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T로 본 새 영화] ‘두 개의 달’, 공포의 음울한 시소게임의 반전

입력 2012-07-06 14: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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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 개의 달’ 한 장면. 사진제공|주피터필름

음침한 숲 속 외딴 집. 컴컴한 창고에서 대학생 석호(김지석)가 눈을 뜬다. 옆을 더듬자 여고생 인정(박진주)의 손이 잡히고 그 옆에는 공포소설 작가 소희(박한별)도 있다. 셋은 이 곳에 갇힌 이유를 기억하지 못한다.

석호와 인정은 소희의 만류에도 집을 빠져나가려고 숲 속으로 들어선다. 하지만 같은 자리를 맴돌 뿐. 다시 돌아온 둘은 소희와 함께 집 안에 감도는 이상한 기운 속에서 점차 서로를 의심하며 광기에 휩싸인다. 그때 “살인자가 있다”고 중얼대는 의문의 여자(라미란)가 나타난다. 그리고 하늘엔 두 개의 달이 뜬다.

영화 ‘두개의 달’(감독 김동빈·제작 고스트픽쳐스·주피터필름)이다. 12일 개봉.


● STRENGTH(강점)…다양한 해석, 보는 재미↑

밀폐된 공간, 시간이 흘러도 해가 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하늘에 뜬 두 개의 달이 빚어내는 탁한 공기는 그 분위기만으로 관객의 마음을 짓누른다.

단 한 번도 환하게 빛을 발하지 않는 스크린은 하늘에 뜬 두 개의 달이 뿜어내는 음울한 공기를 그대로 담아 객석까지 옮긴다.

시간 순서로 이야기를 진행하지 않고 각 인물들이 겪는 과거를 엇갈려 배치한 뒤 결국 하나의 ‘사건’으로 엮어 낸 연출 솜씨도 돋보인다.

영화가 끝난 뒤 결말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점도 미덕이다.

도입부에 나오는 내레이션, 영화가 끝난 뒤 등장하는 ‘지방귀’에 관한 설명을 꼼꼼하게 듣고, 읽어야 ‘두 개의 달’은 좀 더 이해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영화를 ‘곱씹을수록 재미있는 영화’와 ‘따지기 시작하면 허점투성인 영화’ 만으로 나눈다면 ‘두 개의 달’은 전자에 가깝다.


● WEAKNESS(약점)…호러퀸(?) 어디에…

물량 투입, 공포심을 한층 자극하는 세트를 기대하면 실망부터 든다.

블록버스터 공포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보기 힘든 영화. 공포심을 자극하는 완벽한 세트, 컴퓨터그래픽도 이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니 이왕 티켓을 끊었다면 비교는 금물.

‘여고괴담3’ ‘요가학원’ 등 공포영화 여주인공을 주로 맡았던 박한별이 다시 한 번 같은 장르로 나섰지만 경험에서 비롯된 매력이나 개성을 드러내지 못한 것도 아쉬움을 남긴다.

여고생 인정은 10대라는 극중 나이 탓인지, 시종일관 성급하다. 자주 놀라고, 자주 소리치는 탓에 미쳐 관객이 놀랄 틈도 주지 않는다.


● OPPORTUNITY(기회)…배우 발견의 재미, 이번엔 라미란!

영화가 주는 가장 짜릿한 맛이 ‘반전’이라고 할 때, ‘두 개의 달’이 지닌 반전의 재미는 쏠쏠한 편이다.

악령과 살인사건이 뒤섞이며 빚어내는 ‘범인 찾기’ 혹은 ‘귀신 찾기’는 마치 시소게임처럼 긴장을 준다.

배우 라미란을 발견할 수 있는 건 ‘두 개의 달’이 가진 최대 강점. 올해 초 ‘댄싱퀸’에서 보여준 코믹 연기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라미란이 영화에 등장한 순간부터 심장박동은 빠르게 오른다. 빛나는 조연을 넘어 이젠 힘 있는 주연배우의 탄생이다.


● THREAT(위협)…초호화 경쟁작 총공세

휴…. 산 넘어 산이다. 거미에, 변종 기생충에, 베트맨까지. ‘어메이징한’ 흥행 기록을 써가고 있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5일 개봉한 ‘연가시’까지 가세해 ‘바늘구멍’과 같은 극장가에서 얼마나 많은 스크린을 확보할지 미지수.

개봉 첫 주를 가까스로 넘긴다고 해도 19일에는 또 다른 산이 앞을 가로막는다.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란 점에서 특수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보이는 ‘다크나이트 라이즈’다.

여름은 곧 공포영화라는 ‘계절공식’을 기대한다고 해도 상황은 만만치 않다. 26일에는 내로라하는 공포영화 전문가들이 모인 옴니버스 영화 ‘무서운 이야기’가 개봉한다. 첩첩산중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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