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에어컨의 요새’ 알사드 스타디움

입력 2012-06-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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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에 설치된 환풍구 모양의 에어컨 시설-스타디움 곳곳에 설치된 축구공 모양의 에어컨 시설-알 사드 스타디움 전경. 도하(카타르)|남장현 기자

최강희호가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첫 상대로 만나는 카타르는 경기 장소를 일찌감치 알 사드 스타디움으로 결정했다. 카타르축구협회(QFA)는 각급 대표팀 경기를 치를 때면 대개 두 개의 경기장을 활용한다. 메인 스타디움 격인 칼리파 스타디움과 보조로 활용하는 알 사드 스타디움이다. 하지만 관중 5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칼리파와는 달리 알 사드는 고작 1만5000여 명 밖에 채울 수 없다. 카타르 입장에서 보면 최종예선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한국전을 만원 관중을 마다한 채 보조구장에서 치르는 셈.

하지만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섭씨 40도에 달하는 도하의 폭염과 계속 불어오는 모래 바람을 막기 위한 장소로는 알 사드 스타디움이 제격이다. 스탠드가 외부로 퍼지는 형태로 개방된 타 구장들과는 달리 이곳은 지붕만 살짝 떼어낸 돔구장과 비슷하다. 여기에 2022년 월드컵 개최 프로젝트로 내놓은 에어컨 시설이 있어 온도를 섭씨 30도 정도로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포츠동아가 카타르전 사전 답사를 위해 알 사드 스타디움을 찾았을 때는 킥오프에 대비한 마지막 정비가 한창이었다. 태극기와 카타르 국기가 경기장 주변 곳곳에 나부끼는 것과 동시에 물청소와 잔디 보수가 모두 이뤄지고 있었다. 에어컨은 카타르 프로축구리그의 개막 시점(9월)에 맞춰 가동해 겨울철(1∼2월)만 제외하고 계속 틀어놓는다고 한다.

경기장 현지 관리인은 “한국전 때 에어컨이 가동되느냐”고 묻자 “아마도”라는 짤막한 답변을 남겼지만 어쩌면 이번 경기는 10년 뒤 카타르월드컵의 화제로 떠오를 경기장 에어컨 시설을 미리 보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1986년 지어져 2004년 경기장 개보수가 이뤄지며 냉방 시설이 완벽하게 구비됐다는 후문.

필드에서 관전 스탠드로 이어지는 경기장 곳곳에 축구공 모양의 뚜껑이 덮인 큰 구멍들이 즐비했는데, 이것이 바로 에어컨 시설이다. 여기에 팬들이 앉는 좌석 아래에도 환풍구가 뚫려 있어 쾌적한 경기 관전을 보장한다.

내친 김에 협조를 구해 경기장 시설도 둘러봤다. 역시 냉방은 최고 수준이었다. VIP실은 물론 선수들을 위한 공간인 라커룸은 춥기까지 했다. 사우나나 미니 욕조도 모두 구비돼 있었고, 무슬림을 위한 기도 공간도 있었다.

만약 경기 당일 에어컨이 가동된다면 태극전사들은 적어도 한국의 여름과 비슷한 환경에서, 그리고 적은 카타르 관중 앞에서 결전을 치를 수 있을 것이다.

도하(카타르)|남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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