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돈이 데프콘과 갱스터랩 그룹을 결성한 ‘형돈이와 대준이’(위)와 데뷔를 앞둔 강유미와 안영미의 ‘미미밴드’. 스포츠동아DB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 음악성도 굿
안영미·강유미 밴드도 이달 출격
가요계 “예능 덕보는 개가수 씁쓸”
개그맨이 가수 활동을 병행하는, 일명 ‘개가수’들이 가요계의 신흥 세력으로 자리 잡으며 그 기세를 여름까지 이어갈 태세다.
최근 KBS 2TV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정태호·박성광·양선일·신보라)과 정형돈 등 개그맨들이 발표한 음원이 인기를 얻고 있다.
‘용감한 녀석들’은 3월 ‘기다려 그리고 준비해’와 5월 ‘I 돈 Care’를 발표하며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고, ‘뮤직뱅크’ 무대에도 올랐다. 정형돈은 데프콘과 갱스터랩 그룹 ‘형돈이와 대준이’라는 팀을 결성했다. 5월29일 공개한 ‘올림픽대로’는 멜론, 벅스, 소리바다 등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1위를 휩쓸며 돌풍을 일으켰다.
과거 MBC ‘무한도전’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개그맨들이 참여한 음원을 공개하며 화제를 모은 적은 있지만 최근 ‘개가수’들은 단순히 일회성이 아닌 아티스트들과의 본격 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정형돈과 데프콘은 1년 전부터 팀 결성을 준비해 왔다. 2010년 개그맨 유세윤과 DJ 뮤지가 결성한 UV도 이현도, 정재형, 박진영 등 가수들과의 협업을 통해 신선한 장르의 음악으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개그맨으로서 지닌 기본적인 유머 감각과 현실을 코믹하게 풍자한 솔직한 가사, 그리고 음악을 대하는 진지함이 이들의 인기 비결이다. 또 ‘용감한 녀석들’과 정형돈, UV 등 ‘개가수’의 음악에선 힙합이라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용감한 녀석들’의 정태호는 “일정한 비트에 가사를 담아내기에는 힙합 장르가 가장 적합하다. 힙합 하면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는 느낌 역시 우리의 개그 코드와 잘 맞아 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들에 이어 개그우먼 안영미와 강유미가 결성한 미미밴드는 이달 데뷔해 ‘개가수’의 인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약하는 연주자들을 정식 영입해 5인조로 활동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새 앨범을 준비하는 가수들이 발표 전까지 장르나 콘셉트, 안무 등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것과 달리 ‘개가수’들은 활발한 자체 홍보에 동료들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용감한 녀석들’의 경우 출연 중인 ‘개그콘서트’, 미미밴드는 케이블채널 tvN ‘코미디 빅리그’를 통해 자신들의 음악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형돈이와 대준이’는 ‘무한도전’에 출연 중인 유재석이 피처링을 맡았고 하하, 길, 개리 등 동료 연예인들이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 동안 앨범 준비에 매달리는 가수들 입장에서 ‘개가수’의 등장이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최근 등장한 ‘개가수’들은 음악성이 좋고, 음악을 접하는 태도 역시 진지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긴 공백기에 두문불출하며 음악에만 매달리는 가수들 입장에서는, 활발한 예능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얻은 인기를 업고 음반을 발매하는 ‘개가수’들을 보며 씁쓸할 때도 있다. 음원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피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