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감독들이 이운택 심판위원장에게 가감 없이 질문하고 쓴 소리를 던졌다. 심판들의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격려도 있었다. 이 위원장은 심판 세계에 올바른 하나의 획을 긋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A: A급 심판 3경기 정지땐 수당 600만원 손해
K리그는 9,10라운드에서 판정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4월21일 서울-제주에서 명백한 오프사이드를 부심이 놓쳤고, 4월28일 수원-성남, 4월29일 제주-경남에서는 퇴장성 반칙을 못 보거나 경고에 그쳤다. 심판 자질 문제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고, 유독 심판의 징계만 왜 공개되지 않는 건지, 감독·선수가 판정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못하게 하는 이유가 뭔지에 대해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가장 난감해 한 인물은 이운택(50) 심판위원장이었다. 올 시즌 ‘깨끗한 심판, 많이 뛰는 심판’을 모토로 작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는 호평을 받던 도중 악재가 터졌다. 올 시즌 K리그는 스플릿시스템(8개 팀은 상위리그, 8개 팀은 하위리그로 나눠 최종 순위를 가리는 방식)으로 강등 팀을 가린다. 어느 때보다 심판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디어의 시선이 아닌 일선 현장에 있는 감독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K리그 감독들에게 심판위원장에게 궁금한 것이나 불만 사항, 개선점을 가감 없이 말해 달라 부탁했다. 일부 거절 의사를 나타낸 감독도 있었지만 많은 감독들이 의견을 보내줬다. 꼭 부정적인 시각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상당수 감독들이 “작년에 비해 정말 많이 바뀌었고 심판들에게 진정성이 보인다”며 격려도 했다. 감독들의 질문지를 들고 이 위원장을 만났다.
심판의 경기 배정정지, 등급 심사에 악영향
감독·선수 재갈물리기? 고의적 판정은 없어
1억 연봉자 탄생, 전임심판들 양심의 숙제
-심판에 대한 징계는 왜 공개하지 않는 것인가.
“심판에 대해서는 통상 징계, 상벌 같은 용어를 쓰지 않는다. 심판수행에 대해 평가하고 점수가 8.0 미만이면 평가위원들이 위원회를 열어서 몇 경기 배정정지를 할지 정한다. 심판징계가 밖으로 나가면 그 심판은 자신감이 결여되고 배정받았을 때도 징계 받은 심판이 들어왔다면서 해당 구단들도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면 그 심판은 점점 더 수행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심판을 옹호하거나 권위를 세우려고 징계를 공개하지 않는 게 아니다.”
-심판 징계를 공개할 수 없다면 심판들이 배정정지를 받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 말해 달라.
“어떤 심판이 실수를 해서 3경기 배정정지를 받았다고 치자. A급 심판일 경우(연맹은 전임심판을 A, B, C, D 4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등급에 따라 받는 수당이 다르다) 수당만으로 500∼600만원 손해를 본다. 배정정지를 당하면 등급이 떨어질 공산이 크고 당연히 배정받는 경기 수가 줄어든다.(높은 등급일수록 배정받는 경기가 많고 낮은 등급일수록 배정받는 경기가 적다) 거기서 또 500∼600만원 손해가 난다. 작년까지는 시즌 전 등급이 1년 내내 갔지만 올해는 14라운드 끝나고 한 번, 30라운드 끝나고 한 번 등 두 번 등급을 조정한다. 그리고 시즌 후에는 최종 등급을 나눠 내년 시즌 기준으로 삼는다. 금액적인 부분 외에 커리어 면으로도 타격이 크다. A급 심판이 B급으로 떨어지면 엄청난 상처를 받는 것이다.”
-감독이나 선수가 공개적으로 판정에 불만을 나타낼 수 없도록 한 것에 대해 재갈물리기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지난 2년 간 심판위원을 하면서 느낀 게 하나 있다. 분명히 정확한 경기규칙이 있는데 구단과 감독들이 임의대로 맞지 않는 경기규칙을 정해놓고 항의하는 것이다. 비디오 분석 후에 보면 구단과 감독이 잘 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게 미디어를 통해 공개되면 한도 끝도 없다. 매번 자신 있게 말하지만 심판이 고의를 갖고 내리는 판정은 없다고 자부한다. 기다려주고 믿어 달라. 신뢰를 찾으려면 믿고 같이 가는 방법밖에 없다.”
-결정적이고 명백한 오심이 나올 때는 쉬쉬하지 말고 심판위원회 차원에서 당당하게 공식 브리핑을 갖고 해당 구단 등에 이해를 구할 수 없나.
“공감한다. 어떤 오심이 이번처럼 크게 이슈화되면 정확하게 분석해서 심판이 오심을 한건지 아니면 받아들이는 미디어나 감독, 구단 쪽에서 잘 몰라서 항의하는 건지 명확하게 말씀드릴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K리그 심판들은 너무 고압적이다. 항의에 대해 아무 답도 안 하고 대기 심판은 감독에게 한 번 더 불만을 표출하면 바로 퇴장을 주겠다며 으름장을 놓기 일쑤다.
“심판들에게 선수, 감독과 동업자 정신을 가지라고 늘 강조하고 있다. 경고를 줄 때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편안하게끔 카드를 꺼내라고 말하고 있다. 강한 것만이 좋은 게 아니다. 부족하다면 심판들에게 이 부분을 더 강조하겠다.”
-심판 불신의 배경에는 감독들의 책임도 크다. 과거 감독들이 잘 봐달라는 의미로 심판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문화도 있었다. 지금도 이런 일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런 유착 관계를 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심판들에게 구단 관계자나 감독들 전화를 절대 받지 말라고 했다. 의도가 보이는 판정은 계약해지의 첫 번째 이유라고 못을 박았다. 심판이 신뢰를 쌓아야만 처우 개선이 잘 되고 선진리그와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올 시즌 전임심판들이 변화의 1세대가 돼주길 바란다. 일부 신임 심판들의 판정 인지 능력이 부족한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양심 있게 판정을 내리는 부분은 많이 향상됐다고 자부한다. 그런 노력을 해서 심판들이 변화하면 처우도 개선될 것이고 내년에는 우리 K리그에서도 1억원을 받는 심판을 만들고 싶다고 심판들에게 늘 말한다.(K리그 심판 처우는 열악한 편이다. 스페인은 리그 A급 심판이 약 2억3000만원 연봉을 받는다. 배정을 받으면 2주 전에 심리치료사와 피지컬 트레이너가 체력관리까지 해준다. K리그는 A급 심판의 연봉이 6000만원 수준이다)”
-심판들의 자질 향상과 내실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작년 연 1회이던 체력테스를 3회로 늘렸다. 여태까지 실시하지 않았던 체육 심리학 강사를 초빙해 심판들이 스트레스 받는 부분과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 마음 자세 등을 주제로 100분 강의를 했다. 일선 심판들의 반응이 좋았다. 6월 초 체력테스트를 실시하기 전에는 어떻게 체력을 향상할 수 있는지 방법론을 찾아보고 음식 등 영양 상태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해 생리학 박사를 초빙하기로 했다. 교양 강좌도 열 계획이다. 이런 것들을 시스템화 하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올바른 하나의 획을 긋고 싶다. 저부터 올바른 생각을 가져야 심판들 생각이 바뀔 것이라 본다. 정말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일단 심판부터 먼저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때론 오심이 나오더라도 믿어주시길 부탁드린다. 서로 신뢰하고 노력해야 진정한 K리그 발전이 된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