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질, 다채널 음성을 전달하는 디지털 인터페이스 - S/PDIF(Sony/Philips Digital Interface)

입력 2012-04-27 12: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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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스템끼리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각 시스템 사이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interface)의 성능이다. 인터페이스의 성능이 좋지 못하면 데이터를 옮기는 과정에서 데이터의 품질이 저하되거나 아예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인터페이스의 성능을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멀티미디어 기기를 이용할 때다. 예를 들어 MP3 플레이어에 꽂아 쓰는 이어폰의 케이블 품질이 불량하거나 단자부에 접촉 불량이 발생하면 음질이 저하되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데이터를 전달하는 방식은 크게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방식으로 나뉜다. 아날로그 방식 데이터는 원본 데이터를 진폭, 파동, 각도 등의 형식으로 변환해 전달하는데, 이는 데이터를 옮기는 과정에서 케이블의 품질이나 전자파 등의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아 품질이 저하되기 쉽다. 하지만 디지털 데이터는 모든 데이터를 0과 1의 형식으로 변환해 전달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더라도 데이터를 전달받은 쪽에서 해당 데이터가 0과 1이라는 것만을 확인하기만 하면 이를 곧장 원래 형태의 형태로 되돌릴 수 있다. 따라서 아날로그 방식에 비해 품질 저하의 우려가 훨씬 적다.

멀티미디어, 특히 음향 기기 부문에서는 데이터 전달과정에서 품질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다만, 1980년대까지는 음향 데이터를 담는 저장매체 자체가 테이프나 LP레코드와 같은 아날로그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인터페이스 역시 아날로그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이 때문에 오디오 애호가들은 조금이나마 전도율을 높여 음질 저하를 줄이기 위해 고가의 소재로 제작된 케이블, 혹은 아주 굵은 케이블을 사용하거나 금으로 도금된 단자를 갖춘 기기를 구매하는 등, 상당히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저장매체에 이은 인터페이스의 디지털화, S/PDIF

하지만 1982년부터 CD(Compact Disc)를 비롯한 디지털 방식의 음향매체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음향을 전달하는 인터페이스 역시 디지털화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1985년에 제정된 ‘AES3’ 규격이다. 다만 이는 기업이나 전문가 시장을 겨냥한 인터페이스였기 때문에 민간인 시장에는 거의 보급되지 않았다. 그래서 1989년에 제정된 것이 바로 일반인들을 위한 디지털 음성 인터페이스, ‘S/PDIF(Sony/Philips Digital Interface)’다.


S/PDIF는 이름 그대로 소니(Sony)사와 필립스(Philips)사에서 공동 개발한 규격이다. 이들은 CD 개발의 중심이 되었던 회사들이기도 하다. S/DIF는 전용 포트와 케이블을 이용해 디지털 음성 신호를 전달한다. CD나 DVD 플레이어, PC 등이 S/PDIF 출력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으며, 디지털 방식의 TV 중에도 S/PDIF 출력을 지원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음질 저하 걱정 없는 것이 장점

S/PDIF는 포트 모양에 따라 동축 케이블을 사용하는 코엑시얼(coaxial: 동축) 방식과 광섬유 케이블을 사용하는 옵티컬(optical: 광) 방식으로 나뉜다. 소스 기기(신호를 출력하는 기기, 예: DVD 플레이어)나 앰프에 따라 제품에 따라 양쪽 포트 중 한가지만 갖춘 경우도 있고 둘 다 갖춘 경우도 있다. 포트 규격이 다르더라도 전달되는 신호는 기본적으로 같다. 참고로 옵티컬 방식은 커넥터의 모양에 따라 각형과 원형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각형이 많이 쓰이며, 각형과 원형은 변환 젠더를 이용해 간단히 커넥터의 모양을 바꿀 수 있다.


