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음식 배달 서비스 앱 ‘배달의 민족’을 개발·서비스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 그의 목표는 앱으로 음식 검색과 주문은 물론 배달에서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진제공|우아한형제들
리뷰 기능 적용 후 배달 업계도 ‘윈윈’
100억매출 코스닥상장 ‘우아한 목표’
과거 사업 실패 딛고 새 아이템 개발
창업 초기엔 직원 월급 못 줘 맘고생
매일 새로운 콘텐츠가 등장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중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이런 게 있었으면…’하고 바라던 것을 마치 족집게처럼 ‘콕’ 집어내 성공한 것이 있다. 배달서비스 앱 ‘배달의 민족’도 그 중 하나이다.
‘배달의 민족’은 스마트폰으로 음식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앱이다. 이 앱을 개발해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36) 대표는 특이하게도 미술학도 출신이다.
그는 삶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강렬하게 원하고, 생생하게 그리면 이룰 수 있다”는 일본 기업 교세라의 창업주 이나모리 가즈오의 말처럼 다들 가능성이 없다고 주목하지 않던 일상의 한 부분에서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했다.
- 배달 음식을 콘셉트로 한 앱은 어떻게 나왔는지.
“처음부터 배달에 착안한 것은 아니다. 원래는 스마트폰용 114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데이터를 모으고 분류하는 작업을 개인이 하기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전화를 통해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을 찾다가 음식 배달이 떠올랐다. 그 때부터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인터넷 포털을 뒤지고 서울 강남역 등을 돌며 전단지를 모았다.”
- 음식점 업주들이 처음부터 배달 앱에 대해 호의적이었나.
“사실 초기에는 ‘과연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오겠냐’며 우리를 사기꾼으로 봤다. 실제로 지난해까지는 QR코드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려주겠다며 돈을 받거나, 심지어는 등록이 무료인 우리 앱을 들먹이며 돈을 뜯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 그런 회의적인 시각을 어떻게 바꾸었나.
“콜(앱을 통해 걸려 온 전화) 수를 증명하려고 ‘콜멘트’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우리 앱을 통해 전화를 하면 ‘배달의 민족을 통해 걸려 온 전화입니다’라는 멘트가 나온다. 그전까지 로그 데이터를 보여주어도 믿지 않던 업주들이 서서히 우리 서비스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직접 연락이 왔다. 이제 영업사원들이 가면 90%는 ‘배달의 민족’을 안다.”
- 스마트폰 앱과 기존 전단지는 어떻게 다른가.
“전에는 배달 음식에 불만이 있어도 하소연할 데가 없었다. 우리 앱을 이용하면 사용자가 리뷰를 쓰고 음식점 업주는 그에 대한 댓글을 달 수 있다. 앱에 등록된 업소 중에는 사용자의 불만을 꼼꼼히 체크하고 신속하게 응대를 하는 등 리뷰 관리를 통해 매출이 300% 이상 상승한 곳도 있다.
‘배달의 민족’ 앱 메인화면
● 창업 초기 월 매출 100만원의 고비 겪기도
- IT업계 종사자로는 특이하게도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창업하기 전까지 이모션, 네오위즈, NHN 등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네오위즈에서 나온 뒤 전공을 살려 가구관련 사업을 했다가 부도가 나 빚을 지고 NHN에 입사했다. NHN 시절 경영관련 서적을 접하다가 IT관련 사업을 꿈꾸었지만 한번 실패한 경험때문에 망설였다. 이때 옆에서 ‘활동적으로 일하며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 때가 가장 멋져 보인다’며 격려해 준 와이프가 너무 고마웠다.”
- 창업 이후 힘들었던 점은.
“회사를 시작하고 한동안 수익이 없어 직원들 월급을 주지 못하는 것이 괴로웠다. 지금이야 월매출이 4억원 이상 나오지만,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9명이 근무하는 회사의 매출이 100만원 밖에 안됐다. 그때는 퇴근할 때마다 어둠의 벼랑 끝에 선 느낌이었다.”
- 왜 수익을 내지 못했는가.
“기다렸다. 어느 정도 콜이 될때까지 업주들에게 돈을 받는 것 보다 플랫폼 구조를 짜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급격한 성장보다 회사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하고 있다. 업소를 많이 유치하는 것에만 신경 쓰면 기존 사업장의 광고 효과가 떨어진다.”
- 앞으로 계획은.
“온라인으로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도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결제서비스가 구현되면 마일리지 서비스 이용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치킨집에서 쌓은 마일리지를 중국집에서 쓸 수 있는 것이다. 한번 주문한 사람들을 고객관리(CRM)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 회사를 어떻게 키우고 싶나.
“12월 매출 목표가 7억원이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내년에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1차적으로 코스닥 상장 수준의 튼실한 기업을 만들 계획이다.”
■ 김봉진 대표 프로필
1976년 전라남도 완도 출생. 서울예대 실내디자인 졸업.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휴학 중. 2002년 이모션 디자이너. 2004년 네오위즈 디자이너. 2008년 NHN 디자이너. 2011년 우아한형제들 창업. (수상내역) 뉴욕광고제 파이널리스트. 스마트앱어워드코리아 생활서비스부문 통합대상.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yke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