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인터뷰] 다저스 남태혁 “푸홀스 같은 대형타자 될 것’

입력 2012-03-18 14: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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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마이너팀에서 뛰고 있는 남태혁이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애리조나 | 동아닷컴 이상희 객원기자

LA 다저스 마이너팀에서 활약중인 남태혁(21)은 인천 제물포고 재학시절 고교야구를 대표하는 슬러거였다. 거구(185/95kg)임에도 몸이 유연하고 성실해 향후 발전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태혁이 다저스와 계약하던 지난 2009년, 화이트 당시 다저스 부단장은 “힘이 좋고 배트 스피드도 빨라 구단의 체계적인 관리를 받는다면 강타자로 성장할 것”이라며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기대와 달리 남태혁은 미국진출 이후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올해로 미국진출 3년째인 남태혁을 미국현지에서 만났다. 그의 근황과 더불어 무엇이 그의 성장을 더디게 했는지 그 이유를 알아볼 수 있었다.

<다음은 남태혁과의 일문일답>

-얼굴이 좋아 보인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 한국에 다녀왔다. 3월 7일 돌아온 뒤 현재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쉬는 날 없이 매일 훈련하고 있다.

-야구선수의 눈으로 볼 때 한국과 미국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가장 큰 차이는 훈련시스템 같다. 한국은 코치들이 선수들을 잡아 놓고 강제로 훈련도 시키고 선수의 폼을 수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은 코치들이 선수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폼을 존중해 주며 그 상황에서 실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선수와 함께 연구하고 의논하는 스타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남태혁을 가리켜 ‘일발장타력을 보유한 전형적인 슬러거’라고 평하는데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
: 좋은 평가에 감사 드린다. 처음엔 몰랐는데 그런 이야기를 자주 접하다 보니 점점 그쪽으로 내 캐릭터가 굳어지는 것 같다. 팀에서도 내게 슬러거의 모습을 기대한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기록을 보면 미국진출 첫 해에 40게임 그리고 작년에는 30게임 출전에 그쳤다. 게임 출장 수가 적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부상 때문이다. 평생 야구하면서 단 한번도 부상을 당한 적이 없었는데 미국 진출한 후 사구에 맞아 팔꿈치를 다치고 슬라이딩하다가 허벅지를 다치는 등 잔부상을 많이 당했다. 부상이 심각하지 않아 계속 뛰고 싶은데 구단에서는 선수 보호차원에서 못 뛰게 해 많이 답답했다.

-첫 해 0.243에 홈런 3개, 작년에는 .221에 홈런 2개를 쳤다. 기록이 오히려 떨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 경기 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기록이라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타자는 경기에 자주 나가면서 타격 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한참 잘 맞을 때 부상으로 빠지다 보니 좋은 타격 감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한국에 비해 미국은 투수들의 구속도 빠르고 변화구 종류도 다양하다. 본인이 선호하는 구종과 싫어하는 구종을 꼽으라면.
: 다 치기 어렵다. (웃으며)농담이고, 개인적으로 직구를 가장 좋아한다. 많이 노리는 공은 슬라이더다. 싫어하는 공은 주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구종인 포크볼이나 스플리터를 싫어한다.

-프로진출 후 줄곧 1루수를 맡고 있다. 아마추어 때도 1루수였나.
: 아니다. 어릴 땐 투수였는데 투수보다 타격에 재능이 있다는 걸 중학교 때 알게 됐다. 개인적으로도 투수보다 타격이 더 좋았다. 고등학교 때는 3루수와 1루수를 봤다.

-다저스 입단 시 계약금으로 50만 달러 이상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디에 썼는가.
: (웃으며) 잘 모른다. 부모님 통장에 입금된 건 확인했는데 그 이후는 잘 모른다.

다저스 마이너리그 팀에서 활약중인 남태혁이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동아닷컴 DB.


-야구를 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나.
: 프로 입단 계약서에 사인할 때도 기뻤지만 가장 기뻤던 순간은 고등학교 때 내가 홈런을 때려 팀이 승리했을 때다. 지금 생각해도 짜릿하다.

-반대로 가장 힘들고 괴로웠을 때는 언제였나.
: 앞서 말했듯 고등학교 때까지 단 한번도 다친 적이 없다. 슬럼프도 없었다. 하지만 미국에 와서 낯선 환경과 문화에 적응하며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에 심적으로 힘들었다. 부상도 힘들게 했다. 지금은 괜찮다.

-작년과 재작년 모두 마이너리그 최하위 레벨인 루키 팀에서 뛰었다. 올해는 어느 레벨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 같은가?
: 실력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2년 연속 루키 팀에 배정되어 기분이 안 좋았다. 그래서 작년에는 조금 반항적인 시간을 보내며 방황하기도 했다. 다 지난 일이다. 올해는 싱글 A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될 것 같다. 잔 부상 없이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다저스에는 이지모, 최향남 뿐만 아니라 한국인 통역도 있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한국으로 돌아갔고 통역도 떠났다. 혼자 남아 힘들지 않나.
: 아무래도 심적으로 기댈 수 있는 선배들이나 통역이 없어 좋지는 않다. 하지만 이 또한 내가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저스는 유망주를 육성해 내는 팜 시스템이 좋은 구단이다. 본인이 볼 때 앞으로 몇 년 정도면 메이저에 올라갈 수 있다고 보나.
: 지난 2년은 미국생활에 적응한 시행착오의 시간으로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앞으로 3년 길면 4년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 반드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거다.

-야구선수 중 자신의 롤모델로 삼거나 닮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 에인절스로 이적한 강타자 푸홀스처럼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가 되고 싶다.

-남태혁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
: 야구는 곧 내 인생이다. 야구를 빼면 이야기할 게 없다.

-남태혁을 좋아하는 많은 야구팬들이 국내에 남기를 기대했는데 미국행을 택했다. 동기들 중 한국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를 보면 부럽지 않나.
: (웃으며) 부러우면 지는 거다. 사람마다 제 갈 길이 다 틀리듯 야구선수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같은 야구선수로서 어디에서 뛰든지 다들 부상 없이 잘하기를 바라고 응원할 뿐이다.

-한창 좋은 나이인 이십대 초반이다. 여자친구는 있나.
: 한국에 있다. 내 모든걸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늘 고맙게 생각하고 사랑하는 친구다. 그 친구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메이저리그에 올라가 성공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남태혁을 기억하고 응원하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 먼저,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전하고 싶다. 지난 2년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 하지만 성적이 좋지 않을 땐 팬들보다 선수 본인이 더 힘들고 괴롭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프로는 팬들의 응원을 먹고 산다. 나 자신뿐만 아니라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올해는 반드시 좋은 성적표를 들고 귀국하겠다. 계속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애리조나 | 동아닷컴 이상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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