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리그에서는 리저브 멤버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수원 하태균, 전북 정성훈, 서울 박희도(맨 왼쪽부터)는 15라운드에서 주전들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물론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스포츠동아DB
하태균 골=수원 승리 ‘기분좋은 공식’
전북 정성훈, 제주 원정 이동국급 활약
서울 박희도 깜짝선발서 결승골 AS
축구에서 선발 멤버들이 잘해준다면 그것처럼 좋은 건 없겠지만 교체를 통해 좋은 결과를 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령탑의 용병술을 결과로 입증하기 때문이다. K리그 15라운드도 그랬다. 리저브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선두 경쟁을 벌이는 상위권 팀들이 조용히 기회를 노려온 이들을 앞세워 짜릿함을 만끽했다. 대표팀 소집, 주력들의 경고 누적 등 어려웠던 스쿼드 운용이었기에 의미는 더욱 컸다.
○가치 빛낸 토종 3인방
수원 공격수 하태균(25)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여러 번 트레이드 카드로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물론 수원은 하태균을 쉽게 내줄 처지가 아니었다. 스테보가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작년 챔피언스리그 폭행 징계로 3경기 출전 정지를 받으면서 공격진 운용이 어려운 탓이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 2007년 K리그 신인왕 출신 하태균의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최근 하태균의 진가가 나타나고 있다. 13차례 출격해 2골을 넣었다. 모두 영양만점. 초반 판도를 좌우한 3라운드 강원과 홈 대결(3월17일)에서 첫 골을 신고한 뒤 14일 상주 원정에선 후반 45분 시즌 2호 골을 작렬했다. 공교롭게도 하태균이 골 맛을 볼 때마다 수원은 3-0 대승으로 신바람을 냈다. 원정 5경기 연속 무승(2무3패)의 꼬리표도 함께 떼어냈다.
전북 골게터 정성훈(33)도 유난히 눈에 띄었다. 시즌 초 수비진의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최후방을 책임지기도 한 그는 13일 제주 원정에서 첫 득점을 올렸다. 원정 팀의 무덤으로 불리는 곳에서 챙긴 승점 3은 킥오프 10분 만에 기선을 제압한 정성훈의 선제골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여기에 시즌 첫 어시스트는 보너스. 주전 킬러 이동국이 A매치로 미처 합류하지 못한 터라 정성훈의 활약은 꼭 필요했다. 전북 이흥실 감독은 “(정)성훈이가 터져야 팀의 파괴력을 더 높일 수 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는데, 이제야 간절한 바람이 이뤄진 셈이다.
서울 박희도(26) 역시 뜻밖의 선발 투입으로 비상을 알린 케이스. 14일 성남전에 콜롬비아 특급 몰리나가 경고누적으로 빠지면서 기회가 왔다. 부산 이적생인 그에게 이날 경기는 운명이 걸린 승부였다. 4월 수원과 빅뱅에 선발로 나섰다가 망신만 당했던 박희도는 같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았다. 시즌 첫 어시스트. 왼쪽 코너킥을 수비수 김진규가 멋진 헤딩 결승 골로 연결했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박희도가 너무 잘해줘 선수 가용 폭이 넓어졌다”며 흐뭇해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