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 스포츠동아DB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차전에서 패한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 감독의 고뇌가 깊다.
황 감독은 경기 전날 “내일 경기에는 공격적이고 경험이 많은 멤버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베테랑은 그렇다쳐도, 공격적인 라인업을 구상한 것은 뜻밖의 선택. 2승 1패로 동률이었던 두 팀 간의 맞대결에서 확실하게 승부를 냄으로써 16강을 향한 8부 능선을 넘겠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 날 황 감독은 지쿠, 아사모아, 김진용, 노병준 등 공격수 4명을 동시에 출전시키며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황 감독의 승부수는 패착이 됐다. 포항은 18일 애들레이드 힌드마쉬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에 0-1로 패했다. 2주전 포항에서 1-0로 꺾었던 상대라서 더욱 안타까움이 컸다.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4분 왼쪽 측면 크로스에 이은 부르스 지터의 헤딩슛을 막지 못한 것. 경기 내내 좋은 찬스를 골로 연결시키지 못한 끝에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한 결과였다. 이로써 포항은 2승2패로 주춤한 반면, 애들레이드는 3승1패를 기록하며 선두로 치고 나갔다. 포항으로서는 애들레이드 원정 경기 3연패.
포항은 전반 내내 여러 번의 찬스를 잡는 등 애들레이드를 압박했다. 후반 4분에는 결정적인 찬스가 왔다. 아사모아의 슈팅이 골키퍼 손에 걸리면서 문전에 있는 지쿠 앞으로 떨어진 것. 하지만 지쿠의 슈팅은 허공을 갈랐다. 이후 포항은 어린 선수들을 교체 투입하며 시종일관 공격적으로 밀어붙였지만, 종료 1분전 허무하게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다.
황 감독은 “패배가 너무 충격적”이라면서 “패한 것도 너무 아쉬운 데다 향후 경기에 대한 부담도 더욱 커졌다”라고 아쉬워했다. 굳은 표정으로 말을 아낀 끝에 황 감독은 “죽겠다”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인터뷰 룸을 떠났다.
포항은 K리그에서도 최근 2연패를 기록하며 7위로 떨어진 상태. 포항은 21일 전북 현대와의 홈경기를 치른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