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Interview]신지애 “헉 10위?…세계 1위 되찾는다면 은퇴 하겠다 ㅋㅋ”

입력 2012-07-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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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 신지애가 청야니에게 빼앗긴 세계랭킹 1위 탈환을 목표로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깁스로 인해 무너진 근육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근력 훈련은 물론 스윙 훈련도 병행하기 시작했다. 빠르면 7월 중순 복귀할 수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부상도 재활도 휴식도 끝났다
필드의 악바리, 부활 ‘구슬땀’

▶▶▶ 스물 다섯 처녀
‘번개’로 새벽바다 찾고…생애 첫 일탈
강심장 파이널퀸?…승부욕 강할 뿐
공포영화 잘 못보는 여린 여자랍니다

▶▶▶ 승부사 프로골퍼
난 연습벌레! 푹 쉬니 몸이 근질근질
다시 잡은 골프채…필드 복귀 임박
랭킹 10위로 하락…올라갈 일만 남아
청야니 잡고 ‘1인자 자리’ 복귀해야죠


6일 개막한 US여자오픈. 박세리, 최나연, 서희경, 유소연 등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그들과 함께 있어야 할 신지애(24·미래에셋)는 국내에서 나 홀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5월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왼 손바닥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귀국한 그는 현재 서울 강남의 한방병원에서 재활 훈련 중이다. 5일 신지애의 재활훈련장을 찾았다.


○“푹 놀았더니 몸이 근질근질해요.”

투어를 중단하고 귀국한 지 3주가 됐다. 그 동안 학교 복학 준비와 만나지 못했던 친구, 선배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놀면서 시간을 보낸 것도 처음이다.

우리 나이로 스물다섯 살이다. 아직도 해보지 못한 일이 많다. ‘번개’(급조한 만남을 뜻하는 속어)라는 말도 최근에야 알 게 됐다.

“모든 일을 계획대로 하는 생활에 익숙하다. 시즌 초가 되면 어떤 대회에 출전하고, 어떻게 연습하고, 심지어 쉬는 시간까지 계획을 세워둔다. 지금까지는 그런 생활에 익숙했다. 그런데 이번에 집에 와서는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즉흥적으로 만나 영화도 보고 새벽에 바다를 보기 위해 인천까지 가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부산에 가서 제이슨 므라즈 공연도 보고 왔다. 이런 일이 처음이었다.”

늘 계획적이던 신지애에겐 처음 경험한 일탈(?)이다. 휴식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딱 2주. 이제 그 시간이 다 되어 간다.

“너무 오래 쉬어서 그런지 몸이 근질근질 해요. 조급하거나 불안한 건 없지만 빨리 대회에 나가서 그 느낌을 다시 가져보고 싶어요.”

다음주부터는 실전을 위한 연습에 돌입한다. 다시 프로골퍼 신지애가 기다리고 있다.

○“언니들이 작작 좀 하래요”

“제가 수술한다고 하니까 ‘언니들이 작작 좀 연습하지 그랬냐’라고 농담하더라고요. 이제부턴 조금 살살할까 봐요.”

신지애는 피로골절로 인해 왼쪽 손바닥에 작은 뼛조각이 떨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오래 전 발생했지만 그동안 참고 계속 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다 시즌 초 호주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하면서 부상이 악화됐다. 페어웨이가 딱딱한 곳에서 경기를 하다보니 통증이 심해진 것이다. 결국 5월 말 수술을 선택했다.

“감각이 좋아지고 있는 상태여서 투어를 중단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결과적으로 US여자오픈에 나가지 못하게 돼 아쉽네요. 사실 버티면서 대회에 출전하고 싶은 생각도 했었지만 올해만 경기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멀리보고 수술을 결정했죠.”

다행히 수술 성과는 좋다. 왼 손바닥에 작은 수술 자국만 남아 있다. 매일 2시간씩 재활훈련을 실시하고 사흘 전부터는 골프채를 잡기 시작했다. 재활 과정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7월 중순 필드 복귀가 무난할 전망이다.

