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한준희의 눈]“日, 공 가로채 벼락 역습… 韓, 압박 이겨낼 능력 충분”

입력 2012-08-0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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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실점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의 경기력은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점유율 면에서 우세했을 뿐 아니라 ‘우승후보 0순위’ 브라질의 골문을 위협했다. 그러나 첫 실점이 다소 허무했고 후반전 초반 확연한 페널티킥 상황을 외면했던 주심의 판정도 실로 아쉬웠다. 그 이후의 경기는 두 팀 간 총체적 화력의 차이를 반영하고 말았다.

다만 우리의 아쉬운 점들에 관해 조금 더 말해보자면 우선 김창수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우리의 측면 공격 전반에 작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오재석, 남태희가 열심히 뛰기는 했으나 김창수가 없는 오른쪽 측면에서 우리의 공격은 날카로움을 잃었다. 이는 곧 공격 루트의 단조로움으로 귀결된다. 둘째로 적어도 브라질전에 국한할 때 중원 살림꾼 박종우의 부재 또한 여파가 컸다. 피로도가 절정에 달해 있을 법한 구자철, 기성용의 부담은 시간이 갈수록 가중되며 공수 양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 전체적으로 미흡한 우리의 득점력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브라질과 같은 강적을 상대로는 우세한 흐름이 주어질 때 반드시 득점에 성공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바야흐로 ‘한일전’이다. 역사적인 동메달이 걸려 있는 한 판이다. 그리고 적어도 필자가 판단하기에 우리는 충분히 일본을 무너뜨릴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은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팀이고 상대적으로 우리 선수들의 역량과 경험이 일본의 장점을 최소화하면서 단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

일본의 장점은 선수들의 일사불란한 위치 이동과 압박으로 상대의 볼을 끊어내는 플레이에 능하다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아마도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인터셉트’가 가장 많은 팀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상대의 볼을 끊어내자마자 전광석화 같은 역습이 이어진다. 서너 명의 선수들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달려 들어가는 한편 역습 패스들 또한 대부분 빠른 타이밍으로 이뤄진다. 전체적으로는 ‘실리 축구’적 성향을 띠면서 인터셉트와 역습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팀이 일본이다. 준결승 이전까지 이 스타일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일본의 문제점이 멕시코전에서 잘 드러났다. 이러한 스타일을 성공적으로 구사하기 위해 일본은 이른바 ‘많이 뛰는’ 축구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많이 뛰는 축구가 경기 내내 지속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본의 스타일은 딱 전반전 전반부까지만 성공적이었다. 이후부터 일본의 활동량과 스피드는 지속적으로 저하됐고 이는 수준급 조직력과 개인기를 겸비한 멕시코로 하여금 일본의 진영을 마음껏 누비게끔 했다. 선제골을 얻고도 1-3으로 역전패한 결과가 그러한 경기 내용을 정확하게 반영한다.

지금의 우리 올림픽 태극전사들은 기본기와 볼 관리 능력, 조직력과 경험 면에서 일본의 경기 전반부 압박을 견뎌낼 만한 역량을 지니고 있다. 더불어 우리에게는 오히려 일본을 당혹스럽게 할 수 있는 물리적 능력도 있다. 일본의 장점을 별무신통한 것으로 만든 이후 일본의 단점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경기는 우리의 것이 될 수 있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아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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