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구단 텃세·KBO 무능…10구단 ‘운명의 날’

입력 2012-05-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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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제4차 이사회를 열고 NC 다이노스의 1군 참여 시기와 10구단 창단 추진 여부를 논의한다. 사진은 4월 10일 제3차 이사회 모습. 스포츠동아DB

오늘 KBO이사회 ‘10구단 창단’ 결정

롯데·삼성 등 재벌구단들의 이기주의
“8구단 적당…10구단은 시기상조” 반대
예산편성권 없는 KBO 눈치보기 급급


요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곤혹스러운 눈치다. 8일 오전 9시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릴 제4차 이사회를 앞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바로 10구단 창단 추진 여부 때문이다. NC 다이노스의 1군 참여 시기와 함께 이번 이사회의 정식 안건이다. NC 창단과 함께 당연히 여겨졌던 10구단. 그러나 KBO나 야구팬들의 믿음과는 달리 구단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냉정히 살펴보면 반대가 꽤 큰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사태가 왜 이렇게 전개되고 있을까.


○극렬 반대하는 롯데…표정 관리하는 구단들

롯데야 NC 창단 때부터 대놓고 새 구단의 탄생을 반대해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몇몇 구단도 그 뒤에 숨어 10구단 창단에 반대하는 이너서클을 형성하고 있다. 10구단 가입에 대한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고, 연고지 후보지역에 사인도 줄 수 없는 KBO의 무력한 현실이 답답하다. 새 구단이 생길 것으로 믿고 준비에 들어간 수원과 전라북도에 10구단을 못하게 됐다고 말 할 수도 없고, 언제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하지도 못한다. 총회에서 구단들의 표 대결로 10구단 창단을 결정하자는 강경파도 있다. 그러나 KBO의 자체 분석 결과 위험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사회에서조차 제대로 통과될지 장담하지 못한다. 절대적인 총재의 권위를 이용해 반대 구단을 밀어붙이자고? 구단주들도 아닌 사장들의 헛기침에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게 KBO의 엄연한 현주소다.


○KBO는 왜 무력한가?

KBO가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은 전임 신상우 총재 때 구단들에 눌려 실질적 힘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현대 유니콘스의 공중분해를 막으려고 그동안 모아두었던 KBO의 유보금을 바닥내버린 것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이를 계기로 구단들은 KBO의 예산편성권을 빼앗았다. 돈이 힘이 되는 세상에서 예산권을 잃은 KBO가 할 것은 별로 없다. 심판위원회의 추락과 함께 KBO가 힘이 좋을 때 마지막 보루처럼 지켜왔던 여러 부분에서 구단들의 뜻이 우선이다. 그러다 보니 프로야구의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은 그릴 수도 없다. 10구단 탄생과 공동 마케팅 등이 그렇다.


○10구단 찬성-반대 공방의 논리

10구단을 반대하는 구단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시기상조라고 한다. 일본, 미국과 비교해 구단이 너무 많다고 주장한다. 인구 1억2700만명의 일본이 12개 구단인데, 한국은 4800만 명으로 무슨 10개 구단이냐는 것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우리 프로야구는 6개 구단도 많다. 4000개의 고교야구팀을 가진 일본과 53개밖에 되지 않는 한국의 현실을 비교하기도 한다. KBO는 고교·대학 야구선수 가운데 몇 퍼센트가 프로야구에 가는지 보라고 한다. 해마다 고교생 450명, 대학생 200명이 졸업하지만 프로 진출은 고작 70명 정도다. 고교는 10%, 대학은 그보다 떨어진다. 요즘 좋은 일자리 창조하기가 기업과 시대의 대세라고 한다. 10구단은 야구를 한 선수들에게 보다 많은 자리를 줄 수도 있다. 감사할 일이다. 야구팬들의 입장에서도 그렇다. 항상 새 제품의 탄생을 보고 싶어 한다. 이제 8개 제품은 신물 나게 봤고 9번째, 10번째 제품을 빨리 보고 싶단다. 프로야구라는 상품은 어차피 홀수로는 팔 수 없는 것이기에 9번째 제품이 나오는 순간 10번째 제품의 출시도 가능하면 빨리 하고, 그 결정도 일찍 내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 구단들은 나오지도 않은 새 제품의 하자를 걱정하며 버틴다.


○프로야구와 학교의 ‘왕따’는 닮았다!

NC의 페넌트레이스 가입 시기를 놓고도 딴 소리를 했던 몇몇 구단들의 행태를 보면 요즘 사회문제가 된 학교 내 ‘왕따’와 많이 닮았다. 무슨 말을 그럴싸하게 해도 결국은 자기들끼리 만든 울타리에 새로운 아이가 들어와서 노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얘기다. 부잣집 아들인 자신들과 새로 온 아이는 신분부터 차이가 나서 끼워주기 싫다는 태도다. 왕따에 대한 교과부의 대책이 쏟아지지만 사태가 나아지지 않는 것처럼 10구단 창단을 놓고 KBO와 반대 구단들이 벌이는 신경전에도 답은 없다. 그래서 제4차 이사회를 바라보는 KBO나 야구계의 시선은 걱정스럽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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