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서’ ‘돈의 맛’ 수상 나란히 물거품
임상수 “한국적 특수성 공감 얻는데 부족했다”
경쟁의 맛은 돈의 맛보다 잔혹한 걸까.
영화제는 기량의 순위를 다투는 올림픽이 아니다. 하지만 상을 놓고 겨뤄야 하는 ‘경쟁부문’은 작품을 함께 만든 이들에게 짜릿한 환희로, 때론 아찔한 아쉬움을 남긴다. 세계가 주목하는 경쟁에서 의연할 수 없다. 영화 ‘돈의 맛’에 참여한 제작진의 심정도 비슷하다.
제65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에 황금종려상을 안기고, 멕시코의 카를로스 레이가다스를 감독상 수상자로 선택하며 12일간의 뜨거운 축제를 마무리했다.
폐막일이던 28일(한국시간 기준) 칸의 하늘에는 짙은 먹구름 아래 비가 내렸다. 칸에서는 흔하지 않은 궂은 날씨. 폐막식을 2시간 앞두고 ‘돈의 맛’의 연출자 임상수 감독이 현지에 머무는 한국 취재진과의 만남을 요청했다. 수상 실패에 대한 ‘변’(辯)의 자리였다. 임상수 감독은 “개막 전과 현지에서 받은 느낌은 각기 조금 달랐다”며 “극중 인물들의 한국적 특수성을 해외 영화 관계자들이 이해하는 부분이 조금 떨어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폐막식이 직후 만난 ‘돈의 맛’ 제작 관계자의 말.
“많은 사람들이 수상 가능성을 이야기했지만 솔직히 마음을 비우고 칸에 왔다. 막상 폐막에 닥치니 오전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영화제로부터)어떤 연락이라도 올까 싶어서.”
폐막식에서 경쟁부문 시상을 진행하는 칸은 당일 오전 수상자들에게 “폐막식에 참석해 달라”는 연락을 해온다. 곧 상을 받는다는 의미. 임 감독도 이 전화를 기다렸지만 내용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돈의 맛’과 홍상수 감독의 ‘다른나라에서’가 경쟁부문에 나란히 진출하면서 올해는 어느 때보다 수상에 대한 기대가 컸다. 영화제가 한창이던 칸 현지에서도 한국영화 관계자들과 취재진은 만나는 자리에서마다 ‘상을 받을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해 ‘한 명은 받겠지’로 대화를 끝냈다.
여배우로는 처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두 번째 진출한 윤여정은 계속되는 수상 기대감에 일침을 가했다.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다” “운이 있어야 상도 받는다”는 얘기도 윤여정의 말이었다.
칸 국제영화제의 영문 명칭에 ‘경쟁’(competition)이 아닌 ‘축제’(festival)가 들어간 까닭도 이와 다르지 않다. 칸은 매년 다양한 시선으로 완성된 개성 강한 작품을 선택해 왔다. 그래서 내년에도 경쟁 무대가 아닌 독창적인 작품을 감상하라는 그야말로 축제의 마당은 계속된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