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피플] 김현수, 리더로 쑥쑥 자란 ‘타격제조기’

입력 2012-06-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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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선수에서 팀의 주축타자로, 국가대표 외야수로, 그리고 어느덧 두산을 이끄는 리더로 성장했다. 김현수(오른쪽)가 홈런을 치고 팀 동료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신고선수에서 팀의 주축타자로, 국가대표 외야수로, 그리고 어느덧 두산을 이끄는 리더로 성장했다. 김현수(오른쪽)가 홈런을 치고 팀 동료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팀 동료 좋은 타구엔 연신 ‘나이스’ 감탄사
실책하면 가장 먼저 달려가 ‘괜찮다’ 위로
부상투혼은 기본…특별 ‘벤치 타격코치’도


덕아웃에서, 그라운드에서 목소리가 가장 크다. 수비훈련 도중 누군가 공을 놓치면 목이 터져라 “안 좋아, 안 좋아!”를 외치고, 팀 동료가 배팅케이지에서 좋은 타구를 날리면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독려한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내 긴장을 푸는 것”이라고 했지만, 팀을 위해 분위기 메이커를 자청한 결과다. 경기 중에도 그의 보이지 않는(?) 활약은 계속된다. 타격을 하고 벤치로 돌아온 뒤 상대 투수의 공에 대한 생각을 늘어놓는 것은 기본이고, 타석에 들어서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느꼈던 바를 열심히 설명한다. 실책을 한 동료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 “괜찮다”고 위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지난달 4일 잠실 LG전에서 새끼손가락 부상을 당한 뒤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때도 그는 방망이 대신 수첩과 펜을 들었다. 매 이닝 상대 투수의 구종과 코스 등을 체크하며 동료들에게 끊임없이 조언했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당시 그에게 ‘벤치 타격코치’라는 특별 보직을 맡겼다.


○밀어치기 향상, ‘타격기계’의 부활

두산 김현수(24)가 팀의 리더로 성장하고 있다. 그는 2006년 신고선수로 입단했지만 2008년과 2009년 2년 연속 0.357이라는 고타율을 기록하며 팀의 중심타자로 우뚝 섰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등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며 국가대표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지난 2년간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올 시즌 ‘타격기계’로의 부활을 알렸다. 31일까지 타율 0.336, 어느새 타격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아직 시즌은 3분의 1밖에 지나지 않았다. 타격에는 기복이 있게 마련이고, 체력이 떨어지는 여름도 고비다. 스스로도 “300타수는 돼야 내 타율”이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고무적인 부분이 있다. 4월 한 달간 잡아당기는 타격(좌측 31.6%·가운데 31.6%·우측 36.8%)이 많았다면, 5월 들어 밀어치는 비율(좌측 33.3%·중간 33.3%)이 높아졌다. 좌중간 타구가 많아졌다는 것은 타격감이 올라왔다는 방증. 약점이었던 몸쪽이나 떨어지는 볼을 걷어내는 특유의 콘택트 능력도 살아났고, 무엇보다 득점권 타율이 5할(0.486)에 근접할 정도로 찬스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종아리·손가락 부상에도 책임감



더 놀라운 것은 부상을 안고 거둔 성적이라는 점이다. 김현수는 시즌 개막전이었던 4월 7일 잠실 넥센전에서 종아리 통증으로 교체돼 4일간 쉬었다. 4월 12일 청주 한화전부터 다시 경기에 출장하고 있지만, 한번 올라온 근육통은 쉬이 낫지 않을뿐더러 주루플레이를 할 때나 수비시 재발 가능성이 높다. 5월 4일 LG전 도중 베이스에 부딪혀 다친 오른쪽 새끼손가락도 여전히 퉁퉁 부어있다.

5월 22일 문학에서 SK 이재영과 만났을 때의 일이다. 그는 선배의 악수 요청에 냉큼 오른손을 내밀었지만 이내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웬만해선 아픈 티를 내지 않지만 이재영과 악수를 하다 새끼손가락이 아파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악수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온전치 못하다. 방망이도 다섯 손가락을 온전히 구부려 잡지 못해 4개의 손가락으로 쥐고 있다. 혹 공이 방망이에 빗맞기라도 하면 울림이 고스란히 전해져 고통은 배가 된다. 경기가 끝난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할 때도 손바닥 대신 팔뚝으로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김현수는 매 경기 출장하고 있다. 방망이를 휘두르는데 주저함도 없다. 아프지 않을 리 만무하다. 그는 “아프지만 다친 게 내 잘못”이라고 자책하고는 “완벽한 몸 상태로 시즌을 치르는 선수는 사실 없다. 프로라면 이 정도의 통증은 안고 가야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야구장이답게 “괜찮다. 이상하게 경기에 나가면 아픈 것을 잊어버린다”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김진욱 감독은 그의 투혼에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책임감이 강하다. 단순히 팀의 중심타자를 뛰어넘어 팀의 리더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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