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민정의 ‘야구? 아님 말구!’] 류현진만 보면 가슴 아픈 팬들이여 한화도 열번만 내리 이기면 1위다

입력 2012-06-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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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류현진.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③ 혼자만 잘하면 무슨 재민겨!

아무리 식상하다고 해도 명승부로 기록된 스포츠를 수식하는 데 이만한 표현이 없지. 흔히들 그러지 않는가.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기야 요즘처럼 막장이란 말이, 쪽 대본이란 말이 보편화되어 있는 마당이라면 차라리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더 자연스럽기는 할 터, 야구의 경우 1회부터 9회까지 한순간도 그라운드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그 지점에 있지 않을까. 씨름으로 치자면 매 이닝 뒤집기가 가능하고, 축구로 보자면 매 이닝 골든골이 가능한 그 역전의 여지, 바야흐로 야구만의 매력.

밤 열 시 넘어 기사식당에 가보면 주차하기가 무섭게 가게로 뛰어들어서는 리모컨 찾고 스포츠신문 집어든 채 이렇게 묻는 기사님들 꽤 여럿 만날 수 있다. 오늘 경기 어떻게 됐나? SK는? 넥센은? 롯데는? 두산은? LG는? 삼성은? KIA는? 한화는? 물론 저마다 최고로 응원하는 가슴 속 한 팀은 있겠으나 여덟 팀 모두를 호명하는 오지랖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왜? 팀과 팀이 물고 물리는 격전 중에 있기 때문이다.

8개 구단 중 8위를 뺀 나머지 7개 구단이 두 게임 반이라는 치열한 순위 다툼 속에 놓인 요즘, 말마따나 자고 나면 순위가 뒤바뀌는 접전 양상인 작금, 채널 돌리는 재미에 빠진 우리와 달리 채널 고정에 목이 마를 선수단 입장에 살짝 살짝 서 보는 나다.

가끔 승패를 떠안을 수 없는 무승부의 날도 있다지만 이기거나 혹은 지거나, 이 둘 가운데의 한 운명을 매일같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냉혹한 삶이 과연 어떤 잠을 불러올까, 불 꺼진 전광판을 볼 때마다 그들의 불면을 염려한 적이 있다. 혼자 치르는 경기라면 실수도 실력도 자책으로 끝나련만 오늘 내가 못 던진 공 하나로, 오늘 내가 못 친 공 하나로, 오늘 내가 못 받은 공 하나로 팀이 패배에 빠졌다고 했을 때 그 가책은 과연 어떻게 털어낸단 말인가.

매일 잡혀 있는 경기만이 그들에게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격려의 손이 되어줄 것이다. 무엇보다 야구는 혼자만 잘한다고 해서 재미 볼 수 있는 그런 스포츠가 아니지 않는가. 개인 기록만 보자면 리그 최고를 달리는 류현진 선수가 탈삼진 수를 늘려갈 때마다 그 승리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깊어질 한화 선수단의 한숨. 패색이 짙어지는 경기마다 아쉽고 속상한 마음에 무수히 댓글을 달아대는 한화 팬들이여, 충분히 이해한다지만 지금은 잠시 역지사지를 해봄이 어떨까. 까짓것 일단 10번만 이기면 1등이니!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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