 송재림.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런웨이에서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
처음부터 걷고 싶었던 길은 연기자의 길이었죠
드라마에서 연기자의 존재감이란 대사가 많다고, 혹은 자주 화면에 등장한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해를 품은 달’의 호위무사 운 역의 송재림(28)은 왕의 곁을 그림자처럼 지키며 남다른 존재감을 빛냈다.
송재림은 다른 연기자들보다 늦은 12일에서야 마지막 신을 찍었다. 드라마 내내 이훤(김수현), 형선(정은표)과 늘 붙어 다니며 ‘깨방정 3인방’으로 불렸던 그는 “전투신이 있어 늦게까지 촬영을 했는데 왕과 형선이 없으니까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3개월 동안 ‘해품달’에 출연하면서 송재림이 가장 많이 한 대사는 “하명하시옵소서”, 그리고 ‘…’이다. 아직 신인인 그에게 ‘…’은 드라마를 마칠 때까지 힘든 숙제였다. “…에 너무 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잖아요.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감정에 따라 너무 다르니까요. 다행히 수현이나 정은표 선배와 함께 한 장면이 많아 늘 힘들지만은 않았어요.”
드라마에서 운은 원작 소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소설에서 운은 무녀 월에 대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그의 어머니 박씨 부인 역시 비중 있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왕 김수현과 벗인 정일우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박씨 부인 역시 등장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송재림은 “월에 대한 운의 마음까지 드라마에서 담았다면 ‘해품달’이 아니라 ‘헤픈달’이 되지 않았을까요.(웃음) 그런 욕심까지는 품지도 않았다”고 했다.
● “김수현은 연기할 때 동물적이고 저돌적이었다”
그는 호흡을 맞춘 김수현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송재림은 “연기할 때 수현이는 동물적이고, 저돌적이기까지 하다”고 표현했다. 그 만큼 강한 에너지를 가진 배우라, 연기 경험이 적은 자신이 오히려 연기하기가 편했다고.
송재림은 원래 패션계에서 알아주는 톱모델이다. 디자이너 정옥준, 박혜린, 하상백 등의 쇼에 오르며 모델로서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그가 다시 신인 연기자라는 길을 택한 이유는 바로 채워지지 않는 갈증 때문이었다.
“많은 분들이 저한테 모델을 내려놓았다고 하시는데, 사실 들고 있었던 것도 없었어요. 패션계에 입문한 것도 연기를 하고 싶어서구요. 런웨이에 올라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저를 이 곳으로 이끈 것 같아요.”
‘해품달’을 통해 감정의 절제를 배운 송재림은 다음 작품에 대한 꿈도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너무 무표정한 연기만 보여드린 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 작품에서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줄 아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