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첫 4강 신화
○ “승부차기에는 자신 있었다”
올림픽 대표팀의 후보 골키퍼 이범영(부산)은 영국전 후반 17분에 부상당한 주전 골키퍼 정성룡(수원)과 교체돼 투입됐다. 런던 올림픽 본선 무대 첫 출전이다. 그는 와일드카드로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한 베테랑 수문장 정성룡에게 밀려 조별리그에서 3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번도 그라운드를 밟아보지 못했다. 1-1 상황에서 투입된 그는 실점 없이 후반을 마쳤다. 연장전 30분 동안도 골문을 잘 지켜냈다. 이제 남은 건 승부차기다.
그는 이날 영국의 다섯 번째 키커 대니얼 스터리지(첼시)의 슛을 막아내 승부차기 5-4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슈팅의 방향을 미리 읽었던 건 아니다. 그냥 본능에 몸을 맡겼다고 한다. 경기가 끝나고 그는 “2년 전 아시아경기 때 생각이 나 눈물이 났다”고 했다.

지동원(선덜랜드)은 이번 올림픽에서 조별리그를 치르는 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같은 유럽 무대에서 뛰는 박주영(아스널) 기성용(셀틱)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거의 풀타임을 뛰는 동안 자신은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았다. 조별리그에서 한 번도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조별리그 3경기를 합쳐 49분을 뛴 게 전부다.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영국과의 8강전에 지동원을 처음으로 선발 출전시켰다. 홍 감독은 “동원이가 이곳(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면서 아주 심한 마음고생을 했었다. 분명히 뭔가 보여주지 못한 게 있을 것 같았다. 영국 선수들과의 경기 경험이 많기 때문에 뭔가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동원은 전반 29분 페널티지역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벼락같은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며 홍 감독의 기대를 채웠다. “후반과 연장전 때 좋은 기회가 몇 번 더 있었다. 그런 기회를 살리지 못해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지동원은 이날 한국의 유일한 골을 터뜨렸는데도 더 많은 골을 넣지 못한 걸 미안해했다. 선발로 나선 첫 경기에서 골맛을 보며 자신감을 얻은 그는 “메달을 따러 영국에 왔다. 남은 두 경기에서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카디프=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