“한달 정도 깁스를 하고 있어 왼손과 팔 근육양이 줄어들었더라고요. 지금은 근력을 키우는 훈련에 집중하고 있어요. 사흘 전부터 골프채도 다시 잡았고 하루 1시간 씩 연습하고 있어요. 곧 정상 훈련을 시작할 것 같아요.”


○승부욕 강한 겁쟁이(?)

신지애의 별명은 ‘파이널 퀸’이다. 프로에서 거둔 우승만 31차례다. 강심장처럼 꿋꿋하게만 보이던 신지애지만 사실은 겁이 많다.

“얼마 전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갔는데 하필 시간이 맞는 게 공포영화밖에 없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보기는 했지만 정말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요.”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필드에서는 전사처럼 당당하던 그가 공포영화 하나에 연약한 여자가 되고 말았다. 실제로 경기 중에도 떨릴 때가 많았다고 했다.

“아마추어 때 우승했던 SK엔크린 대회 때는 얼마나 떨었는지 심장 뛰는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였어요. 심지어 페어웨이를 걷는 데 헛구역질까지 했으니까요.”

그러나 승부욕만큼은 여전하다. 골프가 아닌 다른 스포츠를 즐길 때도 특유의 승부욕이 발동한다. 취미로 볼링, 포켓볼 같은 다른 운동도 즐기고 있다. 프로 당구선수인 김가영 씨와 종종 만나는 사이다.

“3주 전에 볼링을 쳤는데 53점 밖에 치지 못했어요. 바로 직업병이 나오더라고요. 피니시 하던 버릇 때문에 팔을 위로 던지지 못하고 자꾸 옆으로 돌리다보니까 공이 왼쪽으로 휘어지더라고요. 너무 기분이 상해서 당장 아빠에게 레슨을 받았어요. 아빠가 볼링을 좀 치시거든요. 그리고 다시 볼링장에 가서 120점을 쳤어요. 그제야 마음이 풀리더라고요.”


○다시 세계랭킹 1위가 된다면

신지애의 세계랭킹은 10위다. 2010년 5월 처음으로 1위에 오른 이후 조금씩 후퇴했다. “투어를 떠나 있으면서 랭킹 같은 것에 신경 쓰지 않았는데 어제 세계랭킹을 확인했더니 10위더라고요. 그 순간 ‘이제는 올라갈 때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시 올라가야죠.”

1위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청야니(대만)다. 신지애가 본 청야니는 분명 강한 상대다. 그러나 그에게도 빈틈은 있다.

신지애는 “청야니는 분명 잘하는 선수죠. 그러나 가끔 ‘어린 플레이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보다 1살 어려서 그런지 어린 아이 같을 때가 있어요. 세계 최고의 선수지만 다른 선수들보다 더 긴장하고 주변 환경에 신경도 많이 쓰는 편이거든요”라고 말했다. 넘지 못할 산은 아니라는 얘기다.

목표는 세계랭킹 1위다. 그러나 빨리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천천히 때를 기다리고 있다. “친한 언니가 ‘다시 세계랭킹 1위가 되면 어떻게 할 거야’라고 묻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그만 둘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죠. 다시 그 위치에 올라가면 미련 없이 그만 둘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마도 그때 골프채를 놔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당장 은퇴하겠다는 건 아니다. 그만큼 홀가분해졌기에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말이다.

“누구에게나 다 타이밍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까지 그 타이밍을 잘 찾아다녔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운도 좋았고요. 세계랭킹 1위에 다시 오를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한번 경험했던 만큼 다시 올라서야겠죠.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고요.”

스물다섯에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는 신지애의 다짐이다.


신지애?

○생년월일 : 1988년 4월28일
○키 : 156cm
○소속 : 미래에셋 자산운용
○학력 : 전남 함평골프고,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4학년·휴학중)
○프로데뷔 : 2006년 ○우승:KLPGA 통산 11승, 미LPGA투어 통산 7승, JLPGA투어 통산 4승 ○주요 기록 : 2009년 미LPGA 신인상·다승왕·상금왕, 2010년 5월3일 아시아인 최초로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2009년 세계 4대 투어(LPGA, JLPGA, KLPGA, 유러피언투어)를 한해에 모두 우승(세계 최초)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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