소스 기기에 달린 S/PDIF 포트를 통해 앰프(디코더 내장형)로 전달된 음성 데이터는 증폭 과정을 거쳐 각 스피커로 전달, 소리를 내게 된다. S/PDIF를 사용하면 출력 기기에서 앰프로 음성 데이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음질저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아날로그 인터페이스는 주변환경, 혹은 케이블의 재질이나 굵기 등에 따라 음질이 달라지곤 하지만, S/PDIF는 디지털 신호를 전달하므로 이런 우려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디지털 방식의 음성 데이터는 곧장 스피커로 출력 가능할 수 없다. 스피커는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방식의 신호에만 반응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S/PDIF 기능을 지원하는 디지털 방식 앰프는 단순한 음량 증폭 기능 외에도 디지털 신호를 해석해 이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하는 디코더(decoder)를 필수적으로 내장하고 있다. 물론, 증폭 기능 없이 디지털 → 아날로그 신호 변환 가능만 있는 분리형 디코더도 나와있다. 이를 이용하면 디코더를 내장하지 않은 아날로그 방식 앰프에서도 S/PDIF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5.1채널, 6.1채널 입체 음향 데이터도 케이블 하나로


S/PDIF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하나의 케이블로 2개 이상의 스피커로 전달되는 멀티 채널(multi channel) 음성 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날로그 방식 인터페이스라면 2채널 스테레오 스피커로 음성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2개의 케이블, 5.1채널 서라운드 스피커로 음성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6개의 케이블로 소스 기기와 앰프를 연결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S/PDIF를 이용하면 하나의 케이블로 최대 6.1채널 음성 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다. 소스기기에서 S/PDIF를 통해 멀티 채널 디지털 음성 데이터를 전달받은 앰프는 내부의 디코더로 이를 해석해 각 채널에 해당하는 아날로그 음성신호로 분리 및 변환하는 작업을 거친 후 음량을 증폭해 각 스피커로 출력하게 된다.


S/PDIF 인터페이스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멀티 채널 디지털 음성 데이터는 무압축 PCM, 돌비디지털, DTS 규격 등이다. 특히 지상파 디지털 방송이나 DVD 영화 타이틀에서 기본으로 사용하는 음성 규격이 돌비디지털이기 때문에 해당하는 디지털 TV나 DVD 플레이어에 탑재된 S/PDIF 포트와 디코더 내장 앰프를 연결하면 지상파 방송이나 DVD 영화를 5.1채널, 혹은 6.1채널 음향으로 감상할 수 있다.


편의성과 대역폭 향상된 HDMI / DP에 대체될 가능성

다만, 원본 데이터를 압축해서 용량을 줄인 돌비디지털, DTS에 비해 무압축 PCM 규격의 음성 데이터는 용량이 훨씬 크다. S/PDIF는 대역폭(데이터를 전달하는 통로)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압축 PCM 규격 음성 데이터의 경우에는 2채널 스테레오 신호만 전달 가능하다.

2012년 현재는 블루레이(Blu-ray) 디스크와 같이 7.1채널의 무압축 PCM이나 돌비 트루HD, DTS-HD와 같은 한층 진화된 방식의 음성 규격을 담고 있는 멀티미디어 매체도 쓰이고 있다. 이 경우에는 S/PDIF 보다 대역폭이 높은 HDMI(High-Definition Multimedia Interface)나 DP(Display Port)와 같은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사용해야 제대로 된 음향을 즐길 수 있다. 더욱이, HDMI나 DP는 음성뿐 아니라 영상까지 하나의 케이블로 전달하는 장점이 있어 장차 S/PDIF를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PDIF 케이블의 품질에 따른 음질의 차이는 존재하는가

S/PDIF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신호를 전달하는 인터페이스이기 때문에 케이블의 종류에 따른 음질의 차이 역시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현재 오디오 시장에서 판매되는 S/PDIF 케이블 중에는 가격이 싼 보급형과 비싼 고급형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며, 옵티컬 방식에 비해 코엑시얼 방식의 음질이 더 우수하다는 속설도 있다. 이러한 사항이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오디오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다.

물론, 지나치게 값이 싼 S/PDIF 케이블은 아무래도 연결부에 접촉불량이 생기거나 케이블 자체가 손상되어 제대로 음성을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청력이 특별히 뛰어나거나 최고급 오디오에 익숙해진 일부 매니아를 제외한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S/PDIF 케이블의 품질 차이에 따른 음질의 변화를 거의 체감할 수 없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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