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출동] 함성 잃은 축구, 그 치명적인 교훈

입력 2012-05-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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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중국 텐진 테다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G조 6라운드 성남일화(한국)와 텐진 테다(중국)의 경기가 지난달 3일 나고야 그램퍼스와의 홈경기에서 0대3으로 완패한 후 관중들이 물병과 오물을 투척하고 난동을 부린 텐진 측에 대한 징계로 무관중 경기로 치뤄지고 있다. 텐진(중국)=사진공동취재단

성남 vs 톈진 무관중경기

환호성도 야유도 없었다.

톈진 테다(중국)-성남 일화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최종전이 벌어진 15일(한국시간) 테다 스타디움. 지난 달 톈진 홈 팬들이 나고야(일본)와 경기에서 난동을 부려 AFC로부터 징계를 받아 이날 무관중 경기가 치러졌다.

경기 전부터 중국 공안들은 관중들이 들어올 수 없도록 인의 장막을 쳐 경기장을 둘러쌌다. 2만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 안에는 AFC 및 양 팀 관계자 수십 명만 서성댔다. 톈진 홈 관중의 소동은 처음이 아니었다. AFC 관계자는 “그 동안 3번 정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경고를 주다가 이번에 드디어 징계를 내린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미 16강 탈락이 확정된 톈진은 이날 경기를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다.

전날 공식기자회견에서 톈진 요십 쿠제 감독은 소감만 짧게 말한 뒤 취재진 질문도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 명색이 공식 기자회견인데 30초도 안 돼 끝났다. 공식 매니저 미팅에도 중국축구협회나 C리그 사무국에서 파견돼야 할 로컬 미디어 담당자가 아예 오지도 않았다. AFC와 성남 관계자들은 황당한 웃음만 지었다. 국내 취재 및 사진기자가 사전에 분명 취재신청을 했는데도 이날 취재AD가 발급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여권을 맡기고 임시AD를 받는 해프닝을 벌여야 했다. 톈진은 멤버도 1.5군으로 나섰다. 3월20일 성남 홈에서 치러진 맞대결 때 멤버 중 6명이 바뀌었다.

경기의 흥미는 자연히 떨어졌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22명 선수의 숨소리와 고함만 메아리쳤다. 간간이 양 팀 감독들이 지시하는 목소리가 침묵을 깼다.

프로스포츠의 꽃은 관중이다. 관중 없는 프로는 무늬만 프로라는 걸 절실히 깨닫게 해 준 경기였다.

국내 K리그에서도 곧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인천이 3월24일 대전과 홈경기에서 관중 난동을 막지 못해 6월14일 인천-포항전이 무관중 경기로 치러진다. 일부 팬들은 과도한 행동이 부메랑이 돼 구단과 자신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톈진(중국)|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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