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의 Let’s Go Baseball] 입이 방정…말 한마디에 챔프꿈 와르르

입력 2012-07-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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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프로야구 설화사건

미·일서 모욕적 인터뷰에 상대팀 발끈
결정적 경기 발목·챔프전 대반전 불러
SK 윤길현 욕설로 감독·사장 사과회견


3일 광주구장에서 두산 김현수와 KIA 나지완 사이에 벌어진 신경전이 이슈다. 양 팀의 벤치클리어링 이후 김현수가 신일고 2년 선배 나지완에게 욕을 해 문제가 커졌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정서상 고교 선배에게 육두문자를 날린 것은 아무래도 보기 좋지 않았다. 요즘은 중계기술이 발전해 선수들의 입 모양이 수백만 명의 시청자에게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그래서 더욱 조심해야 할 입이다. 사실 야구는 말(言)의 스포츠다. 그러나 말 때문에 피해를 본 야구인도, 팀도 많다. 바로 설화(舌禍)다. 혀가 칼보다 무서웠던 사례를 모았다.

○시즌 초 인터뷰에 날아간 내셔널리그 우승

1934년 뉴욕 자이언츠의 빌 테리 감독은 말 한마디 때문에 내셔널리그 우승을 놓쳤다. 당시 맨해튼에 있던 자이언츠는 내셔널리그의 강팀이었다. 브루클린에 있던 다저스는 시즌 내내 꼴찌를 벗어나기도 힘든 팀이었다. 문제의 발언은 시즌 초반 나왔다. ‘다저스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담당 기자들의 질문에 “다저스가 아직 내셔녈리그에 있나”라고 대답했다. 극성으로 치자면 결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다저스 팬들은 이 모욕을 결코 잊지 않았다. 시즌 막판. 2게임을 남겨놓은 다저스는 8개 팀 가운데 6위, 리그 우승과는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자이언츠는 세인트루이스와 공동선두였다. 마지막 2경기는 하필 다저스와 자이언츠의 경기. 다저스 팬들은 폴로그라운드에서 벌어진 원정 2연전에 모여 악다구니를 썼다. 그 팬들의 서슬에 질린 자이언츠는 2연패를 당하면서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날렸다.

○일본시리즈 우승을 바꾼 말 한마디

1989년 일본시리즈. 퍼시픽리그 긴데쓰는 센트럴리그 요미우리를 맞아 초반 3연승을 달렸다. 마지막 1승을 남겨놓고 긴데쓰 투수 가토 데쓰로의 발언이 시리즈의 흐름을 바꿔버렸다. 3차전 승리투수 가토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시즌 때가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해 긴데쓰는 오릭스 브레이브스와 페넌트레이스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했다. 71승5무54패, 승률 0.568로 오릭스(72승3무55패·승률 0.567)를 간발의 차로 제치고 간신히 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것을 떠올리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요미우리 계열사인 니혼TV의 기자가 가토의 발언에 대해 “롯데보다?”라며 유도질문을 했다. 당시 롯데는 일본프로야구에서 조롱을 받던 한심한 팀이었다. 가토는 엉겁결에 “예”라고 해버렸다. 다음날 일본의 모든 매스컴은 ‘롯데보다 자이언츠가 약하다’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요미우리 선수들은 분개했다. 시리즈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가토는 결국 7차전에 등판해 패전투수가 되면서 말의 무서움을 실감했다.

○윤길현 김현수 그리고

SK 윤길현의 욕설 파동은 2008년 KIA와의 경기에서 나왔다. 최경환에게 위협구를 던진 뒤 욕설을 한 장면이 중계 화면에 노출되면서 엄청난 비난을 샀다. 당시 앞서가던 SK에 대한 반감까지 겹쳐 윤길현은 팬들의 집중공격 대상이 됐다. 김성근 감독과 신영철 사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과했다. 그 소동은 결국 SK 프런트와 김성근 감독이 서로 다른 길을 가는 원인을 제공했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겠다며 탄생한 프로야구다. 그런데 요즘 우리 선수들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 대신 욕설을 가르치고 있다. 방송 화면에 나타난 선수들의 입 모양을 보면 창피할 지경이다. 선망의 대상인 프로선수들의 이런 모습은 감수성 강한 어린 야구선수들이 그대로 배운다. 원년 개막전의 영웅 이종도 설악고 감독은 이런 현상을 누구보다 걱정하고 있다.

“프로 선수들이 모범을 보여야 어린 아마선수들이 따른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만일 우리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입조심을 하지 않는다면 방법은 하나다. 프로농구는 방송 화면에 선수들이 욕하는 모습이 잡히면 벌금이다.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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